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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사장, 신금투 야성 일깨운다 [신한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 ④순혈주의 깬 인물로 주목…비은행 수익 확대 중추적 역할

안경주 기자공개 2019-07-22 10:49:35

[편집자주]

신한금융이 바뀌고 있다. 경영진의 세대 교체를 통해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50대의 젊은 피로 구성된 인재들을 중심으로 '원신한' 목표에 한발더 다가서고 있다. 조용병 회장 체제 이후 리딩금융그룹을 뛰어넘어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일류 금융회사로 도약하려는 신한금융. 그곳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16일 09: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그룹의 주력 계열사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3월 최고경영자(CEO)로 김병철 대표이사 사장(사진)을 맞이했다. 2002년 설립 후 줄곧 신한금융그룹 내부 인력을 CEO에 앉혔던 것과 다르게 처음으로 외부 인력을 낙점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김 사장을 발탁한 이유는 명확하다. 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해 비은행 계열사의 역할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신한금융투자(신금투) 역량을 강화시켜 달라는 것이다. '초대형 IB'의 등장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IB는 물론 WM과 자산운용까지 아우를 수 있는 그의 역량이 절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영 시험대에 오른 김 사장이 신금투에서 내는 성과에 따라 그룹 내 입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트레이딩·IB·WM 전문성 주목…증자 위한 100페이지 사업계획서

[크기변환]김병철_신한금융투자 사장
김 사장의 첫 직장은 신한금융그룹이 아닌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이었다. 동양증권에 입사한 그는 채권운용, IB와 FICC본부장(전무) 등을 역임하다 2012년 신한금융투자로 넘어왔다. 작년까지 GMS그룹 부사장직과 신한은행 부행장을 겸임했다.

김 사장은 그저그런 증권사 중의 하나였던 동양증권을 채권명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주역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81학번인 김 사장은 동양증권 입사 이후 채권부를 시작으로 20여년간 채권관련 모든 부문을 진두지휘해 온 업계에서 보기 드문 채권분야의 자타 공인 최고 전문가. 기관투자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채권을 처음으로 리테일(Retail)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했던 인물이었다. '동양증권=채권=김병철'이란 공식이 통할 정도로 채권업계에서 김 사장의 명성은 대단했다.

2008년 IB 분야로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단기간에 부채자본시장(DCM) 뿐만 아니라 주식자본시장(ECM) 부문에서도 동양증권을 업계 톱티어 하우스로 만들었다. 채권과 주식을 결합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자본 조달이 필요한 기업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당시 정영채 NH투자증권과 사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등과 IB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동양 사태가 터진 이후 2012년 신한금융투자로 이직하면서 그는 IB 영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S&T(sales & trading·판매 및 운용) 부사장으로 고유자산을 총괄 운용하는 업무를 맡았다. 좌중의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그는 성적으로 보란 듯이 실력을 증명해냈다.

신금투 관계자는 "IB 전문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채권 트레이딩을 통해 본인의 이름을 시장에 알릴 정도로 운용 및 금융상품 등에 탁월한 역량을 가진 인물"이라며 "신금투 부임 후 변화를 두려워하는 직원들을 독려하며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 3월 취임과 동시에 IB 분야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신금투를 자본시장 톱플레이어(Top Player)로 성장시키기 위한 플랜에 나섰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갖추기 위해 모회사인 신한금융에 6600억원 가량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요청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초 증자에 부정적 기류도 있었지만 설득에 나섰고 지주사에서 요구한 사업계획서 제출도 이행하면서 최종 승인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 사장은 100페이지 가량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지주사 임원들을 만족시켰다는 후문이다.

김 사장을 만나본 대부분의 사람은 소탈한 성품에 놀란다. 아울러 자본시장에 대해 김 사장만큼 아이디어가 풍부한 사람도 드물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본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상당수 크레딧 전문가 및 채권 플레이어들이 김 사장의 후배일 것"이라며 "포용력이 강한 리더십이 강점이어서 따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IB부문 경쟁력 확대...증권업계 내 신금투 부상 전망

모회사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면서 신금투를 이끌게 된 김 사장은 앞으로 경영 성과에 따라 그룹 내 입지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내에서 순혈주의를 타파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분위기가 상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시각에 무게감이 더해지고 있다. 실제로 조 회장은 "더 이상 은행원 DNA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순혈주의 타파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김병철 프로필

김 사장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신금투 IB부문 경쟁력 강화다. 현재 신금투 IB부문은 리그테이블, 수익, 시장 존재감 등에서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첫 단계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IB 영업 담당 조직인 GIB그룹이 기업금융1·2, 대체투자본부의 3개 본부에서 커버리지·대체투자·기업금융·투자금융·구조화금융본부의 5개 본부로 확대 개편됐다. 각 본부에 통합돼 있던 상장(IPO), 사모펀드 운용, 기업 금융 등의 기능이 본부별로 세분화된 것이 특징이다.

신한금융 내부에선 기대감이 크다. 그동안 증권사의 수익 창출원이었던 브로커리지 부문은 경쟁이 심화되면서 성장이 정체된 모습을 보여왔다. 반면 IB부문은 여전히 성장 여력이 남아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인적 역량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측면이 크다. 여기에 더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 있어서도 IB 역량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특히 IB부문 강화로 비은행부문 수익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의 수익성관리 지표를 총자산이익률(ROA)으로 바꾸면서 신금투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서둘러 신금투 증자에 나선 것 역시 기대감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ROA는 그룹의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을 얼마나 올렸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다. 금리 인하 등으로 은행 수익을 늘리는데 한계에 다달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비은행 중심의 비이자수익 확대를 꾀할 수밖에 없다.

IB부문은 계열사 협업을 통한 시너지를 내면서 수익 증대 효과를 빠르게 볼 수 있는 사업부문이다. 실제로 신한금융의 GIB(기업금융) 사업부문은 신금투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GIB 부문은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인 은행, 금융투자, 생명보험, 캐피탈 등이 한 데 모여 시너지를 내기 위해 구성된 매트릭스 조직이다. GIB사업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4791억 원으로 전년대비 58.1% 늘었다. 올해 1분기 역시 1721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948억원)와 비교해 81.5% 증가했다.

그가 신금투 사장에 오르자 시장에서는 "될 사람이 됐다"라는 평과 함께 신금투의 부상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이라는 든든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그간 신금투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공격적인 성향의 김 사장이 취임하면서 신금투 직원들이 크게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김 사장 취임 후 IB 역량이 강화되면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며 "이는 ROA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한금융의 수익 전략과도 궤를 같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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