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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배당' 기업은행, 두 마리 토끼 잡는다 보통주자본비율 하락 방어, 주주친화적 행보…2004년 이후 첫 실시

안경주 기자공개 2019-03-07 08:19:44

이 기사는 2019년 03월 05일 13: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기업은행이 14년만에 대주주보다 일반주주에게 배당을 더 주는 차등배당을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 방어와 중소기업 지원 등 국책은행의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주주친화적 행보를 보여줄 수 있는 전략이란 평가다. 다만 정부의 배당성향 확대 정책을 고려하면 기업은행이 향후에도 차등배당에 나설 수 있을지 미지수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달 28일 공시를 통해 2018년회계년도 주당 배당금을 690원으로 확정했다.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 등 정부에는 이보다 낮은 주당 559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보통주 기준 기말 주가 대비 배당수익률은 4.9%다. 배당성향은 27.4%로 2017년(30.9%)보다 낮아졌지만, 일반주주 대상 배당성향(은행 별도 기준)은 30.1%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기업은행의 차등배당은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앞서 기업은행은 외환위기로 인해 3년간 배당을 받지 못했던 일반주주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간 차등배당을 실시했다.

이번 차등배당은 정부의 변화된 배당정책 때문이다. 당초 기재부는 정부 출자기관에 대해 매년 배당성향을 3%포인트씩 올려 2020년에 4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올해 이러한 기조를 꺾기로 했다.

정부에 내야 할 배당 금액을 줄여줘 출자기관이 조기에 투자재원을 확보하도록 함으로써 속도감 있게 경제활력 투자관제를 추진하고 민간투자를 선도하도록 힘쓰겠다는 이유다. 기업은행 역시 이 같은 정부 정책 변화의 덕을 본 셈이다.

기업은행은 이번 차등배당 결정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보통주자본비율 하락폭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기업은행 BIS비율 추이
▲IBK기업은행 BIS비율 추이.

기업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지난해말 기준 10.22%로 시중은행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주요 은행별 보통주자본비율을 보면, KB국민은행 14.24%, KEB하나은행 13.98%, 신한은행 12.8%, 우리은행 11.4% 등이다. 기업은행과 비교해 1~4%포인트 높은 수치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 감독 기준을 10%로 제시하고 있다. 이 기준에 의하면, 기업은행은 최소한의 감독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배당을 실시하면 이익잉여금 축소로 인해 보통주자본비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차등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면 기업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업은행이 일반주주와 마찬가지로 대주주(정부)에도 주당 690원의 배당을 실시할 경우 총배당금은 4101억원에서 4506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를 감안하면 배당 후 기업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9.95% 수준으로 하락한다. 반면 공시대로 차등배당을 실시하면, 기업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감독기준 마지노선인 10%에 간신히 턱걸이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지난달 28일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이번 배당이 보통주자본비율에 큰 영향을 주지 않게 됐지만 기업은행 내에선 정부의 도움없이 보통주자본비율을 지킬 수 있었다는 의미가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정부에 대한 배당 축소가 보통주자본비율 상승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내부유보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환경 속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책은행의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지원을 늘릴 수 있다. 이번 차등배당으로 기업은행은 400억원 가량의 내부유보금을 추가로 쌓을 수 있는데 이를 대출재원으로 활용하면 4000억원 정도를 중소기업에 추가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시장의 경쟁 심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중시기업 대출 10조원 순증을 목표로 세웠다.

아울러 배당 감소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히고 주주친화적 행보를 공식화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경기 불황 등으로 배당을 축소하더라도 일반주주에 대한 배당은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은행이 앞으로도 차등배당 정책을 유지할지 미지수다. 정부의 세수 확보 필요성이 높아지면 배당성향 확대에 나설 수 있는 탓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초과세수가 발생해 정부가 배당을 통한 세수 확보에 나설 필요성이 적었다"며 "이 같은 이벤트가 매년 발생할지 알 수 없는 만큼 향후 배당정책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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