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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주주권 행사 여부, NPS 어떤 결정 내릴까 기금본부 출신 대다수, 찬성 가능성 무게…운용 독립성 보장 지적도

박시은 기자공개 2019-01-30 08:54:29

이 기사는 2019년 01월 29일 11: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에 대한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KCGI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연금에 오랫동안 재직했던 기금운용본부 출신 인사들은 기관투자가의 책임 투자를 강조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하면서도, 국민연금의 이번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 대해서는 대체로 우려를 표했다.

◇단기매매차익 반환 문제…연간 100억원 수익 포기할까

국민연금 출신 인사들은 기본적으로 이번 결정에 키를 쥔 기금운용위원회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를 실었다. 오랜기간 기금운용본부의 실장으로 몸담았던 A씨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부정적 의식과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라고 주문한 대통령의 발언을 의식할 수 밖에 없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여부는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의 관련 발언이 논란의 기폭제가 됐다. 자연스럽게 시장의 이목은 최근 행동주의 펀드 KCGI의 한진그룹에 대한 압박과 이에대해 국민연금이 동조할지 여부에 쏠렸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2대 주주(11.56%)이자 한진칼의 3대 주주(7.34%)고, KCGI는 한진칼(10.71%)과 한진(8.03%)의 2대 주주다.

B씨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따른 단기매매차익 반환 문제가 표면상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진단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단순 투자' 목적으로 대한항공과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서 자본시장법상 수탁자 책임활동을 하려면 '경영참여'로 변경해야 한다"며 "6개월 이내 발생한 매매차익은 반환해야 해야 하는데 국민연금으로선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대한항공 지분 11.5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경영참여 결정을 내리면 연간 100억원 정도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는 계산을 내놓기도 했다. 이같은 부담을 반영하듯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25일 금융위원회의 국민연금의 '10%룰' 예외 적용 가능성에 대해 유권해석을 공식 질의한 상태다.

◇'정부 입김' 비난 피하기 어려워…주주권 행사 확대 해석 말아야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일부에서 제기한 '연금 사회주의' 우려에 대해선 지나친 확대해석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선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한 것은 의결권 행사"라며 "이사회에 올라오는 안건에 대해 찬반투표를 통해 표를 행사하겠다는 의미일 뿐, 정부 입김이 작용한다는 비난을 의식해 이사회 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본적으로 주주권 행사 여부가 기금운용위원회의 결정에 달린 현 제도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는 의견도 있었다. D씨는 "기금위원회는 개별 사안에 대해 결정을 내리기엔 전문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어 만들어진 게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라며 "기금위원회는 큰 틀에서 정책 방향만 정하고 주주권 행사 여부 같은 문제는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서 정하게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국민연금 출신 C씨는 위원회 구성 인력에 따라 결론이 바뀔 여지가 많다는 점을 들며 "과연 전문성에 기반을 둔 객관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할 지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과거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가 확대·개편된 게 바로 수탁자책임위원회다. 앞서 열린 수탁자책임위 회의에서는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제안을 통한 이사해임, 사외이사 선임 정관변경 요구 등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낸 위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알려졌다시피 해외 연기금들은 국내에 비해 보다 적극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하고 있다. 다만 국내 연기금의 경우와 이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B씨는 "해외의 경우 한 기관이 특정 산업분야를 정해두고, 그 분야 기업들의 지분을 보유한 경우는 있지만 국내처럼 거의 모든 민간기업 지분을 한 기관이 들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투자 규모는 국내 증시 투자자 가운데 압도적 1위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할 때 기준이 되는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만 300곳에 이른다. D씨는 "해외의 경우 아무리 규모가 큰 기관이라도 국민연금처럼 단독으로 거의 모든 기업에 투자한 기관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한 국가에서 한 개 기관이 수많은 기업들에 대한 의사결정 키를 쥐게 되는 것이므로 신중히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연금 운용 독립성, 제도적으로 먼저 보장돼야"

따라서 국민연금이 한진그룹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결정 짓기 전에 먼저 운용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D씨는 "해외 연기금들도 스튜어드십 코드와 비슷한 의결권 행사 지침이 있지만,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고 있고, 20명의 기금 위원 중 정부 부처 차관이 4명인 현 국민연금의 구조상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투자결정을 하거나 주주권을 행사할 때 가이드라인으로 삼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급에 대해서도 회의적 의견이 나왔다. 국민연금은 정기적인 ESG 평가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 떨어져 하위등급에 해당하는 경우 중점관리 대상에 포함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발생하면 수탁자 책임 활동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A씨는 "4~5년 전 국민연금 자체적으로 ESG 적용을 감안해 펀드 수익률을 계산하는 가상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적이 있는데, 당시 ESG가 투자 수익률에 영향을 준다는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이는 ESG가 장기 수익률을 높이고 리스크 관리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 대치된다. A씨는 "변수가 많은 제도인 만큼, 이를 기준으로 삼는 국민연금 한 곳이 절대적 권한을 갖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진그룹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29일 다시 한번 관련 사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는 다음 달 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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