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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익재단]서울시 추천 인사 포진, 눈길 끄는 '묘한 인연'[하나금융공익재단]사실상 기부금 수입 '제로', 목적사업 재원 고갈 우려

안경주 기자공개 2018-07-25 13:10:00

[편집자주]

국내 금융사들이 이윤을 사회에 돌려주겠다며 공익법인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교육·장학사업부터 사회복지사업, 의료·보건사업 등 분야도 다양하고 기부금(출연금) 규모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공익법인이 설립 취지에 맞춰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상황이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을 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 실태를 발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더벨에서는 은행·보험·여전사 등이 설립시 출연하거나 최근 3년간 출연한 바 있는 공익법인 37곳(설립 1년 미만 제외)을 대상으로 운영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7월 20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묘한 인연.'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회에 서울시가 추천한 인사들이 포함된 것을 두고 나오는 얘기다. 하나금융공익재단에 출연한 하나금융그룹이 서울시와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하나금융과 서울시의 인연은 하나금융공익재단이 설립됐던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이 문화예술 지원활동 차원에서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기획·지휘하는 '서울시향 베토벤 심포니 사이클'을 후원하면서 깊은 인연을 맺었다. 하나금융은 이후 매년 서울시향의 대표적 공연을 후원하고 있다.

또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지낸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시가 운영 중인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현 서울시향 이사장을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맡고 있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회에 서울시 추천을 받은 이사를 포함시키면서 인연의 끈이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8명의 이사회 멤버 중 2명 '서울시' 몫

하나금융공익재단 규모
사회복지법인 하나금융공익재단은 300억원 규모로 2006년 출범했다. 하나은행, 대한투자증권·하나증권(현 하나금융투자), 하나캐피탈이 공동 출연했다.

설립 당시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초대 이사장을 맡았고, 박은숙 고려대학교 간호대 학장, 이계경 한나라당 의원, 이근웅 변호사, 장용성 매일경제신문 상무, 천진석 하나증권 고문 등이 이사로 선임됐다.

재단에 출연도 하지 않은 서울시가 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물론 처음부터 서울시 추천을 받은 인사들이 재단 이사회에 포함된 것은 아니다.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회에 서울시 추천 인사들이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다.

2012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으로 사회복지법인의 경우 외부기관의 추천을 받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업법 제18조에 따르면 법인은 이사 정수의 3분의 1(소수점 이하는 버린다) 이상을 시·도사회보장위원회 또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 외부기관이 추천한 사람 중에서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이 출연한 하나금융나눔재단이 외부기관 추천 이사를 두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하나금융나눔재단은 하나금융공익재단과 달리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됐다.

2014년부터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를 맡고 있는 권문일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장재구 중앙사회복지관 관장이 서울시 추천을 통해 선임된 인사들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사회복지사업법과 관련법 시행령에 따라 외부추천을 받아 이사를 선임하도록 되어 있다"며 "주무관청인 서울시로부터 추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통상 전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금융계 공익법인의 특성상 시·도를 주무관청으로 두는 것은 이례적이다.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외환은행나눔재단(현 하나금융나눔재단)과 IBK행복나눔재단의 주무관청은 각각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로 되어 있다. 금융업계에선 하나금융공익재단을 설립한 김승유 전 회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인연을 눈여겨 봤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임기를 끝마친 시점은 2006년 6월30일, 하나금융이 하나금융공익재단을 설립한 것은 2006년 10월이다. 4개월 가량 시차가 있지만 설립 준비시간 등을 고려하면 개연성이 없다고 보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최근엔 하나금융 출신 인사들의 참여도 눈에 띈다. 하나은행 출신으로 상무·전무이사, 총괄 부행장을 거쳐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윤교중 전 하나금융 부회장이 2012년부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올해 2월부터 하나은행 부행장과 하나대투증권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임창섭 전 사장이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하나금융공익재단 재무평가 지표

◇재원 부족 우려하는 이사회

하나금융공익재단은 노인요양시설 건립운영, 영유아 보육시설 건립운영, 사회복지지원사업 및 임직원 자원봉사활동을 주된 사업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노인 요양시설과 영유아 보육시설의 건립과 운영을 통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에 하나금융공익재단은 설립 당시 10년 안에 노인 요양시설 20개소, 영유아 보육시설 10개소를 운영하겠다는 포부였다. 재원도 전 임직원이 참여해 연간 20억원의 기부금을 모집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나금융그룹 계열사들이 한꺼번에 300억원을 출연한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지난해 하나금융공익재단의 기부금 총액은 12만4241원이었다. 2016년 기부금은 1만원에 불과했다. 설립 당시 목표했던 연간 20억원에 한참 못미치는 금액이다.

현재 하나금융공익재단은 설립 당시의 출연금을 기본재산으로 해 매년 이자수익 등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인건비 등 운영비를 고려하면 부족하다. 이마저도 그동안 저금리 기조로 인해 줄어들었다. 2015년 3억3000만원 가량이던 재단 수입(이자소득·배당소득·부동산임대소득)은 2016년 2억3400만원, 2017년 2억1400만원 등 감소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재단 이사회 내에서 조차 사업 재원 고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지난해 12월 열린 이사회에서 일부 이사들은 "기본재산은 사용하지 못하고 보통자산만 사용한다면 곧 재원이 고갈될 수 있다"며 "(하나금융그룹의) 추가 지원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운용수익과 기부금이 줄어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게 윤 이사장의 답변이었다. 결국 재단의 재무상태가 불안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금융공익재단의 출연금 소진율이 낮아 기부금을 낼 계획이 아직 없다" "향후 (재단으로부터)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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