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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산은' 꿈꾸는 이동걸, ECA 영역 눈독 [산은-수은 통합론] ①해외서 벌어 국내 정책금융 지원 '밑그림' 구상

원충희 기자공개 2019-09-16 09:32:58

이 기사는 2019년 09월 11일 15: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합병을 정부와 논의해보려고 합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꺼낸 돌출발언은 그 자리에 있던 산은 임직원들마저 당혹스럽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 회장의 사견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산은은 물론 금융당국과 수출입은행도 아연실색한 반응이다.

사실 산은, 수은을 비롯한 정책금융기관 개편은 십 수 년 넘게 제기된 해묵은 이슈기도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 통합론,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통합론이 흘러나왔다. 산은과 수은도 중복영역 탓에 논란이 생기자 정부는 2013년 산은은 대내금융과 여신 및 직접투자 위주로, 수은은 수출신용기관(ECA·Export Credit Agency)으로서 대외금융 위주로 영위하라고 교통정리를 해줬다.

그럼에도 이 회장이 갑작스레 통합론을 제기한 배경에는 산은 수장으로 가진 고민이 숨겨져 있다. 바로 산은의 미래 경쟁력과 수익성 문제다. 실제 지난해 9월 열린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 회장은 산은의 재정상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산은이 구조조정하면서 까먹은 돈이 천문학적 금액"이라며 "하지만 정부에서 돈을 안대주니 정책금융으로 쓸 돈을 자체적으로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산은은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수조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2015년에는 1조8951억원, 2016년에는 3조6411억원의 적자를 냈다. 작년에도 굵직한 구조조정 건을 마무리하면서 자본여력의 상당부분을 소진했다. 한국GM 경영정상화를 위해 8000억원을 투입했고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 후 신규대출로 2000억원을 지원했다. 정책금융 수요는 많은데 실탄이 부족하니 결국 정부에 SOS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간담회에서도 이 회장은 정책금융의 공급능력 제고와 지속성을 위해 산은의 수익성 향상과 안정화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인식을 몇 차례 피력했다. 산은의 경쟁력 제고와 손실흡수능력(자본여력) 강화로 일정부분 리스크를 감안해 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은 채 한쪽에서 돈 벌고 한쪽에서 정책금융을 실현하는 구조를 만들려면 산은 자체의 수익능력과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돌파구로 생각한 방안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다. 해외시장에서 얻은 수익으로 국내·외 정책금융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장기적으로는 20년 이내 산은 전체수익의 절반 이상을 글로벌에서 올리고 이걸 기반으로 국내 산업을 지원하는 선순환 체제를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그럴만한 게 구조조정 기능은 KDB인베스트먼트에 넘겨 궁극적으로 민간시장에 매각할 방침이다. 전통적 강점인 국내 개발금융도 한계에 왔다. 인프라금융, 프로젝트파이낸스(PF) 등은 이미 시중은행들이 득세하는 상황이다. 기업금융과 사모펀드(PEF)로 해외금융 경쟁력을 특화하는 것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다. 이 과정에서 수은이 가진 대외정책금융 노하우와 인프라, 네트워크를 접하면 괜찮은 그림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산은과 수은이 합병하면 훨씬 강력한 정책금융기관이 나올 수 있다"며 "통합 후 백오피스 인력이 줄어들고 예산이 늘어 IT투자를 늘릴 수 있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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