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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지분, 안정적 대물림 '숙제' [지배구조 시험대 오른 삼성]증여·상속세만 5조 평가, 일부만 매도해도 총수 지배력 타격

김장환 기자공개 2018-09-11 08:00:09

이 기사는 2018년 09월 10일 14: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을 위한 또 다른 숙제는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증여 및 상속 문제다. 상속세만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분이어서 증여·상속이 손쉽게 이뤄질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이 회장이 오랜 기간 와병 중이란 점에서 보면 삼성은 이에 대한 해법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삼성 총수일가가 이 회장 지분을 안정적으로 물려받지 못할 경우 삼성 지배구조에 미칠 충격파는 상당하다. 삼성전자는 총수일가 지배력이 그리 높지 않은데다 각종 법안 개정시 해소해야 할 계열사 지배 지분이 상당수다. 지분율 약화가 뻔해 보이는 상황에서 삼성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되는 합병안과 지주사 체제 전환을 모두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건희 보유 삼성전자 지분 증여세 '5조원' 육박

이건희 회장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은 총 2억4927만3200주다. 지분율로는 3.88%에 그치는 수준이지만 평가 가치는 엄청나다. 9일 오전 장중에서 거래 중인 삼성전자 주가(4만5000원)를 고려하면 이 회장 보유 주식 총 가치는 11조2172억원에 달한다. 기부 등을 선택하지 않는 한 홍라희 여사와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서현 사장에게 상속 혹은 증여될 주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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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총수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공고하지 않다. 이재용 부회장 등 순수하게 총수일가가 보유 중인 지분은 5.37%에 그친다. 계열 및 관계회사인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삼성화재 등 지분을 모두 더해도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 이들 지분을 모두 합해 19.32% 정도다.

더욱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중 상당수를 해소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보유한 삼성전자 보유 지분은 약 10%대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 등이 보유할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율을 4~5% 남짓까지 떨어뜨려야 한다. 이 경우 총수일가 지분을 합쳐 삼성전자에 대한 그룹 지배력이 14%대까지 낮아진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총수일가가 전량 안정적으로 받아내기도 어려워 보인다. 엄청난 수준의 상속세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30억원 넘는 주식 유증시에는 세율이 50%에 달한다. 누진공제액 4억6000만원과 상속시 장례비와 개인 채무, 감정평가비용 등 각종 상속공제액은 여기서 제외된다. 경영권을 수반한 최대주주 주식 상속시에는 최대 30% 할증율을 붙인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이 5% 미만에 그친다는 점에서 보면 할증율이 붙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5조원 넘는 자금을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가 상속 및 증여세로 내야 한다. 삼성 총수일가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부를 소유한 재벌집단이라고 해도 개인 자금으로 이 정도 수준의 세금을 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회장 지분을 상속재원으로 활용하는 게 가장 그럴듯한 방법이다. 2017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으로 주식 물납은 불가능하다. 지분을 매도해 마련한 자금으로 상속세를 내야 한다. 결국 이 회장 보유 지분 중 절반 가량을 매도해 상속세를 내야 할 수도 있다. 삼성 총수일가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율이 13%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삼성SDS 합병·지주사 전환 '포기'…삼성전자 지배력 지키기 '난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견고하기 위해 가장 좋은 해법은 오래 전부터 거론돼 왔던 삼성SDS와 합병을 꼽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67%에 불과하지만 삼성SDS 지분은 9.2%에 달한다. 이부진·서현 사장도 각각 3.9% 지분을 보유 중이다. 삼성SDS를 물류부문과 IT부문으로 인적분할하고 삼성전자와 후자를 합병하게 되면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총수일가→삼성물산→삼성SDS→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그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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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삼성SDS는 지난 2016년부터 이를 실현할 가능성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물적분할 등을 통한 사업부 재편은 있을 수 있지만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를 위한 인적분할 등 지배구조 재편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동시에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등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지주회사체제 전환 절차 역시 추진하지 않을 것이란 뜻을 명확히 했다. 지주사 체제 전환 포기를 지난해 선언했다. 향후 삼성SDS와 지주사 체제 전환 등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주주들과 시장의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와 삼성SDS 합병과 지주사체제 전환 모두를 포기하게 되면 총수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지키기 위한 방법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당장 가능한 시나리오는 삼성물산이 직접 대규모 자금을 들여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는 방법 정도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상당수를 해소해야 하고, 또 총수일가가 이 회장 지분을 모두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다는 가정 하에 보면 삼성물산을 동원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정작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확보를 위한 실탄이 넉넉지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 지분 1%를 확보하는데 필요한 자금만 2조원이 넘는다.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2조1783억원대 현금성자산(6월 말 별도기준)을 모두 쏟아 부어도 1% 지분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삼성물산이 과거 제일모직과 합병을 두고 배임 등 논란을 꾸준히 사왔다는 점에서 향후 총수일가의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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