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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아파트 유감 [thebell desk]

김용관 자산관리부장공개 2018-03-19 08:01:44

이 기사는 2018년 03월 14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무조건 청약하라고 했습니다. 당첨만 되면 그 자리에서 5억을 벌어요. 역대 최고의 투자 상품이에요."

강남 PB들의 관심사는 '디에이치 자이 개포', 일명 개포8단지 분양에 쏠려있다. 현금 동원력이 있는 자산가들에게 이보다 더좋은 상품이 없다는게 이들의 판단이다. 이 아파트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청약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로또 아파트'로 불린다. 디에이치 자이 개포의 3.3㎡당 분양가는 4160만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방침에 따라 지난해 9월 공급된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 분양가와 동일한 액수로 결정됐다.

이 아파트 84㎡ 분양가는 13억~14억원대에 책정됐다. 주변의 개포 디에이치 아너힐스 아파트나 래미안 블레스티지 아파트 84㎡짜리 분양권 시세가 20억원을 넘기 때문에 당첨만 되면 6억∼7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4억~5억원은 먹고 들어가는 것이다. 당연히 자산가들의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1% 이자에도 돈을 빼가는 고객들 입장에서 청약을 안하는게 바보 짓이다.

문제는 분양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 규제. 정부는 지난해 7월 이후 분양가격이 9억원을 넘는 주택은 HUG의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 대상에서 제외했다. 시공사는 중도금의 40%까지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신용 보증을 하는 방식을 검토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결국 현금을 갖고 있지 않은 실수요자들은 청약시장에서 배제될 수 밖에 없게 됐다.

분양을 받으려면 계약금과 중도금을 합해 전용 63㎡는 7억원, 84㎡는 10억원의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전용 84㎡를 분양받으려면 계약금(10%)만 1억4000만원 가량 필요하다. 중도금은 8억원 정도가 있어야 한다. 무주택자가 전세금 대출이나 신용 대출로 이만한 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즉 돈 많은 자산가들이 청약의 주축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돈 많은 사람이 의외로 많아서 경쟁률은 치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이 무주택자일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절반을 추첨으로 배정하는 전용 85㎡ 초과분에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1주택자는 85㎡ 초과 분에 한해 1순위 청약이 가능하다.

현금이 없다면 청약해 봐야 소용이 없다. 덜컥 당첨됐다가 계약금과 중도금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면 향후 5년간 재당첨 제한에 걸리고 아까운 청약통장만 날릴 수 있다. 실제 로또 아파트 단지로 불렸던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서밋의 경우 128가구가 미계약·부적격 물량으로 드러났다. 예비 당첨자 계약에서도 이 물량을 소화하지 못했다. 현금 조달 능력이 부족한 계약자가 대거 포기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자산가들로 인해 완판됐다. 증권사 PB는 "청약 자격이 안되는 부자 고객들은 미분양 물량이라도 생기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값이 급락하지 않는 이상 '로또 아파트'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분위기다. 부동산 안정을 위한 정부 정책이 결과적으로 돈 많은 자산가들의 재산 증식에 기여할 것이라곤 아무도 생각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돈 놓고 돈 먹는 세상이라지만 4억~5억원을 앉은 자리에서 먹다니!

이쯤되니 "아파트 청약이 부자들만의 잔치가 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나온다. 수억원의 대박을 맞을 수 있는 로또가 뻔한데 부자들에게만 그 기회가 돌아가는게 과연 정당하냐는 말이다.

투기를 잡겠다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오히려 서민들만 청약 시장에서 배제시키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서민들 입장에서 돈 벌 기회는 물론이고 내집 마련의 꿈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평등한 기회'를 이야기하는 정부의 스탠스와도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비대해진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를 방치할 수도 없다. 해결책을 찾는게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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