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SK이노 배터리 분쟁]'눈에는 눈' 전략…묘수일까 자충수일까똑같이 ITC 제소…잘되면 국면 전환, 안되면 부메랑 가능성도
박기수 기자공개 2019-09-05 14:45:44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4일 15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LG전자를 국제무역위원회(ITC,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와 연방법원에 제소하기로 하면서 지난 6월 말 이후 조용하던 양사(LG화학·SK이노베이션)가 다시 불이 붙었다. 이번 제소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LG전자가 자사의 2차전지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이뤄졌다.이번 SK이노베이션의 제소는 양 사간 사건의 발단이 됐던 지난 4월 말 LG화학의 방식과 똑같은 방식(양 사 모두 미국 법원에 제소)이다. 당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수년간 자사의 인력을 유출하는 방식으로 핵심 기술을 빼갔다고 주장하며 ITC와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제소했던 바 있다. LG화학이 ITC에 제소한 이유는 소송 절차의 신속성과 강력한 증거 개시 절차의 장점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국내 회사 간의 일을 굳이 미국 법원에서 제소하는 것을 두고 당시 SK이노베이션은 '국익 훼손'이라고까지 비판했던 바 있다. 그랬던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행동을 똑같이 이행했다. 한 마디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택한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더는 이번 사건에서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한다. 실제 지난 4월 말부터 현재까지 양 사간의 공방 구도에서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주장에 반박하는 쪽에 가까웠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이번 제소는 '당하지만은 않고 있겠다'라는 의지 표명"이라면서 "실제 ITC에서 이번 건에 대해서도 조사개시를 결정할 경우 LG화학 역시 증거개시(Discovery) 절차에 임해야 하는데, 이는 이번 소송전에 있어 LG화학에 계획에는 없던 일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의 이번 제소 목적은 '승소'가 아닌 'SK이노베이션 주도의 화해 무드 조성'이라고 보는 시선도 짙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입장문에서도 LG화학과 LG전자 등을 국내 경제 발전을 위한 '파트너'라고 지칭했다. 양 사는 2010년대 초 벌어졌던 분리막 관련 특허권 분쟁에서도 소송과 맞소송을 거치며 결국 화해 국면으로 접어들었던 바 있다. 그때의 시나리오를 재현하려는 게 아니냐는 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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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SK이노베이션의 이번 제소 결정이 '자충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역시 LG화학과 마찬가지로 국외 법원에 분쟁 관련 건을 제소했기 때문에 더 이상 LG화학의 행위를 '국익 훼손' 측면에서 비판할 수 없게 됐다"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에서 기존 영업침해 제소 건과 이번 특허권 침해 제소 건은 완전 별개의 문제라고 명시했지만 업계는 두 사건이 연장선상의 일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특허권 침해 제소 건에 대한 반박문에서 "ITC 외 특허권 주장은 자제해왔으나 이번 특허 침해 제소와 같은 본질을 호도하는 경쟁사의 행위가 계속된다면 자사 특허 침해 행위에 대해서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조만간 법적 조치까지 검토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던 바 있다.
LG화학의 입장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국제특허분류 H01M관련 등록 및 공개기준 LG화학의 특허 건수는 SK이노베이션의 특허 건수보다 14배 이상 많다. 양 사간 갈등의 골이 심화해 LG화학이 특허권 침해에 대해서도 제소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이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팩트만 놓고 보면 까다로운 증거개시 절차를 밟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 같은 방식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면서 "이번 소송이 SK이노베이션의 의도대로 흘러갈지, 혹은 자충수로 돌아올지는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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