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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화재, 계열사 대신 '시장' 택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당국 예상 빗나간 선택…순환출자 고리·오너 우회지원 시각 배제

신수아 기자공개 2018-05-30 19:20:18

이 기사는 2018년 05월 30일 19: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던 1조3850억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시장에 내놨다. 그룹의 지배구조상 핵심 위치에 있는 삼성전자 주식인만큼 계열사가 매입 주체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 경우 순환출자 고리와 오너가의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그룹은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해 '블록딜'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30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 주식 각각 2298만3552주, 401만6448주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방식은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이며 딜 규모는 약 1조3850억원이다.

삼성그룹은 그간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 처리 문제를 두고 장고를 이어왔다. 매각규모를 떠나 그룹 계열사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냐 등 매입 주체를 놓고고 수십가지의 시나리오를 고민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사로서 상대적으로 삼성전자 지분율이 낮은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보유지분을 가져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꼽혀왔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정비하고 있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그룹 전체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구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매각 대상이 된 지분은 지배구조상 핵심고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삼성물산에 팔지 않은게 의외라는 시각이 적지않다"라며 "그러나 보험 계약자의 자금이 오너가의 지배력을 우회적으로 강화하는 수단에 활용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자칫 후폭풍이 거셀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대부분은 1980년 이전에 취득한 것이다. 당시 재원은 고객에게 판매한 유배당보험으로 마련됐다. 유배당보험은 보험료 운용이익의 일부를 보험가입자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또한 계열사가 해당 지분을 매입하게 되면 자칫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될 수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신규순환출자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상황이다. 현재 삼성은 총 4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존재한다. 그중 2개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각각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발생하는 고리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확대하면 주요 4개의 순환출자 고리 역시 강화된다.

특히 최근 대기업을 둘러싼 금융 당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과 금융 소비자의 권리를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오너가에 대한 '우회지원'에 대한 의구심을 낳을 악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한편 우선 매각이 대상이 된 지분이 0.3%으로 소량에 불과하다. 설령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나 외인이 매도한다고 해도 방어가 가능한 수준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누가 해당 지분을 매입하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며 "삼성전자가 최근 배당성향을 높인데다 할인률이 적용되면 시가보다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는 만큼 시장의 반응은 우호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블록딜 소식이 전해진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오버행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증시에서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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