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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 바라보는 은행들의 하소연 [thebell desk]

안경주 금융부 차장공개 2018-05-31 07:55:00

이 기사는 2018년 05월 30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발표하고 있는 금융개혁 과제를 보면, 새로운 규제가 생겨나는 느낌입니다. 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 금융회사와의 소통은 배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관치금융' 아니면 대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최근 만난 한 은행 임원의 얘기다. 금융당국에서 연일 생산적·포용적 금융과 관련한 정책을 발표하면서 정상적인 경영활동까지도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발표한 '동산금융 활성화 추진 전략'이 대표적이다. 이 방안은 지금까지 제조업만 이용할 수 있었던 동산담보대출을 모든 업종으로 확대하고, 반제품·완제품·매출채권·지식재산권 등 모든 동산을 담보로 인정하겠다는 내용이다. 또 동산담보를 활용한 국내은행의 대출을 대폭 늘리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동산담보대출 시장을 3년 내 3조원 규모까지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이 같은 정책방향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이번에 처음 나온 정책이 아닌데다 그간 금융당국이 드라이브를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산담보대출 상품의 활용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평균 동산담보대출 규모가 3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이를 감안하면 자칫 정책목표에 따라 동산담보대출이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희망퇴직 활성화 방안도 부정적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 28일 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은행권에서 희망퇴직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이 은행의 합리적인 인력운용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최 위원장은 희망퇴직과 청년채용을 연계한 세대 간 빅딜을 강조해왔다. 양질의 일자리인 금융권이 퇴직금을 상향 조정해서라도 희망퇴직을 늘리고 그만큼 적극적으로 청년채용에 나서야 한다는 뜻에서다.

하지만 은행들은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인력 감축, 점포 통폐합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퇴직으로 내보낸 인력만큼 신규 채용을 늘리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금융당국의 희망퇴직 활성화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은행들의 딜레마다.

은행 채용 과정에서 '은행 고시'로 불리던 필기시험을 부활시키고, 면접에 외부전문가를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올해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우리은행은 필기시험을 도입했고, 기업은행은 외부전문가를 면접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객관적인 평가 지표를 마련하라는 금융당국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채용 재량권을 인정해 주지 않는 조치라며 볼 멘 소리를 하고 있다.

어려운 중소기업을 돕고,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을 누가 탓하겠나. 하지만 은행들은 더 이상 '금융기관'이 아니라 시장원리에 따라야 하는 '금융회사'다.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강제가 아닌 충분한 소통과 합의가 중요한 이유다. 더 이상 생산적·포용적 금융을 내세운 금융개혁 과제들이 발표될 때마다 고개를 절레 흔들며 하소연하는 은행원들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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