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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차별' 도마위 오른 유통산업발전법 [thebell note]

전효점 기자공개 2019-08-30 08:15:00

이 기사는 2019년 08월 28일 14: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가장 힘든 부분입니다. 수천억원을 들여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짓지 않는 한 대형마트는 쿠팡을 비롯해 이커머스들과 경쟁에서 열위에 서 있습니다"

최근 만난 홈플러스 한 임원은 "의무 휴업을 해야하는 오프라인 영업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사업까지 규제를 받는 것은 너무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점포 PP센터를 기반으로 온라인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홈플러스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온라인 전용센터를 짓지 않은 탓에 한창 경쟁이 뜨거운 '새벽배송' 시장을 포기해야 했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을 비롯해 영업시간과 신규 출점을 규제하는 내용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은 2012년 개정됐다. 2000년대 초반 무서운 기세로 확장해온 대형마트업계로부터 재래시장과 골목시장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였다.

문제는 해당 규제가 당시 한창 발아하던 이커머스를 감안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던 당시 대형마트업들은 이미 이커머스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었다. 유통산업발전법은 기세가 밀리던 대형마트에 모래주머니를 묶어준 격이 됐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대형마트가 시장 변화에 따라 온라인으로 채널 확장을 모색할 때도 규제가 걸림돌이 됐다. 대형마트가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 역시 오프라인 점포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자정부터 아침 10시 사이와 휴업일에는 배송 서비스가 제한됐다. 2013년 후 쿠팡을 필두로 '2시간 배송', '공휴일 배송', '새벽배송' 등 배송전쟁이 불 붙자 이마트와 롯데쇼핑은 수천억원을 들여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지음으로써 규제를 우회했다. 하지만 투자 여력이 없는 업체들은 밀릴 수밖에 없었다.

올해 들어 이마트를 비롯해 이커머스 공세에 비교적 잘 대응해오던 대형마트까지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자 유통산업발전법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형마트와 소비자 후생을 희생해서 과연 재래시장이 살아났느냐는 의문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유통산업발전법의 문제를 지적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재래시장 보호는 커녕 수조원의 외자를 바탕으로 적자 영업을 해온 이커머스 업계만 승승장구하는 효과를 낳았다"며 "대형마트가 적어도 역차별을 받지 않고 공정한 룰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제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지난 8년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재검토해봐야 할 시점이다. 대형마트를 규제함으로써 골목상권은 이커머스와의 전쟁에서 이겼는지, 무엇을 위한 규제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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