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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의 변신 [thebell note]

노아름 기자공개 2018-05-08 08:15:11

이 기사는 2018년 05월 04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여섯 명의 남녀 직장인이 교차로 횡단보도 앞에 나란히 섰다. 이들이 올려다 본 시선 끝엔 롯데백화점 본점이 자리했다. 머리 위로는 "다 같이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는 문구와 "이제 남들이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합니다" 등 인사말이 적혔다. 지난달 27일 롯데쇼핑이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영상의 일부 장면이다.

롯데쇼핑은 언론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등 4가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최근 개설했다. 홍보실의 뉴미디어팀이 주축이 돼 대언론 창구인 '롯데쇼핑 라이브'를 지난달 30일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롯데쇼핑의 목표는 선명하다. SNS 계정을 기자들과의 실시간 소통 채널로 키워내겠다는 것. 이를 위해 초기에는 카드뉴스와 동영상을 주로 만들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뉴스 팩트를 체크하고 콘텐츠 밸류를 검증하는 단계까지 확장하겠다는 포부다. 쉽게 말해 롯데쇼핑 라이브가 '가짜 뉴스'에 대응하는 창구 역할을 일부 맡을 수 있다는 의미다.

롯데의 변신을 바라보는 유통업계 반응은 뜨겁다. 롯데쇼핑이 삼성전자의 뉴스룸과 유사한 모델을 시도한다니 흥미롭다는 의견에서부터, 롯데쇼핑에서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아직 모르겠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롯데는 직접 기획·제작하는 영상을 일주일에 두 차례 업로드할 계획이지만 이것만으론 콘텐츠의 총량이 부족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경쟁사 행보를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빼놓기 어렵다. 사실 기업에서 직접 뉴스를 생산하고 전파하는 브랜드 저널리즘은 유통업계에서도 생소하지 않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블로그는 웹진 형태를 띠고 있으며, 호텔신라 또한 공식 블로그 내 '알려드립니다' 카테고리에서 일부 보도에 대한 입장문을 내는 등 유사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롯데의 도전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롯데쇼핑이 채널 고유의 분위기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미래형 점포를 내놓으며 흐름을 주도하는 편의점과는 달리 백화점과 마트는 비교적 기존의 형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쇼핑 역시 유통그룹의 뿌리로 꼽히는 백화점을 주축으로 둬 대외적 변화에 대한 탄력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이미지가 있다.

롯데쇼핑의 변신은 "유통 대표주자가 새로운 시도에 나서보라"는 그룹의 의중이 반영돼 2~3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탄생했다. 그룹 후방지원에 힘입어 관련팀 인력이 보강됐고, 영상 편집과 디자인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외부 교육 일정도 잡혔다. 롯데쇼핑의 SNS 계정이 안착하면 유통 BU를 넘어선 계열사에도 해당 모델을 적용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혁신은 시행착오의 축적에서 나온다고한다. 실험이 성공으로 남을지 반면교사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경험 자체가 이미 성과가 아닐까. 활력을 되찾고자 노력하는 롯데쇼핑이 어떤 감각을 보여주게 될지, 롯데가 구상하는 미래상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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