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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공식화 6개월여만에 결국 "없던일로" 우협 선정 예상밖 지연…시장선 '사실상 무산' 예측도

박시은 기자공개 2019-01-28 08:19:40

이 기사는 2019년 01월 27일 22: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미니스톱 매각이 무산됐다. 매도자인 이온(AEON)그룹이 매각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매각주관사를 선정하며 한국미니스톱 보유 지분을 시장에 내놓은지 6개월여 만이다.

한국미니스톱이 매물로 나온 건 지난해 7월이다. 최대주주인 이온(AEON)그룹이 노무라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면서 시장에 알려지게 됐다. 매각에 착수할 당시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한국미니스톱 가치(지분 100% 기준)를 2017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383억원의 10배 수준인 3000억~4000억원 수준으로 책정했었다.

한국미니스톱 지분은 이온이 76.06%를 보유한 대주주이며, 국내 식품업체 대상과 일본 미쓰비시도 각각 20.0%, 3.94%를 갖고 있다. 2대주주인 대상은 일찍이 보유지분 매각을 고려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이온의 지분 매각에 동참하기로 합의했다. 대상은 지난 1990년 이온이 국내 편의점 시장에 진출할 당시부터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사실 한국미니스톱 매각 얘기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동안 국내 여러 기업들이 이온에 인수의사를 타진했지만 이온은 팔지 않겠다는 방침을 유지해왔었다. 이온이 한국에 미니스톱을 들여온 건 지난 1990년으로, 당시 대상과 손잡고 국내 편의점 시장에 진출했다.

다만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속속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장은 포화상태가 됐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가맹점 지원금 부담이 심화되면서 한국미니스톱의 영업이익도 급감했다. 2017년 한국미니스톱의 매출은 1조1800억원 수준이었지만 영업이익은 26억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가맹점 지원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매각 결정에 한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미니스톱 매각 소식에 유통업계는 들썩였다.한국미니스톱의 점포 수는 2528개. 편의점 사업을 이미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로선 시장 점유율을 단번에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인수전 결과에 따라 국내 편의점업계 판도가 바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코리아세븐을 보유한 롯데가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하게 되면 업계 1, 2위인 CU·GS25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입지를 점하게 될 터였다. 코리아세븐의 매장 수는 9548개. 미니스톱(2533개) 점포 수를 더하면 단번에 매장수가 1만2081개로 늘어나면서, CU(1만3109개)나 GS(1만3018개)와의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매도자 실사를 마친 노무라증권은 지난해 10월 예비입찰을 실시했고,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그룹과 이마트24을 보유한 신세계그룹,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참여했다. 국내 최대 유통사인 롯데와 신세계간 맞대결이 예고되자 한국미니스톱 인수전은 더욱 가열되는 분위기였다.

다만 4000억원 중반대 가격을 베팅한 롯데와 달리, 신세계는 이에 훨씬 못미치는 3000억원대를 써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수전은 일찍이 롯데의 승리를 예감케 했다.

일각에선 전략적투자자(SI) 없이 단독 응찰한 글랜우드PE의 승리를 조심스럽게 점치기도 했다. 인수가는 3000억원대를 제시해 역시 신세계와 마찬가지로 롯데에 크게 뒤지지만, 미니스톱 브랜드 유지와 이에 대한 로열티 지급을 약속하는 파격적인 인수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에 이온이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지난해 11월20일 본입찰 후 두 달여가 지날 때까지 이온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를 가려내지 못했다. 일반적인 M&A 절차에서 우협대상자 선정 시기가 본입찰 마감 후 2주 정도임을 감안하면 매각 여부를 놓고 상당한 고민이 있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시장에선 이온이 롯데와 글랜우드PE를 두고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했다. 롯데는 가격 요소에서, 글랜우드PE는 비가격 요소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한 만큼, 우협대상자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지난 26일 후지모토 아키히로 일본 미니스톱 사장 등 이온 관계자들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방문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롯데그룹의 한국미니스톱 인수 거래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이온은 매각에 착수한지 약 6개월 만에 절차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결과를 손꼽아 기다리던 롯데와 글랜우드PE엔 "인수후보들이 제시한 조건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이유를 들며 매각 중단 의사를 전달했다.

이온의 입장 번복으로 6개월 동안 국내 유통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국미니스톱 매각은 무위로 돌아갔다. 다만 거래 관계자들은 이온그룹이 매각을 잠정 중단한 것인지, 매각 의사 자체를 아예 철회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선 관망하는 분위기다. 애초에 이온그룹이 한국미니스톱을 매물로 내놓은 배경이 수익성 악화와 현금 유동성 확보 차원이었던 만큼 시일이 지나 다시 매각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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