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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우드CC의 위기

진현우 기자공개 2018-10-25 09:42:48

이 기사는 2018년 10월 23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전회생계획안(P플랜) 형태로 회생절차를 밟던 ㈜버드우드의 앞날이 깜깜해진 건 지난 18일. 이날 대법원은 신탁공매로 골프장 소유권을 취득한 인수자도 회원들의 권리·의무를 승계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기존의 판례를 뒤엎는 결과에 골프장 업계는 잔뜩 움츠러든 형국이다.

특히 ㈜버드우드 회생을 진두지휘해 온 일광레저개발은 씁쓸함을 넘어서 좌절감에 빠진 상태다. 기존 회생계획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최대 주주이자 신탁채권자인 일광레저개발은 회생계획안 인가를 위해 회원들에게 협상 주도권을 내어주게 생겼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1주일 전, ㈜버드우드의 2·3차 관계인집회가 연기됐다. 일광레저개발과 골프장 회원들이 입회보증금의 현금 변제비율을 두고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광레저개발은 현금 변제비율로 20.32%와 채권액의 10%에 해당하는 쿠폰을 제시했었다.

변제 조건은 회원들의 동의를 이끌기에 부족했다. 일광레저개발은 가결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동의율 50% 확보에 그쳤다. 회생채권 가결요건인 66.67%에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신탁공매를 진행하면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며 회원들을 회유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회원 압박용 카드였던 신탁공매는 이젠 활용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양측의 입장은 18일을 기점으로 180도 분위기가 역전됐다. 일광레저개발은 회원들이 변제비율 상향을 요구하면 들어줄 수밖에 없는 위치로 전락했다. 회생채권 변제 순위도 밀릴 가능성이 높아져 채권 회수도 불확실해졌다. 결과적으론 관계인집회 연기 결정이 더할 나위 없이 후회스럽게 됐다.

일광레저개발은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뿐일 것이다. 다만 이대로 대중제 전환을 포기하면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버드우드는 지난 2004년 이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적이 없다. 해마다 쌓인 미처리 결손금만 어느새 1510억원에 달한다. 회생절차 말곤 살아남을 방도가 없다는 말이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건, 욕심을 버리고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일이다. 대척점에 섰던 회원들과의 관계 회복은 더더욱 중요해졌다. 일광레저개발이 계획했던 대로 P플랜을 통해 대중제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대법원 판결의 여파를 그대로 맞아 회생절차를 중도 포기할지 업계가 지켜보고 있다. 좋은 선례를 남길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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