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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차기 회장 인선 서두르는 까닭 황창규 향한 전방위 압박 '잠재우기' 목적 관측

김장환 기자공개 2019-05-28 08:02:17

이 기사는 2019년 05월 27일 14: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가 황창규 회장(사진) 뒤를 이를 차기 회장 후보 선출 절차를 이례적으로 서두르고 있다. 황 회장 임기 만료 시점과 통상적인 후보 선출 시기를 고려하면 올해 말쯤 절차를 시작하는 게 정상이었으나 이를 크게 앞당겼다. 지난 3월 차기 회장 선임 절차 착수를 알린 KT는 오는 6월 현직 차기 회장 후보군 대상 교육 과정에 돌입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승계 프로세스가 시작됐다.

KT가 인선 절차를 이처럼 서두르고 있는 배경에는 황 회장 의중이 자리잡고 있다. 황 회장은 정치권과 사정당국의 압박이 지속되자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이를 둘러싼 잡음은 여전하다. 후임 인선 절차를 그만큼 서두르는 모습을 보여 자신을 향한 압박과 잡음을 잠재우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자신으로 쏠려 있는 시선을 이를 통해 분산시키겠다는 의도다.

황창규
27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오는 6월 부사장급 이상 현직 인사를 대상으로 회장 선임 자격과 선임 절차 등을 설명하는 2차 교육을 진행한다. 지난 17일 비슷한 목적으로 실시했던 교육의 후속 과정이다. KT 회장 후보군 선정 절차를 맡은 지배구조위원회가 이 자리에서 개별 후보자를 대상으로 한 면접과 프리젠테이션(PT) 등 절차를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확정되지 않았다.

KT 관계자는 "차기 회장 후보 선정 절차는 이미 시작이 된 상태이고 6월 관련 교육이 있는데 후보자 면접과 PT 등 세부 과정을 진행하는 자리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부 후보자들 경우 회장 도전 의사가 있는지 개별적으로 묻지도 아직 않은 상태이고 외부 후보군을 추리는 등 회장 선임을 위한 절차가 있는데 아직 이런 일정은 나온 게 없다"고 말했다.

내부 후보군이 16명이란 항간의 관측도 사실이 아니란 게 공식 입장이다.

KT 차기 회장 후보 선정 절차를 두고 다양한 말들이 벌써 나오는 이유는 KT가 그만큼 관련 절차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KT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직후 황 회장 후임자 선정 절차에 나설 것이란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황 회장 임기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로 잡혀 있어 아직 한참의 시간이 남았으나 이례적으로 차기 회장 선출 절차를 서둘러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KT가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건 황 회장이 처한 현실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단 정치권에서는 황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두고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적정 후보가 없으면 현 회장이 임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정관을 두고 지난 3월 청문회에서 관련 의혹이 제기됐다. KT는 직후 외부 후보군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밝히며 서둘러 인선 절차에 나서는 양상을 보여줬다. 후보군 풀이 부족해 회장 교체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고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KT의 행보가 사정당국의 압박을 고려한 처사란 해석도 있다.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에서 KT와 관련해 벌이고 있는 수사는 8건 정도에 달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 특혜채용처럼 황 회장 취임 전 발생한 사건들도 있지만 정치권 후원금과 노조 설립 개입 의혹 등 황 회장 시절 발생한 사안과 관련된 수사도 다수다.

업계 관계자는 "황 회장이 정권 교체 후 거센 압력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속해 지켜왔고, 정권 교체기에 맞춰 연임도 성공한 상태이지만 검찰까지 나서 압력이 지속되고 있는데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후임 회장 인선 절차를 그만큼 서두르는 것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줘 압박 수위를 낮추기 위한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어떤 경우든 KT의 차기 회장 선출 절차는 과거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 속도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평이다. 후보자 선출 절차를 아무리 서두른다고 하더라도 올해 말까지 이를 완료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공식 일정대로면 KT는 오는 9월 외부 후보군을 추리고 차기 회장 프로세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직과 외부 후보군이 방대하고 이들에 대한 면접 등 현실적인 과정을 고려하면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

현 정부는 민영화된 공기업 인선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KT 경우 국가기간 통신사업자인 만큼 정부와 전혀 조율 없이 회장을 선출한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보면 큰 이변이 없는 한 빨라도 오는 1월까지는 최종 후보자 선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종 회장 후보가 서둘러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황 회장이 사임을 하지 않는 이상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는 회장 교체가 이뤄질 수는 없다. KT가 차기 회장 선출 프로세스를 서두르고 있지만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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