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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 이동걸 산은 회장, 풀어야 할 과제는 현대상선 지원·대우건설 매각 등 현안 산적

정미형 기자공개 2018-09-12 10:13:06

이 기사는 2018년 09월 11일 1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1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그간 쉴 새 없이 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며 급한 불을 꺼온 그다. 그 과정에서 원칙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이동걸식(式) 구조조정'이 힘을 발휘해왔다.

하지만 남은 임기 2년, 산적해 있는 현안에 넘어야 할 산이 더 높아 보인다. 당장 조선·해운 등 전통제조업이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고, 대우건설·KDB생명 등 자회사 매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경쟁력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

◇ 구조조정 원칙주의자 평가, '고통 분담' 핵심

이 회장은 지난해 취임 때부터 구조조정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국가 경제와 대상기업에 최선이 되는 판단 기준과 엄정한 원칙, 투명한 절차에 따라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금호타이어 구조조정을 맡았을 때도 '독자생존 가능성'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이해 당사자인 기업들이 고통 분담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중국 더블스타에 해외 매각을 반대하며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이 회장은 원칙을 굽히기보다 끈질긴 설득 끝에 협상을 매듭지었다.

STX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이 원칙을 고수했다. 산은은 STX조선이 비용을 감축하는 등 체질 개선을 하지 않으면 추가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정비 40% 절감을 위해 대규모 인력감축안을 골자로 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STX조선 노조의 반발은 거셌지만, 산은의 요구에 5년 안팎의 무급 휴직과 임금 삭감 등을 제시하며 합의에 성공했다.

한 금융 관련 연구원은 "구조조정이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되면 안 되기 때문에 원칙을 가지고 하는 수밖에 없다"며 "이동걸 회장의 원칙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GM 처리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독자생존 원칙을 유연하게 적용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기존 원칙이 흔들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애초 이 회장은 한국GM과 같은 조건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마지노선이라고 밝혔지만, 여기서 한발 물러났다. 산은은 신규 자금 7억5000달러 전액을 출자 방식으로, GM은 36억 달러를 대출 방식으로 투입했다. 문제는 산은이 투자한 자금은 출자전환이라 변제 시 후순위로 밀려난다는 점이다. 이에 산은은 지분율을 지켜 비토권(거부권)을 얻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하지만, 앞으로 있을 구조조정 향방에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원래 앞세운 원칙대로 산은도 GM처럼 대출 형태로 투자했어야 형평에 맞는다"며 "그간 한국GM에 어떤 일들이 있었나 면밀히 들여다보고 부실 원인을 제대로 파악했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 현대상선 경쟁력 회복, 대우건설·KDB생명 매각은 과제

지난 1년간 원칙주의자 이동걸 회장의 모습이 부각됐다면, 앞으로 평가받아야 할 시간은 더 많다. 남은 임기 2년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당장 현대상선 지원 문제가 시급하다.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상선에 5조원 규모의 자금을 향후 5년간 추가 투입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과 일정에 관해선 결정된 게 없다. 현대상선 재원 마련과 더불어 경쟁력 회복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매각 시기를 늦춘 대우조선 정상화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드릴십 부실을 털어내는 등 재무여건이 호전되면서 연말까지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인수할 후보자가 없다는 점에서 매각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2~3년내 후보자가 나올 가능성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올해와 내년 목표수주량을 달성한다고 해도 조선업 경기가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는 만큼 대우조선의 경쟁력 유지와 함께 재무건전성 등을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

대우건설과 KDB생명 매각 이슈도 남아 있다. 이 회장은 두 회사의 매각을 2020년까지 미루고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11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높은 가격을 주지 않으면 안 팔겠다가 아니라 조급하게 팔 생각이 없다"며 "앞으로 2~3년의 기간 동안 경영 정상화 시키고 경쟁력 높여서 민간에 매각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남북경협과 관련해 대우건설의 유용성이 커져 매각 가치가 훨씬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대우건설 주가는 11일 기준 5610원으로 적정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KDB생명도 2014년~2016년 3차례에 걸쳐 매각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한 경험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 가능성과 중요성이 더욱 커질 거로 예상된다"며 "구조조정은 산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동걸 회장이 국책은행 수장으로서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을 조율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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