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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알리고 싶었던 진실 [thebell note]

심희진 기자공개 2018-12-05 08:18:12

이 기사는 2018년 12월 04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니 포스코가 왜요?" 지난달 호주 로이힐로 출장을 떠난다는 소식을 들려주자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놀라운 기색을 드러냈다. 기업이 원료 생산지를 언론에 소개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로이힐은 포스코가 지분 12.5%를 투자한 철광석 광산이다. 이를 공개하는 건 영업기밀인 원가구조가 외부에 알려지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의미다.

포스코의 결단은 광산 현장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 한기호 서호주사무소장은 준비한 자료를 통해 조달원가에 대해 언급했다. "전체 고객사 중 포스코는 무조건 가장 저렴한 가격에 철광석을 가져가기로 돼있습니다" 2010년 로이힐과 공급계약을 맺을 당시 최고 할인율 보장 조항을 포함시켜 비용부담을 미리 낮췄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한 소장은 로이힐의 재무제표도 소상히 밝혔다. 매년 광산에서 벌어들이는 매출과 영업이익을 비롯해 금융권 차입규모, 향후 상환계획 등을 다뤘다. 로이힐은 비상장사기 때문에 재무정보를 굳이 시장에 알릴 의무가 없다. 호주 기자들도 로이힐의 실적을 추정해 쓰고 있다. 포스코와 로이힐 관계자들 간 합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결정이다.

로이힐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건 포스코에 유리할 게 없다. 다른 거래처들이 이를 빌미로 로이힐에 포스코 수준의 높은 할인율을 요구하는 등 곤란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고객사들 가운데 '원가부담이 적으니 완제품 판매가격도 낮춰달라'고 조르는 업체가 생겨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제 막 턴어라운드한 로이힐의 성과가 여기저기서 거론되는 것 역시 비상장사로선 불편한 상황이다.

왜 포스코는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로이힐의 속살을 내보였을까. 일각에선 로이힐을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와 연결지어 부실 광산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이 당시의 잘못된 투자를 방조했다며 고소·고발에 나선 세력도 일부 있다. 당초 계획보다 일정이 지연된 데 대해 실패한 프로젝트라는 낙인을 찍은 이들도 있다.

직접 본 로이힐은 포스코의 자랑거리로 손색이 없었다. 첫 투자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포스코가 연간 소비하는 전체 철광석의 26%를 책임지는 창구로 거듭났다. 우수한 품질과 탄탄한 판매망 확보에 힘입어 2년 연속 3000억~5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두는 성과도 올렸다. 최근에는 생산성 제고를 위해 무인드릴, 자율주행 트럭 등 첨단기술을 도입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포스코가 알리고 싶었던 진실은 바로 '있는 그대로의 로이힐'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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