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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븐건설의 '분양가 상한제' 딜레마 [thebell note]

고진영 기자공개 2019-10-25 08:32:22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4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비트코인을 보면 널뛰기가 따로 없다. 폭락으로 내내 시끄럽더니 며칠 전에는 다시 회복세에 들어섰다. 이러다 언제 또 추락할지 모르는 가상화폐와 가장 반대편에 있는 게 서울지역 부동산이다. 세상에 확실한 투자는 없다지만 임금보다 집값이 더 빨리 오르는 한국에서 금싸라기 아파트에 돈을 굴리면 손해볼 일은 드물다.

부동산 투기가 이렇게 수월하니 통장 가벼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험난한 것은 당연하다. "집은 일단 사두면 무조건 오른다"는 조언을 업계에서 못이 박히게 듣는데 달리 말하면 갈수록 벽이 더 높아진다는 뜻이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고 강경책을 무릅쓰는 것도 이해가 간다.

문제는 정책의 일관성이다. 말 많았던 분양가 상한제를 정부는 이달 말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시행사 취재원에게 의견을 묻자 "주거복지 향상이라는 목적에 공감이야 하지만 정부가 택지는 비싸게 팔고서 이제와 분양가를 낮추라고 하는 건 모순이 아니냐"며 "상한제 때문에 개발 중단을 고민하는 디벨로퍼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일레븐건설은 용산 알짜부지를 매입했다가 처지가 억울해졌다. 2년 전 정부 산하 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유엔사 부지를 샀는데 분양가 상한제 탓에 개발 차익을 거두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입찰 당시 일레븐건설은 토지 공급예정가격 8000억원을 훌쩍 넘는 1조원을 과감히 내놨을 정도로 명운을 걸었다. 그러나 이 담대함의 배경, 애초 의도했던 고분양가 책정은 이제 기대하기 힘들다.

물론 사업에 뒤따르는 리스크는 사업자 스스로의 부담이다. 디벨로퍼라고 해서 다를 건 없으나 택지를 매각한 것도, 택지 개발 수익을 사실상 제한하는 것도 정부 측이라는 점은 공정치 못하다. 일레븐건설과 LH가 거래할 당시엔 분양가 상한제 시행 전이었지만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 기조는 동일했다. 주택이 싸지려면 땅값부터 떨어져야 하는 게 당연한 만큼 경쟁입찰을 벌여 최고가에 땅을 판 LH,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

게다가 시행사들이 이런 일로 택지 개발을 접는 경우가 생기면 분양가 상한제의 원래 목적에도 반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수요는 여전한데 공급이 줄면서 집값이 되려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정책의 수혜자여야 할 서민들마저 대개는 곱지 않은 눈초리를 보낸다. 정부가 운용의 묘를 바삐 찾지 않으면 분양가 상한제는 반기는 이를 찾기 어려운 불청객, 외로운 제도에 머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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