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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을 위한 변명 [thebell note]

노아름 기자공개 2018-03-05 08:23:17

이 기사는 2018년 02월 28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상가격'은 공정거래 여부를 가르는 척도다. 앞서 하이트진로가 지탄받은 이유도 정상 범주에서 벗어난 '통행세'를 부과해 아들 회사를 키웠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직권조사가 한창인 아모레퍼시픽도 마찬가지다. 공정위는 원가와 유통마진의 적절성을 따져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부당 내부거래가 존재했는지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계열사 내에서 일감을 확보하는 건 전략적 판단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제조사 인수합병이나 사업부 인적분할로 사업재편을 꾸준히 해왔고, 수직계열 토대를 갖춘 뒤 관계사 간 거래로 사업을 꾸려왔다. 저력도 수직계열화에서 나온다. 그룹 울타리 내에서 제품을 생산해 영업상의 비밀을 보호할 수 있으며, 판관비 지출을 줄여 수익성 확보도 가능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시장질서를 교란시켰느냐의 문제가 남을 뿐이다.

아모레퍼시픽이 공정위의 타깃이 됐던 이유에 대해 최근 며칠간 요목조목 살펴봤다. 취재 과정에서 합리적인 의심이 생겼던 것은 사실이다. 자체 경쟁력으로 국내외에서 사랑 받았다는 점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나, 장녀 민정 씨에 대한 서경배 회장의 지분 증여 이후 계열간 내부거래가 늘어난 점은 숫자로 드러났다. 현장조사에 공정위 기업집단국 가용인원의 절반을 투입한 점도 시비를 가려볼 여지가 많으리라는 추론에 힘을 싣는다.

그럼에도 그간 아모레퍼시픽을 지켜봐 왔던 출입기자로서는 공정위의 직권조사가 '혐의 없음'으로 종결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깨끗하게 일군 기업이라는 점이 소명돼 '머쓱한 선두주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공정위라고 절대선을 대변하진 않는다는 점도 무게추가 기울게 만들었다.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린다지만 사명을 헷갈리는 웃지 못할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유통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시선이 유독 내수기반 기업으로 향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소비자가 친숙하게 여기는 기업에 공정위가 현미경을 들이대는 이유는 본보기식 희생양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업장이 국내에 포진해 있으니 건드려도 국가 대외 신인도에 큰 타격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여진다. 유통기업의 방어논리에 불과할 수 있으나 이러한 주장이 나온 맥락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사실이다.

오래 전부터 아모레퍼시픽은 기러기 편대론을 주장해왔다. 맨 앞에서 비상하는 기러기가 무리를 이끌듯 아모레퍼시픽이 후발주자가 가야 할 길을 터준다는 의미다. 회사가 키워낸 전문경영인은 'AP(아모레퍼시픽) 출신'이라는 훈장을 달고 원브랜드숍을 이끌어가기도 한다. 일단 공은 공정위로 넘어갔다. 현시점에서 조사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아모레퍼시픽의 비행 패턴을 답습하려는 기러기 부대가 제 방향을 유지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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