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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적합업종, 경제적 역기능 고려해야" [2018 더벨 유통 포럼]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시장 질적 성장과 규모 확장 걸림돌 우려"

안영훈 기자공개 2018-07-25 15:50:52

이 기사는 2018년 07월 25일 13: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돼 올해 연말 시행을 앞둔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는 과연 안착할 수 있을까.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운용 방안 및 세부 지침도 명확하지 않아 제도 시행 과정에서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본 -크기변환_2018 thebell(더벨) 유통 포럼
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사진)은 25일 더벨이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2018 더벨 유통 포럼'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서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의 이전 버전인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시행 경험을 바탕으로 우려되는 경제적 역기능과 문제점에 대해 발표했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자율적 합의를 기반으로 시행되고 있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보다 한발 더 나아간 제도다. 실제 민간 자율적 합의로 시행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와 달리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는 불이행시 법적 강제성과 구속력을 가지게 된다.

윤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진입자제, 확장자제, 사업이양, 사업축소 등 4가지 권고를 내릴 수 있었지만 이행에 대한 법적 강제성과 구속력이 없었다"면서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대기업은 해당 업종에 대한 시장 활동 및 참여가 제한되고, 참여 제한 명령 위반시에는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의 시정명령을 받게 되고 불이행시에는 매출액의 5%이하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받게 된다"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혁신을 통해 시장 규모 자체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 예로 지난 2013년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중고차 판매업의 사례를 소개했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도 중고차 시장은 소위 '레몬 마켓'이라 불리며 영세사업의 대표적 분야였다. 하지만 미국의 서킷시티그룹(circuit city)에서 사업 다변화를 위해 카맥스(carmax)를 설립했고, 소비자의 신뢰 확보와 연계 산업과의 긴밀한 관계 구축을 통해 단시간 내 미국 중고차 시장의 절대강자로 부상했다. 대규모 자금력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면서 영세 사업을 수익성 높은 혁신사업으로 바꾼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 카맥스와 유사한 전략을 취하며 중고차 시장에 발을 내딛은 대기업 계열 SK엔카의 경우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과 함께 매출 정체 상황을 맞게 됐고, 결국에는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국내 중고차 시장의 질적 성장과 시장규모 확장을 지체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카맥스와 SK엔카 비교사례 등을 통해 윤 연구위원은 생계형 적합업종의 운용방안 및 세부지침을 마련할 때 관계자들이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며, 이때 몇가지를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와 이윤 창출이 가능할 경우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고 성패 여부는 시장이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판단의 기준을 정할 때 소비자 효용 증대에 기준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 진입장벽은 소비자 효용 감소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시장 진입 장벽에 따른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해당 업종 선정시 정부의 강제적 규제가 아닌 시장 참여자간 자율적 규제의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발표 요약문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는 현 정부의 출범과 함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제시되며 추진됐다. 선거 공약으로 발표가 됐는데,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주요 정책 중 하나로 제시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법제화를 추진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의 도입을 2016년부터 추진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는 최초 지정 후 3년간 유지되고, 1번에 한해 3년간 연장이 가능하다. 6년이 지나면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생계형 적합업종의 도입은 예상보다 추진이 지연됐으나, 관련 법안이 지난 5월 국회에서 통과돼 올해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아직 세부 조항은 마련되지 않았다. 제도가 어떻게 시행될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기 어렵다. 앞서 시행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토대로 예측해 볼 수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는 본질적으로 시장의 진입장벽을 만드는 제도다. 심의위원회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15명 이내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생계형 적합업종의 지정·해제를 심의하게 된다. 소상공인 8명, 소·중·대기업을 대변하는 단체에서 각 2명씩, 동반성장위원회 2명, 정부 5명으로 구성된다.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의 경우 이행강제금 제도가 설정된다. 시정명령 불이행시 매출액의 5% 범위내에서 1년에 두번 범칙금을 부과하게 된다. 강제성을 띈다는 점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와 달리 항시적으로 적용 가능하다. 5년동안 지정되고, 이후 5년마다 재신청을 지속해서 할 수 있다. 지정된 업종의 경우 대기업, 중견기업의 진출이 불가능해진다.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둘레가 쳐지게 된다.

현재 어떤 식으로 법안이 실행될지는 아직 구체화 되지 않았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사례를 토대로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해 볼 수는 있다.

중고차 판매업을 통해 예상해 볼 수 있다. 중고차 판매업은 굉장히 큰 시장이다. 전국에 5000여개의 매매업체가 존재하고, 5만명 정도가 종사하고 있다. 단순계산해보면 업체당 평균 종사자 수가 10명 가량이 되는데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상태로 향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탈바꿈할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폐해를 알 수 있는 사례가 있다. 대기업인 SK가 2011년 SK엔카를 만들어 중고차 매매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더이상 성장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지난해 중고차 판매업에서 철수를 발표했다.

SK엔카는 미국의 최대 중고차 판매업체인 Car Max와 유사한 형태로 성장곡선을 그렸다. Car Max는 소비자들에게 신차를 구매한 것과 거의 동등한 품질을 보장 받게 된다. 중고차 구매 이후 한달 이내에 반납이 가능하고, 신용판매도 가능하게 했다. 이를 통해 Car Max는 2001년 5만 5000대에서 현재 65만대의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다. 매출액 규모는 120억달러에 달한다. 초기 중고차 매장수가 5개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160개 이상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SK엔카도 보증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품질을 보장하려고 했고 이를 통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중고차매매업이 2013년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정체되기 시작했다. 사실상 SK가 중고차 시장에서 반 강제적으로 퇴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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