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IPO, 생보사 '저평가' 잔혹사 끝낼 수 있을까 상장 규모 '조단위' 예상…순자산가치 신뢰성 낮아 '우려'
원충희 기자공개 2018-12-13 14:15:58
이 기사는 2018년 12월 12일 17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 규모가 조 단위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장 생명보험사들의 고질병인 만성적인 저평가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상장한 생보사들의 주가가 줄곧 공모가를 밑돌고 있어 교보생명의 자본확충 효과가 반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다만 생보사 저평가는 기업 펀더멘탈 이슈가 아니라 회계제도의 모순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교보생명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교보생명이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IPO 출사표를 던진 직접적인 원인은 재무적투자자(FI) 어피너티 컨소시엄의 풋옵션 압박이다. 그 이면에는 새로운 회계제도(IFRS17)와 자본적정성 규제(K-ICS) 도입이란 근본적인 요인이 있다.
보험업계는 지난 2011년 IFRS4를 수용하면서 자본을 시가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반면 자산의 90%를 차지하는 부채를 시가 평가하는 IFRS17의 경우 보험사들이 받는 충격이 큰 탓에 유예됐다. 2011년 당시에는 2018년 도입 예정이었으나 국내·외 보험사들의 요청으로 계속 미뤄져 현재는 2022년에 도입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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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할 경우 지금의 자본수준으로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대형 생보사도 조 단위 자본확충이 요구되는 상황인데 교보생명 역시 2조~5조원 규모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생보업계 유일의 개인 대주주 회사인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이 조 단위 자본확충을 감내할 여력이 부족해 결국 IPO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평가다. 문제는 생보사가 주식시장에서 저평가 되는 대표적인 업종이라는 점이다. 교보생명에 앞서 상장한 동양생명, 한화생명, 삼성생명, 미래에셋생명,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의 주가를 보면 모두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교보생명의 비교대상(피어그룹)으로 꼽히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공모가는 각각 11만원, 8200원. 그러나 현재 주가는 각각 8만2300원(11일 종가)과 4215원(11일 종가)으로 공모가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 상장생보사 중에서 가장 선방하는 오렌지라이프도 현 주가가 2만8600원(11일 종가)으로 공모가(3만3000원)에 미치지 못한다.
통상 비례해서 움직인다는 자기자본순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비율(PBR) 관계도 불일치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생보주들의 PBR을 보면 상장 초기에만 1배에 가까울 뿐 그 후로 계속 떨어져 지금은 0.5배 수준인데 같은 기간 ROE는 거의 변동 없는 점을 감안하면 ROE와 PBR의 관계가 불성립하고 있다"며 "보험사의 순자산가치(자본가치)에 대해 시장이 불신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보험사 회계가 자본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평가하고 있는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재무제표에 부채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니 자본적정성 지표에 착시가 발생하고 리스크 측정에 한계가 생긴다. 기업가치 척도기준인 PBR이나 내재가치(EV·Embedded Value)에 대한 신뢰성도 낮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교보생명 역시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펀더멘탈과 별개로 생보사의 저평가 기류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면 IPO를 통한 교보생명의 자본확충 효과도 반감할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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