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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3.0] ] 신한은행의 베트남 드림 "여전히 배고프다"②외국계 넘어 베트남은행과 경쟁 본격화...소매금융 성장궤도 진입

호치민(베트남)=진현우 기자/ 최은수 기자공개 2019-11-21 10:00:51

[편집자주]

금융의 해외진출은 단순한 본점지원 성격의 1.0과 현지화에 집중하는 2.0 단계를 거쳐 3.0 시대에 접어들었다. 금융회사들은 이머징마켓과 선진시장으로 투트랙을 전개하며 신남방과 IB영토 확장에 매진하는 중이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글로벌 금융한류.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더벨이 직접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둘러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4일 14: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1월2일 오전 10시. 베트남 호치민공항에 내리자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광고판이 있었다. 바로 베트남에 광폭적인 축구 열기를 불러일으킨 박항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공항 주변을 서성이자 택시기사들이 한국말로 박항서 감독을 얘기하며 호객행위를 해 온다. 환한 미소를 띠고 있는 그의 옆에 자리잡은 신한베트남은행 로고가 여느 때보다 가깝게 느껴졌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작년 1월 박 감독을 홍보대사로 위촉했고, 충분한 홍보효과를 만끽하고 있다. 사실 현지에선 신한베트남은행이 한국계인지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확실한 마케팅 포지셔닝을 이룰 수 있었던 건 박 감독 효과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축구 대표팀이 성과를 내기 전에 박 감독을 홍보대사로 선점한 신한베트남은행을 두고 대부분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신한은행의 기나긴 베트남 진출 역사를 살펴보면 운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1993년 한국계 은행 최초로 베트남에 상륙한 신한베트남은행은 한국계 기업 위주의 영업을 펼치던 도중 우연한 기회를 맞게 됐다. 베트남이 WTO에 가입하면서 개방의 물꼬가 트자, 처음으로 외국계은행에 현지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주저하지 않았고 홍릉, HSBC, ANZ, SC 등과 함께 법인대열에 합류했다.

이후 수년간 현지법인 라이선스가 발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당시 신한베트남은행의 선제적인 판단은 '신의 한 수'였다는 평이다. 지점에서 법인으로 탈바꿈한 신한베트남은행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확장의 기회도 놓치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2011년엔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자본확충이 시급했던 베트콤은행이 보유한 신한비나은행 지분 50%를 인수해 합병시켰다.

2017년엔 리테일사업을 철수키로 결정한 ANZ은행에 선제적으로 다가가 소매금융 확장을 위한 공격적 행보를 보였다. 로컬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만한 몸만들기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 셈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한 뼘씩 앞서왔고, 최근엔 여신 포트폴리오상 기업금융과 리테일금융이 균형을 이루는 등 외국계은행들에게 나아가야 할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신남방 정책의 핵심국 베트남에 진출한 지 27년. 현재 신한베트남은행은 18개의 외국계은행 중 HSBC와 함께 수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연간 순이익은 1000억원을 뛰어넘을 정도로, 신한은행 해외 법인 중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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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호치민지점 전경, 작년 1월 홍보대사로 위촉한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광고판이 눈에 띈다. 신한은행 지점 어딜가나 그의 모습을 가장 먼저 찾아볼 수 있다.

◇ANZ 리테일사업 인수, 소매금융 비중 50% 육박… 다변화된 여신 상품군 ‘눈길'

신한베트남은행이 외국자본의 한계점을 딛고 성장궤도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시기별로 M&A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를 사업전략에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2017년 말 호주 ANZ은행의 리테일 사업부문만을 떼어내 인수한 딜은 지금도 베트남 M&A 시장에서 회자될 정도다. 신한은행은 ANZ은행의 점포와 고객을 그대로 품으며 소매금융 상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었다. 영업점도 36개까지 늘어나며 촘촘해졌다.

인수 효과는 이듬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한은행의 2016년 기준 기업대출과 리테일대출은 각각 9억9000만달러, 2억4700만달러로 집계됐다. 리테일대출은 2년 뒤 9억5200만달러로 증가하며 285%의 성장세를 보였다. 신한은행의 여신 포트폴리오 비중 추이를 살펴보면, 2016년 20%에 불과했던 소매금융은 올해 9월 기준 47%까지 상승했다. 기업과 리테일 대출이 50대 50에 근접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과 카론(Car Loan) 등 리테일 대출자산의 상품종류도 다양해졌다. 매년 감가상각이 진행되는 자동차를 담보로 대출을 실행하는 건 국내에선 흔치 않은 일이다. 베트남은 아직 소득 수준이 높지 않아 자동차보단 오토바이가 압도적으로 많다.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는 말은 곧 현지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듀레이션 상환기간이 채 2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연체율은 낮지만, 대출금리 수익성은 높은 알짜 상품인 셈이다.

실제 베트남 도로는 오토바이 천국이라 칭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자동차는 많지 않기에 신한베트남은행의 카론도 당분간 마진을 많이 남기는 수익상품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재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베트남도 점점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있어 오는 2030년까지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없애는 쪽으로 정책을 공론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에 사회환경 변화에 따른 준비도 필요하다.

◇신한은행 주도 CIB협업모델 구축… IB영역 진출 토대 마련

신한은행은 베트남에 진출한 그룹 계열사들과 CIB(Corporate Investment Banking) 협업모델을 중심으로 베트남에서 기업금융과 IB사업 선점을 위한 행보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CIB 사업은 CIB 센터에서 기업금융(CB)을, GIB 팀에서 투자금융(IB)을 분담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신동민 신한베트남은행장은 ‘원신한' 관점에서 그룹 계열사들을 총괄·관리한다.

기업부문에선 한국기업 시장 수성에 주안점을 두고 미개척 지역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유망 산업군에 속한 현지 공기업과 대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서 대도시에 고객관계관리(CRM) 특수 점포도 운영한다.

투자금융의 경우 신한금융투자 베트남법인과 딜 소싱부터 신디케이션론 조성을 위한 마케팅까지 함께 해 나갈 예정이다. 부동산과 신재생에너지 등 IB 딜 영역을 차차 확장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실제 신한은행은 지난해 1월 베트남에 GIB데스크를 설립했다. 현재 베트남에서 기업공개(IPO) 컨설팅과 인수합병(M&A) 자문(Advisory) 등 해당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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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신한은행 베트남본사 회의실, 직원 휴식공간

◇바젤Ⅱ 선제 이행, 여신성장률 13%→18% 완화… 디지털 채널확보 주력

올 9월 기준 신한은행 총자산은 53억3000만달러, 은행의 대표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4.68%다. 최근엔 자본금을 확충하고 리스크관리 제도를 재정비해 외국계은행 최초로 바젤Ⅱ 이행승인도 확보했다. 신한은행은 로컬은행들과의 경쟁에서 외국계은행의 대표주자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줬다는 평이다.

실제 베트남에선 대출자산을 일정비율 이상 늘릴 수 없도록 규제기준을 두고 있다. 정부에서 물가상승 혹은 부동산투기 등을 막기 위한 사전조치의 일환이다. 신한은행은 선제적으로 바젤Ⅱ를 이행하며 모범선례를 만들었다는 중앙은행의 판단 하에 여신 성장률을 기존 13%에서 18%까지 허가받았다. 올해 예상 수익은 약 9000만달러다.

신한은행은 디지털뱅킹 사업 준비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비대면 실명 인증제가 가능한 한국과 달리, 베트남은 아직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아 무조건 은행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존재한다. 신한은행은 모모(전자지갑 1위)와 잘로(모바일 메신저 1위) 등 디지털 채널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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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베트남법인 본사 전경(호치민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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