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SCM 점검]제지 2강 '한솔·무림', 공급망 무엇이 다를까무림P&P, 인쇄용지 원료 되는 '펄프' 국내 유일 생산
박기수 기자공개 2019-07-23 08:45:25
[편집자주]
우리 경제가 일본의 일부 품목 무역 제한 조치로 갑작스러운 비상 상황에 들어가게 됐다. 정부와 삼성전자는 물론 아직 일본의 수출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대기업마저도 파장 확산에 촉각을 세운다. 정치적 갈등이 이유가 됐지만 대외의존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취약함도 근본 원인으로 거론된다. 수십 년간 누적돼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더벨이 부품·소재·장비 산업 대외의존도가 높은 업종·기업을 꼽아 공급망관리(SCM) 현황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22일 15시3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제지업체에서 한솔제지와 무림페이퍼는 제지업체 '2강'으로 꼽힌다. 매출은 지난해 한솔제지 1조7923억원, 무림페이퍼 1조1091억원으로 한솔제지가 앞서지만, 자산총계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무림페이퍼 2조283억원, 한솔제지 1조8939억원으로 무림이 앞선다.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두 업체지만 실적 추이는 상이하다. 한솔제지의 수익성이 부진할 때 무림의 수익은 오히려 반등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반대로 한솔의 실적이 크게 증가할 때 무림은 어중간한 성장에 그친다.
같은 종이 사업을 영위하면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공급망에 있다. 한솔이나 무림이나 제지업체들은 인쇄용지의 원재료로 '펄프'를 사용하고 있다. 한솔제지는 펄프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반면, 무림페이퍼는 펄프를 자가 수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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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와 칠레, 브라질 등에서 펄프를 대부분 수입하는 한솔제지로서는 국제 펄프 가격에 수익성이 크게 흔들린다는 리스크가 있다. 실제 폐지(고지) 값 하락으로 산업용 용지가 전사 영업이익을 이끌었던 지난해를 제외하고 한솔제지의 수익성은 펄프값과 반비례하는 모습을 보였다.
표백 화학 펄프(BKP)가 톤당 평균 580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던 2015년 한솔제지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750억원이었다. 이듬해에는 122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때 펄프값은 496달러 수준으로 하락했었다. 그러다 2017년 다시 펄프값이 620달러 선으로 오르자 영업이익은 절반 수준인 67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펄프를 생산하는 곳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한솔제지 입장에서는 펄프를 전량 수입해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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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무림페이퍼는 펄프값이 상승할 때 전사 수익성이 함께 좋아지는 현상이 있다. 예컨대 펄프값이 낮았던 2016년 영업이익 421억원을 기록했던 무림페이퍼는 2017년 69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어 펄프값이 최고조로 올랐던 지난해에는 124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무림페이퍼는 2008년 무림P&P(당시 동해펄프)를 인수하고 무림P&P를 통해 펄프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 펄프 생산 업체를 보유한 제지업체는 무림이 유일하다.
펄프값이 오르면 인쇄용지를 생산하는 무림페이퍼도 타격을 입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펄프를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오른 가격대로 펄프를 팔아 전사 수익성을 만회 혹은 성장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고 무림페이퍼도 펄프를 수입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매입액으로 따지면 무림P&P에서 들여오는 펄프 양의 두 배가량 많은 양을 수입해오고 있다. 무림P&P가 생산하는 펄프만으로는 수요량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무림페이퍼는 캐나다와 미국, 동남아, 남미 등의 지역에서 펄프를 수입한다.
한편 무림P&P는 지난해 매출 5065억원, 영업이익 1022억원으로 영업이익률 15.7%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도 매출 1275억원, 영업이익 197억원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부채비율과 순차입금비율은 각각 112.9%, 58.3%로 유동성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재무 상황 탓에 모회사로의 펄프 공급이 어려워질 가능성은 적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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