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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지오코리아, 빛바랜 위스키 1위 명성 [비틀거리는 주류업]①금융위기 이후 침체기, 외형·수익 역성장…본사 배당만 '두둑'

전효점 기자공개 2019-02-19 10:46:00

[편집자주]

2019년 국내 주류업계는 거센 변화 흐름에 직면했다. 술자리 문화의 변화 속에서 다양한 브랜드들이 넘쳐나면서 업체 간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는 국내 주류업체들의 현 상황과 각사의 신사업 전략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2월 15일 1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위스키 시장 35%를 점유한 1위 위스키 업체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20여년간 위스키 소비 감소세에 따라 천천히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변화하는 사회 분위기와 주류 소비 문화에 발빠르게 적응하지 못했고, 관세청과의 공방전을 거치면서 체력도 추가로 약화됐다.

디아지오코리아는 매출 규모가 줄어들 때마다 자산과 인력을 주기적으로 구조조정하면서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본사는 한국 법인의 실정과 상관없이 매년 당기순이익을 상회하는 배당을 수취하면서 국내 재투자에는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잇따른 '악재'…클린카드·관세공방·김영란법·주52시간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해 국내 주류 수입은 증가했다. 주류수입액은 2000년 2억7800만달러, 2008년 6억6500만달러로 증가했고, 그 이후에는 연평균 7%씩 증가하면서 2017년 9억216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위스키 소비는 가파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위스키 수입량은 2002년 2만7400톤을 정점으로 2017년 기준 2만290톤으로 감소했다. 위스키 수입액은 2012년 2조593만달러에 이르렀지만 2017년 기준 1조5258만달러로 5년 만에 26% 감소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한때 4000억원이 넘는 연매출을 자랑했지만, 2017 회계연도(2017.07.01~2018.06.30)에는 3035억원 규모로 축소됐다. 30%를 상회하던 영업이익률은 12%까지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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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를 전후한 위스키 소비 급감은 주류 소비 문화의 변화와 맥락을 같이한다. 유흥 소비를 지양하는 문화가 되면서 주로 저녁 자리나 유흥업체를 통해 판매고를 지켜오던 위스키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이어 2011년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유흥·레저·사행업종 등에서 법인카드 사용 비리를 제한하기로 한 '클린카드' 운동이 일반 기업에게도 퍼져나가면서 업계가 추가 타격을 입었다.

2016년 이후에도 김영란법의 시행, 주52시간 근로제 등 업계로선 '악재'가 잇따랐다. 디아지오 관계자는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위스키 70%, 맥주 23%, 기타 7%"라며 "위스키 판매량은 업황 부진으로 지난 4년간 약 24% 줄었다"고 밝혔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이어진 관세청 서울세관과의 공방은 쇠락해가던 디아지오 실적에 상처만 남겼다. 소송전은 양측이 2014년 서울행정법원의 조정권고에 동의하면서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 공방은 업계 1위였던 디아지오코리아의 재무건전성을 추가로 악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디아지오코리아는 2009·2011 회계연도에 각각 1703억원, 1927억원씩 총 3630억원의 관세등추납액을 납부해야 했다. 한해 매출에 버금가는 규모였다. 이에 따라 2009년도 당기순익은 모두 적자전환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를 보였고, 본사 배당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무활동현금흐름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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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회계연도 기준 72% 수준이던 부채비율은 2009 회계연도부터 200%를 웃돌다가 2014년 이후에야 안정을 되찾았다. 매년 500억~1500억원 규모로 이뤄지던 본사배당은 2009년~2013년 사이 정지됐다. 2010·2011·2012·2014 회계연도에는 환급받은 1046억원의 관세를 환급 받아 영업외수익에 추가했다.

◇외형 축소에도 본사 배당은 순이익 상회

디아지오코리아의 외형은 가장 최근에는 2014년을 기점으로 크게 수축했다. 그렇지 않아도 업황 부진에 고생하고 있던 차에 4000억원대의 관세 추납이 영향을 미쳤다. 2013년 5848억원에 이르던 자산총계는 2014년 3181억원, 2017년 1849억원으로 축소됐다. 현금성자산은 2013년 3605억원에서 2014년 1425억원, 2017년 477억원으로 감소했다.

이 기간 재무구조는 개선됐다. 2014년 미지급금을 털면서 부채비율은 55%로 줄었다. 하지만 구조적인 실적 하락을 피하는 것은 어려웠다. 디아지오코리아 실적은 2011년 4045억원, 영업이익 105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4년 3726억원을 기록한 후에도 매년 5~8%씩 축소됐다. 영업이익률은 2014년 26%에서 2017년 12%까지 축소됐다.

디아지오코리아는 2009년과 2014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차츰 몸집을 줄여나갔다. 2009년에는 이천공장을 매각하면서 구조조정을 통해 40여명의 직원을 감원했다. 2014년과 2018년 희망퇴직을 단행해 각각 30~40명의 직원을 감원했다. 지난해에는 사옥을 서울 역삼동에서 여의도로 옮기면서 임대료 부담을 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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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은 급격히 축소된 반면 영국 본사(Diageo Atlantic B.V.)가 거둬가는 배당은 2014년 1919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2015년엔 당기순이익이 572억원에 그쳤지만 배당은 1354억원 이뤄져 배당성향은 237%에 달했다. 국내 상위 500대 외국계 기업 평균 배당성향 75%(2017년 기준)를 훨씬 웃돈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룸싸롱이나 유흥업체 등 로컬 위스키를 많이 소비하던 채널 자체가 줄면서 위스키 소비량이 타격을 입었다"며 "자사는 다른 주류 포트폴리오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최근에는 스피릿이나 저도 위스키, 맥주 비중을 높이면서 실적을 방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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