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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채용비리 논란]의혹을 보는 두 개의 시선②채용절차·평가결과에 대한 다른 해석…관련법 보완 숙제

김선규 기자공개 2018-02-20 09:16:00

[편집자주]

은행 채용비리 사건이 법적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업무방해죄로 불구속기소됐고 검찰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5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 의심사례를 이첩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공정한 입사 경쟁을 저해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은행이지만 입사규칙의 자율 제정 권한도 인정해 줘야 한다는 옹호론이 만만치 않다. 채용비리 정국에 들어선 은행권에서 벌어지는 법적논란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8년 02월 09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 결과를 놓고 후폭풍이 거세다. 해당 은행들은 정상적인 기준과 절차에 의해 채용이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금감원은 수장인 최흥식 원장까지 나서 채용비리 검사 결과는 정확하다고 못박았다.

채용은 법률에 의해 채용 절차 및 정상적인 기준 등이 규정되고 있다. 대표적인 법안이 2014년부터 시행 중인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이다. 채용절차법의 취지는 채용과정에서 최소한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구직자 근로조건 등을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이밖에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고용정책기본법', '직업안정법' '개인정보법',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을 통해 채용 과정에서 구직자의 균등한 취업기회와 절차상 형평성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채용에 관한 법적 근거가 있는 만큼 상법상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여도 법이 규정하는 테두리 안에서 채용 프로세스 및 채용 원칙이 수반돼야 한다.

이번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은 큰 틀에서 은행과 금감원 간의 채용절차와 평가결과에 대한 해석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역인재, 글로벌인재 우대 채용이다. 은행에서는 경영현황과 기업 인재상에 맞는 구직자를 선발하기 위한 채용절차라고 해명하지만, 이를 두고 금감원에서는 특정집단 출신을 채용하기 위한 행위로 바라보고 있다.

채용절차법을 들여다보면 기초심사자료 표준양식, 채용일정 공지, 응시접수, 채용과정 고지, 채용여부 고지, 채용확정 이후 서류 반환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다만 법이 권장하는 심사자료를 바탕으로 어떤 심사기준을 가지고 우대사항 등을 추가할 지는 구인기업의 특성이 반영되도록 명시돼 있다. 법적으로 심사기준을 해당기업의 권한으로 부여하다보니 같은 채용 결과를 두고 금감원과 은행 간의 견해 차이가 발생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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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금감원은 윤종규 회장 종손녀 채용을 국민은행 채용비리로 해석했다. 서류면접에서 최하위 등급은 받은 증손녀는 2차 면접 등을 거쳐 최종 합격자 명단에 포함됐다. 금감원은 정량적 평가가 기반이 되는 서류면접에서는 탈락권이었지만, 외부 입김에 작용할 수 있는 면접 등 정성적 평가에서 최고등급을 받았다며 이를 특혜채용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윤 회장의 친인척이라는 점에서 의심의 눈초리는 더욱 강하게 반영됐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입장은 달랐다. 윤 회장의 종손녀는 지역인재전형으로 채용된 케이스라며 반박했다. 지역인재전형은 지방근무 기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형으로 1차 서류 면접 이후 일반 전형과 다른 채용 프로세스가 적용되고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다. 몇 천명이 지원하는 일반전형과 달리 해당지역에 지원한 구직자들과 경쟁을 펼치기 때문에 일반전형 채용절차 잣대로 평가하기 힘들다.

실제 국민은행의 당시 채용공고를 보면 지역인재 채용의 경우 해당지역 일정기간 근무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지역인재채용 지원시에도 일반직군 중 지역인재채용 지원이 별도로 분리돼 있다.

하나은행의 글로벌 우대로 합격한 지원자를 두고 금감원은 전형공고에도 없었던 우대조항을 끼워 넣어 합격시켰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외이사와 관련된 구직자라는 점에서 특혜채용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채용공고에 외국어 소통 가능자 우대라고 명시했다. 국내 대기업 채용을 보더라도 외국어가 능통한 해외대 출신에 대해 우대하거나 서류전형시 가산점을 부여한다. 통상적인 채용절차를 두고 단지 사외이사와 연관된 지원자라는 이유로 특혜채용으로 분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같은 채용 관련 시비는 비단 금융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과거에도 채용 과정을 두고 형평성 및 역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단적인 사례가 윤 회장 종손녀가 지원했던 지역인재채용이나 지방대우대 논란이다. 특히 2013년 정부가 내놓은 '지방대학 육성방안'에 따라 공기업과 대기업에서는 지방 고교출신 및 대학 출신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별도로 채용 인원을 할당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 출신의 진학 및 취업기회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차별이나 위헌 시비로 거센 후폭풍을 겪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채용비리 의혹을 어떤 잣대로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다만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해당기업의 인재상과 경영여건에 따라 인재를 채용하는 것을 두고 문제를 삼는다면 사기업의 채용통로가 더욱 경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대학 출신 합격을 위한 면접점수 조작 의혹과 특례채용 VIP 명단 여부도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서울대 등 특정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점수를 의도적으로 조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지역인재채용을 통해 지방대 출신 합격자가 50%에 육박했다는 점에서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일부 서울권 대학 출신을 채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방대 출신 구직자를 대거 채용했다는 사실을 제외한채 소위 SKY(스카이)로 불리는 대학만 부각됐다고 덧붙였다. 만약 관련 의혹이 사실이라면 고용정책기본법을 위배한다. 2014년 개정된 고용정책기본법은 근로자 채용시 학력을 이유로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모두 VIP명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할 부분이 없고 검찰조사에서 관련 내용을 해명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VIP명단 실체 여부는 검찰조사 결과까지 나와야 알수 있다는 얘기다

VIP명단은 뇌물공여에 해당된다. 일부에서는 일자리도 뇌물이 될 수 있느냐는 주장이지만 최근 KAI 채용부정청탁 사건의 대법원 판례에서는 뇌물수수 혐의로 인정됐다. 대법원은 금전·물품 등 재산적 이익뿐 아니라 사람의 수요·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무형의 이익도 뇌물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갑 위치에 있는 인물에 의해 적극적인 요구에 따라 수동적으로 응한 청탁인지에 따라 뇌물공여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VIP명단에 정부 주요 인사, VIP고객 자녀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은행입장에서 이들의 인사청탁을 거절할 수 없다는 점에서 청탁에 의해 어떠한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면 수동적 뇌물공여로 보고 뇌물죄가 아닌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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