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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17을 대하는 보험사의 자세 [thebell note]

신수아 기자공개 2018-07-26 08:28:33

이 기사는 2018년 07월 25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업계의 숨 가쁜 자본확충 레이스가 한창이다. 당장 내년 RBC 비율의 고삐를 죄는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된다. 3년 내 현실화할 새 회계기준(IFRS17)을 준비하는 마음도 급하기만 하다.

최근 관련 제도를 두고 업계의 볼멘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보험사 준비 상황과 수용 가능성을 고려해 도입 시점을 일부 유예해 달라는 요지다. 그러나 이미 5년 전부터 새 회계제도 준비를 당부했던 금융당국은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

보험사의 부담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업계는 지난 한 해 동안 약 5조원의 자본을 수혈했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는 신용도에 따라 적게는 3%, 많게는 7%에 이르는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보험 상품과 회계 시스템도 원점에서 다시 구축해야 한다. 개발 비용이 적지 않다. 어림잡아도 수 천억원이다.

심리학에는 '부작위 편향(omission bias)'이란 개념이 있다. 인간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발생하는 작위에 의한 손실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부작위에 의한 손실에는 둔감하다. 쉽게 말해 당장 자본 확충과 시스템 정비에 투입되는 수 천억원의 비용은 작위에 의한 손실이다.

새로운 제도는 보험사의 부채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공정가치)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가 가입자들에게 약속한 보험금 지급 의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지 여부가 명확해진다. 그간 보험 회계는 자산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평가해 균형이 맞지 않았다. 이로 인해 보험사 건전성 지표에는 착시효과가 발생하고 리스크 측정은 한계가 따랐다.

실제 제도 도입이 예고된 후 이뤄진 시뮬레이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새 기준에 맞추면 국내 보험사 전체의 자본금이 3분의 1로 쪼그라들어 자본잠식에 빠지는 보험사가 다수 나올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과거 확정형 고금리 상품을 경쟁적으로 판매했던 보험사들은 자본 적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는 진단도 뒤따랐다.

역설적으로 그간 보험사가 외면했던 내재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는 언젠가 보험사가 짊어져야 할 비용이다. 부작위로 인한 손실은 결코 적지 않다.

자산·부채 평가 기준을 통일하는 새 회계제도는 보험산업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변화시키는 단초다. 장기적으로 보험업의 구조를 개선하고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만드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당장의 손실보다 미래 가치에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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