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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은, 스튜어드십코드 확산 기폭제될까 [기업은행-KT&G 경영권 갈등]"적극적 주주활동, 국내 자본시장에 긍정적"

윤지혜 기자공개 2018-02-09 08:45:00

이 기사는 2018년 02월 08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G 2대주주인 IBK기업은행이 경영참여를 선언하고 나서면서 국내 자본시장업계와 금융권에 스튜어드십코드 돌풍이 일어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기은이 설사 2대주주로서 의견을 관철시키지 못하더라도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국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권 또한 이 같은 기은의 움직임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킬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만약 KT&G 1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기은의 뜻에 동참한다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기관의 첫 이행사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은은 최근 KT&G 지분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꾼 후 회사에 사외이사 추가, 정관변경을 통한 대표이사 추천권 부여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은은 이사와 감사의 선임·해임, 정관변경, 배당 등 상법에서 규정하는 5%이상 주요주주의 권리를 최대한 행사할 방침이다.

기은이 보유한 KT&G 지분은 6.93%에 불과하다. 현재 KT&G 주주는 최대 단일주주로 국민연금 9.09%, 기은 6.93%, 퍼스트이글인베스트 5.04%, 블랙록펀드 5.03%, 외국인 주주 53.22%등으로 구성됐다. 다른 주요주주들이 기은 우호세력으로 나서더라도 50%가 넘는 외국인 주주 마음을 돌리지 못하면 주총 안건으로 올라간 백복인 KT&G 사장 연임 반대, 사외이사 추천 등이 관철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기은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주주들을 일일이 설득하기보다는 꾸준히 의사 표시를 하는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은의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모이는 이유는 그간 국내에서 기관투자자가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은행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기관도 아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투자가가 주식을 보유한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자율 지침을 말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도입됐지만 아시아를 비롯한 우리나라는 최근이 되서야 적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 시작돼 우선 연기금, 보험사, 자산운용사를 대상 기관으로 정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현재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기관들은 자산운용사 19개와 자문사 2개 등 총 21개지만 아직 이행을 한 곳은 전무하다.

전문가들은 기은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지 여부와 관계없이 기관투자자로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점이 의미가 깊다고 봤다.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기관이 고유자금으로 투자한 기업, 즉 보유자산의 가치를 높이려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건 국내 자본시장과 주주관점에서 바람직한 흐름이다"며 "무작정 경영 개입이 아니라 회사에 대해 자금을 투자한 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기관투자자가 나타났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기은은 경영 개입이라기보다는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내는 데 방점을 찍고있다는 대외적 입장이지만 장기적으로 다른 주주로부터 공감대를 끌어낼 뜻을 갖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KT&G와 기은 간 경영권 갈등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기은과 어느정도 우군으로서 공감대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이 KT&G 1대주주이자 우리나라 대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기관이라는 점에서 이번 행보가 다른 기관들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때 우선적으로 연기금, 보험사,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삼긴 했지만 해외는 이미 투자은행(IB)도 참여하고 있다"며"그간 국내에서는 출자전환을 하거나 채무관계로 얽힌 채권단만이 부실기업에 경영권을 행사했는데 이번에는 은행이 단순 투자한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은 행보가 다른 기관투자자나 연기금에 행동주의 주주활동을 촉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기은이 2대주주로서 경영참여를 선언한 이유는 최근 KT&G 사추위가 백복인 사장을 단독후보로 추대하는 과정에서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판단에서다. KT&G 사추위는 사장 공모 서류접수를 이틀만에 마쳤고 후보 자격을 전현직 임원으로 제한해 사실상 백 사장 연임을 염두에 둔 요식행위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외에 지난 2011년 인수한 인도네시아 현지 담배업체 트리삭티 관련해 분식회계 의혹으로 금감원 검사를 진행 중인데다 KT&G 전 임원들이 백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잇따른 악재가 겹치며 KT&G 경영에 대한 잡음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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