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3월 20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최장수 CEO'의 타이틀을 공식화했다. 지난 16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 건이 무난하게 통과됐다. 2012년 12월 LG화학 대표에 오른 후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박 부회장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우호적이다. 특히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을 높게 인정받고 있다. 유가 등 불확실한 변수 속에서 베테랑의 선견지명이 빛을 발했다는 목소리다.
시장에서 박 부회장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배경 가운데 하나는 활발한 소통이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그는 의장으로 나서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비전을 설명하기도 했다.
최근 가장 인상적인 소통은 지난 9일 대산공장에서 가진 간담회다. 박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2020년까지 연평균 15% 성장할 계획을 밝혔다. 그가 올해 제시한 비전은 △시설투자 3조8000억원 △연구개발(R&D) 1조1000억원 △인재채용 1500명 △안전환경 투자 1400억원 등이다. 수치화돼 있어 이해하기 쉽고 분명했다. 최장수 CEO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더욱 눈에 띈 것은 박 부회장의 태도였다. 그는 입구에서부터 직접 기자들을 맞이한 뒤 1시간여 동안 프리젠테이션을 홀로 진행했다. 본격적인 행사 전 마이크 앞에 선 베테랑은 "아직도 떨리고 설렌다"는 소소한 고백을 하기도 했다. 프리젠테이션은 '진심'이라는 단어로 시작했다. 이내 화면은 '진수의 마음'이라는 문구로 바뀌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응답의 진수', 점심시간 때는 '진수성찬' 등 본인의 이름을 활용한 설명은 이어졌다. 1952년생 CEO는 그렇게 자신을 과감히 내려놨다.
그저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박 부회장은 회사와 업황 등 쏟아지는 질문에 하나하나 성실히 답했다. 회사에 불리할 수도 있는 질의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응답했다. 막힘 없는 그의 대답에서 40년 내공의 노련미를 엿볼 수 있었다. 점심시간 때는 테이블을 일일이 돌며 대화도 나눴다. 과거 현대석유화학 공동 대표이사 시절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의 일화를 꺼내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취임 후 매년 한 차례씩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에서 꾸준히 소통의 자리를 갖는 CEO는 박 부회장이 유일하다. 과거 LG화학 CEO들과도 차별화된 행보다. 이번 간담회에서 박 부회장은 "좋은 회사는 어려운 시기에 빛을 발한다"고 말했다. 그의 진솔하고 꾸준한 소통은 LG화학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내년 간담회에서는 어떤 청사진을 제시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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