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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틸, 유정용강관 수출 1위의 '명암' [격변기 중견 철강사]①성장 원동력 '美 시장', 잇단 고관세에 생산라인 현지화 시급

심희진 기자공개 2018-05-29 08:54:08

[편집자주]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대한민국 산업 근대화 중심에 이 쌀을 만드는 중견 철강사들이 있었다. 반세기 가깝게 산업의 텃밭을 지키며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글로벌 무역 마찰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고, 중국의 무차별 가격 공세로 수익성 확보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격변기 중견 철강사들을 둘러싼 각종 변수들을 살펴보고,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등 자체 경쟁력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5월 25일 13: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넥스틸은 유정용강관(OCTG) 대미수출 1등 기업이다. 30여년간 강관 생산 외길을 걸어오면서 남다른 기술력으로 미국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국내 생산라인의 90%를 해외 판매용으로 가동한 결과 2010년을 기점으로 대미 수출액이 2000억원대를 넘어섰다. 총 자산규모도 3000억원 수준까지 커졌다.

다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대미 수출량이 많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로부터 과도한 견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2~3년간 미국 정부는 넥스틸에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연달아 매겨왔고 그 결과 넥스틸의 영업이익은 100억원 초반대에 머물러있다. 가격 경쟁력 등에서 밀린 탓에 지난해 말부터 현지 수주실적이 전무한 상태다.

◇강관 외길, 폭발성장 원동력 '대미수출'

1990년 1월 설립된 넥스틸은 천연가스 채취 가스정 굴착에 필요한 케이싱(casing), 튜빙(tubing) 파이프 등을 제조·판매하는 업체다. 경상북도 포항, 경주 등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생산능력은 71만6000톤이다.

넥스틸이 업계에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07년부터다. 그해 2월 넥스틸은 미국석유협회(API)로부터 유정용강관 제조 자격을 확보했다. 유정용강관의 경우 API가 제정한 규격에 들어맞는 제품만 판매가 가능하다. API 5CT, API 5L 등의 품질 인증을 획득한 넥스틸은 해외시장 진출의 물꼬를 텄다.

미국 수출이 본격화된 이후 넥스틸의 실적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2008년 처음으로 매출액은 2000억원대를, 영업이익은 100억원대를 각각 돌파했다. 유정용강관의 대미 수출액이 1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난 덕분이다. 넥스틸은 포항공장의 5개 라인 중 4개를 수출용 제품 양산에 활용했다. 그 결과 몸집도 빠른 속도로 커졌다. 2006년 700억원대였던 자산총액은 2008년 1700억원으로 2배이상 늘어났다.

2010년대 들어 미국 정부가 셰일가스 개발을 독려하면서 유정용강관의 수요는 더욱 늘어났다. 넥스틸은 현지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2012년 1월 텍사스주 휴스턴 지역에 '넥스틸아메리카(NEXTEEL AMERICA)'를 설립했다. 같은 해 6월에는 경북 경주공장 인근에 넥스틸큐엔티(NEXTEEL Q&T)를 세웠다. 넥스틸큐엔티는 전기로 강관을 여러번 가열해 이를 단단하게 만드는 열처리 전문업체다.

유정용강관 부문 대미 수출량 1위 업체로 올라선 넥스틸은 성장 가도를 달렸다. 2010년 3800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13년 4000억원 중반대까지 늘었다. 자산총액은 설립 이래 처음으로 3000억원대를 넘어섰다. 영업이익도 2010~2013년 100억~200억원선을 유지했다. 셰일가스 개발 붐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4년에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설립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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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의 연이은 관세폭탄…'생산라인 현지화' 시급

위기는 미국 상무부가 2014년 7월 국내 강관업체들에 반덤핑 관세를 매기면서 시작됐다. 당시 넥스틸은 9.89%의 관세율을 부과받았다. 이후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4월 1차연도(2014~2015년) 연례재심 최종판정에서 넥스틸에 대한 관세율을 24.92%로 올렸다. 유정용강관 수출 2위인 세아제강이 2.76%의 관세율을 부과받은 점에서 넥스틸에 대한 제재가 과도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 2차연도(2015~2016년) 연례재심 최종판정에서도 넥스틸은 75.81%의 관세율을 맞았다. 이 역시 세아제강(6.75%)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2017년 10월 있었던 2차연도 예비판정 때보다도 30%포인트가량 높아졌다.

미국 상무부의 고강도 통상압박으로 유정용강관 수출이 어려워지자 넥스틸은 포항공장 생산라인 중 1곳을 잠정 폐쇄했다. 판매량 감소와 더불어 유가 하락으로 셰일가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2015~2016년 매출액은 2000억원대로, 영업이익은 100억~120억원으로 떨어졌다. 자산총액도 2013년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넥스틸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유정용강관 생산라인을 구축해 돌파구를 마련할 예정이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연내 완공될 휴스턴공장의 생산능력은 최소 15만톤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부터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제품에 쿼터제(수입할당)라는 또 다른 무역 장벽을 세웠지만 넥스틸엔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이미 넥스틸에 부과된 관세율이 너무 높아 수출 가능한 물량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산라인의 현지화만이 현재로선 유일한 해답"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자금여력이다. 2017년 말 기준 넥스틸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50억원에 불과하다.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도 200억원에 그친다. 휴스턴공장 설립에 필요한 금액이 약 4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부 차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넥스틸은 재무구조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외 강관업체와의 합작법인(JV)을 구성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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