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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줄줄이 퇴장' 무한경쟁 시대 예고 [부동산신탁사 지각변동]②개인주주 맨파워 의존 한계, 대기업·금융그룹간 경쟁 본격화

이승우 기자공개 2018-11-08 08:19:40

[편집자주]

부동산신탁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성에 금융그룹을 포함한 대기업들이 신탁업 진출을 노리고 있다. 그 사이 기존 대주주들도 엑시트를 계획하고 있다. 정부는 신규 신탁회사 진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부동산신탁산업이 새로운 도약을 할지, 경쟁 과다로 침체의 길을 걸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 기사는 2018년 11월 06일 15: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규성(코람코), 이용만(무궁화), 정서진(아시아), 이병철(하나), 유재은(국제). 자타공인 부동산신탁업계 1세대들이다. 네임밸류 자체가 '시작이자 끝'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던 인물들이다. 재무부 장관 출신에다 언론인 그리고 벤처로 시작해 이제는 금융그룹 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들이 부동산신탁업계에서 서서히 발을 떼고 있다.

그들의 빈자리는 또 다른 개인이 아닌 대기업들이 채워 나가고 있다. 그동안 맨파워에 기댄 부동산신탁 시장이 자금력에 기반한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했다는 이야기다. 자금력을 갖춘 곳과 그러지 못하는 곳과의 차이는 불가피해졌다.

◇'맨파워'에 기댄 1세대의 퇴장, 대기업이 빈자리 채운다

부동산신탁회사는 정부 주도의 공공기관 성격이 강했다. 1990년대 부동산 광풍을 가라앉히기 위해 토지거래를 수반하지 않고 아파트나 주택 상가 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으로 도입했다.

공공기관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정부 출신 인사들이 부동산신탁업계에 자연스럽게 유입됐다. 현재 11개인 부동산신탁회사중 2곳이 재무부 장관 출신이 최대주주이거나 최고경영자다. 이규성 코람코신탁 회장과 이용만 무궁화신탁 회장이 그들이다.

코람코자산신탁과 무궁화신탁 외에 부동산신탁업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개인 자금으로 창업한 이들도 있다. 정서진 아시아신탁회장과 유재은 국제자산신탁 회장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최대 주주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개인 최대주주인 동시에 그들의 맨파워가 경영의 최고 무기였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신탁회사를 설립하며 경영까지 맡았던 1세대들은 그들의 네임밸류 그 자체가 큰 경쟁력이었다"고 말했다.

이 1세대들이 차츰 퇴장을 하고 있다. 이병철 전 다올부동산신탁 대표는 수년전 지분을 하나금융지주에 모두 넘겼고 이용만 회장 역시 법무법인 출신 오창석 부회장에게 대부분의 지분을 팔았다. 아시아신탁의 정서진 회장은 신한금융에, 이규성 회장 역시 개인주주협의회 지분을 LF에 넘기는 작업을 하면서 퇴진 수순을 밟고 있다. 유재은 국제자산신탁 회장도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지분매각은 부동산신탁업계에 큰 의미가 있다. 부동산신탁업계 1세대들의 퇴진이라는 것과 함께 맨파워에 기댄 개인주주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 개인 최대주주의 빈자리는 금융그룹을 포함한 대기업군이 채우고 있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신탁업이 정부 허가로 시작된 업종이어서 공공적인 성격이 강했다"며 "그 특성을 잘 활용하면서 1세대들이 성장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경쟁 예고, 금융그룹간 경쟁 '주목'

1세대의 퇴진으로 부동산신탁업이 점차 민간시장의 성격이 더 강해질 예정이다. 1세대들 대부분이 정부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도 시장논리를 강조하며 경쟁을 더 유도하겠다는 상황이다. 1세대가 퇴진한 자리를 메우는 곳이 대기업군이라는 점에서 기존과는 다른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때문에 대기업군에 편입된 곳과 그러지 못한 곳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부동산신탁업에서 높은 마진을 얻기 위해서는 자기자금이 투입돼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모기업의 여부에 따라 외형과 수익성이 천지차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가장 마진이 높은 차입형신탁사업의 경우 수주경쟁력과 사업 지속 여부는 결과적으로 자금 동원력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며 "든든하게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모기업이 있다면 차원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되는 곳은 금융그룹으로 인수된 부동산신탁사다. 시중은행 등 계열사를 끼고 있는 금융그룹의 경우 자금동원력을 물론이고 계열사간 시너지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모기업이 일반 제조업체나 단일 회사인 경우와는 차원이 다른 시너지가 예상된다.

금융그룹중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이미 부동산신탁사업을 하고 있고 신한금융그룹이 아시아신탁을 인수하면서 금융그룹간 본격적인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아시아신탁을 인수한 신한금융이 노리는 건 다른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통한 이익창출 극대화다. 신한금융은 자산관리 사업을 위해 부동산 컨설팅 사업에 뛰어뜨는 등 부동산 사업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게다가 신한은행 등 계열사를 통해 이뤄지는 부동산 대출, 그리고 유후 점포 활용에 대한 경쟁력이 더욱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이병철 대표시절부터 내공을 쌓아온 하나자산신탁은 이미 부동산신탁업에계에서는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KB부동산신탁과 더불어 리스크가 높은 차입형신탁을 자제하면서 보수적인 운영을 해온 터라 신한금융의 아시아신탁이 큰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급해진 건 KB부동산신탁이다. KB부동산신탁은 과거 지방의 차입형신탁에서 손실을 경험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최대화하고 있다. KB금융그룹 차원에서 부동산신탁사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KB부동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은 그동안 소극적인 영업을 해왔는데 아시아신탁을 인수한 신한금융의 행보와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주사 체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은행도 부동산신탁업에 가세할 예정이다. 이미 우리은행은 수차례 부동산신탁사 인수를 예고하고 있다. 다음 부동산신탁사 매물은 우리은행 차지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추측이다.

부동산신탁사 실적추이
*부동산신탁사 당기순이익 및 ROA 추이(출처: 한국기업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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