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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조직운영 고민 드러낸 'IT 겸직' 내년 계열사 확대 염두…매트릭스 체제 도입 전 시범운영

안경주 기자공개 2019-04-26 09:07:52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3일 10: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새로운 조직 실험에 나섰다. 우리금융의 IT자회사 우리FIS 사장이 우리은행 CIO(최고정보책임자)를 겸직하도록 한 것. 표면적으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일원화한다는 목적을 내세웠으나 향후 그룹의 성장성을 고려한 손 회장의 고민이 묻어난 결정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의 우리은행 규모만 놓고 본다면 우리FIS를 통합하는 것이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탓이다. 여기에 향후 자회사가 늘어날 것을 고려해 매트릭스 체제 도입에 앞서 시범운영 성격을 지녔다는 해석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22일 디지털 금융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은행과 정보기술(IT) 자회사 임원을 겸직 발령하고 그룹 IT조직을 확대개편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이동연 우리FIS 사장은 우리은행의 CIO를 겸인한다. 또 김성종 우리은행 IT그룹 상무는 은행 IT그룹 산하에 신설된 IT기획단장과 우리FIS 은행서비스 그룹장을 함께 맡는다.

우리은행과 우리FIS는 그룹내 동일 계열사지만 IT아웃소싱 계약을 주고받는 별도 법인이다. 그러나 이제 양 조직의 최고책임자는 동일인이 맡게됐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임원 겸직을 통해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일원화하고 관련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과 우리FIS의 원팀(One-Team) 협업체계를 더욱 강화했다"며 "고객에게 안정적이고 혁신적인 금융 IT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B금융·신한금융그룹 등 다른 금융그룹의 경우 그간 계열사 CEO가 그룹이나 은행의 임원을 겸직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우리금융은 사실상 처음이다. 과거 2005년 당시 우리은행 CIO 역할을 맡고 있었던 김종식 전산정보사업단장을 우리FIS 사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겸직과 성격이 다르다는 게 우리금융 측의 설명이다.

우리FIS는 우리금융의 새로운 계열사로 편입된 부실은행의 원활한 전산업무 처리를 위해 2001년 자회사로 설립됐다. 이후 한빛은행과 우리카드, 광주은행, 경남은행 등과 IT아웃소싱 업무를 맡으면서 성장했지만 비효율이 발목을 잡았다. 이 때문에 효율성 확대를 위해 겸직을 도입했던 것이다.

이번 임원겸직은 사실상 향후 우리금융그룹의 성장을 염두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게 우리금융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간 우리FIS 성장의 기반은 우리금융그룹 계열사의 IT아웃소싱에 있었다. 문제는 우리금융의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광주·경남은행 등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떨어져 나갔다는 점이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FIS는 우리은행과 다시 합병을 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이다. 사실상 우리FIS에서 우리은행의 업무가 상당부문을 자치하고 있는 탓이다.

문제는 우리금융이 M&A를 통해 자회사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이달 초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을 인수하며 첫 M&A 행보를 시작했다. 앞으로 부동산신탁, 캐피탈, 저축은행을 비롯해 증권사, 보험사 등으로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범위를 확장해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다른 우리금융 관계자는 "현재 (우리금융의) 계열사가 많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FIS를 우리은행과 합병하는 것이 맞지만 향후 M&A를 통한 계열사 확대 계획을 고려하면 실행하기 어렵다"며 "내년 하반기 이후에야 계열사다운 계열사가 생길 수 있는 만큼 그전까지 겸직을 통해 사실상 통합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향후 매트릭스 체제 도입을 염두한 사전 포석이란 관측도 있다. 현재 금융그룹들은 계열사간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CIB, WM 등의 분야에서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내부적으로 증권·보험사 M&A가 본격화되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경우 아직 겸직할만한 계열사가 없다는 점에서 당장 매트릭스 체제 도입은 어렵다"며 "이번 IT부문 겸직의 경우 기능적 측면이 강하지만 향후 조직 확대를 염두한 사전 포석의 성격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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