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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은 완고하던 MBK를 어떻게 돌려세웠나 FI 스틱이 결정적 역할…자금증빙 앞세워 거래종결 믿음 준듯

한희연 기자공개 2018-10-29 14:42:05

이 기사는 2018년 10월 29일 11: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웅진의 코웨이 인수의지에 대한 MBK파트너스(MBK)의 입장은 냉랭했다. 6년 전 코웨이 인수 당시 겪었던 웅진의 태도에 워낙 데였던 터라 두번 다시 협상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코웨이는 결국 웅진이 되사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웅진에 대해 유독 매몰찼던 MBK에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MBK를 돌려세운 웅진의 결정적인 '한 수'가 과연 무엇이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웅진에는 안 판다던 MBK, 두달 만에 코웨이 SPA 체결

29일 오전 웅진그룹은 MBK와 코웨이 주식 22.17%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1635만 8712만주를 약 1조 6850억 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인수 주체는 웅진씽크빅이다. 웅진 입장에서는 지난 2013년 MBK에 코웨이를 넘긴 후 6년 만에 다시 되찾아오는 셈이다.

웅진은 그룹의 전신인 코웨이를 다시 되찾아오기 위해 지속적으로 MBK에 구애를 펼쳐왔다. 하지만 MBK의 반응은 냉담했다. 웅진은 그동안 씽크빅을 인수 주체로 내세우고 스틱인베스트먼트를 재무적투자자(FI)로 끌어들이고 한국투자증권도 인수금융 파트너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혀 왔다. 대략의 인수구조가 올초부터 세간에 떠돌았지만 정작 양측은 제대로 된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은 적이 없다고 알려졌다.

때문에 MBK가 웅진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여기엔 MBK가 코웨이를 인수할 당시 겪었던 '뒷통수를 제대로 맞았던' 경험이 한 몫 했다. MBK가 코웨이를 인수할 당시 본계약 체결 후 잔금 납입을 앞두고 웅진이 기습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그 사건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MBK에 대한 웅진의 '원죄'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당시 MBK와 웅진의 잔금납부 기한은 2012년 10월 4일이었으나 웅진이 납부기한을 앞당겨 달라고 요구, 10월 2일로 조정했다. 웅진은 이 잔금납입 확약서를 레버리지 삼아 금융권으로부터 차입까지 감행했다. 하지만 9월 25일 극동건설이 1차 부도를 맞았고, 26일엔 협상대상자인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와중에 윤석금 회장 일가는 보유 지분을 팔아 현금을 챙기기까지 했다.

그런 사이 협상대상자인 MBK는 법정관리 전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웅진의 요청으로 잔금납입 확약서를 써 준 상태였다. 우여곡절 끝에 법정관리 이전 MBK와 계약의 효력을 법원이 인정, 코웨이를 인수할 수 있었지만 MBK입장에서는 이미 이때 웅진에 대한 신의는 땅으로 추락한 상태였다.

웅진이 인수의지를 밝히면 밝힐 수록 MBK는 뒤로 더 물러 앉았다. 지난 8월 웅진그룹이 스틱과 손잡고 코웨이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에는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 "웅진에 대한 매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9월에는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블록딜을 단행, 5% 지분을 시장에 내팔기도 했다.

◇ '원죄' 딛고 협상테이블 앉기까지…사실상 스틱의 작품

MBK가 완강한 태도를 한달만에 바꾼 데는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힘이 컸다고 알려지고 있다. 웅진그룹에서 매력적인 조건을 넣은 인수 제안서를 여러차례 보내도 소용없었던 MBK 태도가 스틱의 역할로 바뀔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스틱은 이달 중순 MBK를 직접 찾아가 협상을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때마침 지난 24일에는 사모펀드협의회 회장사로 MBK가 부회장사로 스틱이 선정되기도 하면서 스킨십의 기회가 늘었다.

웅진에는 굳게 닫혀 있었던 MBK도 동종업계에 있는 스틱과는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MBK도 '신의를 저버린 일련의 사건들로 껄끄러움은 남아 있지만, 딜에 임함에 있어 '프로는 프로다워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이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스틱으로 물꼬를 튼 협상은 빠르게 진척을 이뤄 결국 29일 SPA 체결까지 이끌어냈다.

감정을 배제한 채 딜적인 측면에서만 봤을 때 MBK가 가장 고려해야 했던 부분은 결국 '자금증빙'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MBK는 이미 세차례 자본재조정과 두번의 블록딜, 매년 이뤄졌던 배당 등을 통해 코웨이 투자자금 대부분을 회수했다. 따라서 매각에 있어 '거래종결성'은 중요한 쟁점 중 하나로 부각됐을 것이고, 상대가 그만한 자금을 준비해 올 수 있느냐를 유심히 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스틱과 웅진은 코웨이 인수자금 준비에 있어 오랜 기간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고 알려졌고 실제로 이 점을 MBK에 부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웅진은 코웨이 인수를 위해 웅진씽크빅을 인수주체로 내세웠다. 다만 전체금액의 절반을 인수금융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자금의 절반씩을 웅진씽크빅과 스틱이 부담한다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웅진씽크빅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4000억 원 정도다. 웅진씽크빅은 이에 앞서 지난 8월 유상증자를 시행하는 등 작업을 벌인 결과, 현재 보유 현금과 현금창출력 등을 감안하면 큰 부담이 없는 상태다. 스틱의 경우 한국투자증권이 LP로 참여, 출자금 전액에 대해 총액인수(underwriting) 확약을 해주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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