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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사채펀드 긴급 점검]헤지펀드 '새 트렌드', 무시못할 '잠재 리스크'①메자닌 조건 악화, 갈곳 잃은 자금 유입…미비한 '평가·공시' 리스크 부각

최필우 기자공개 2019-12-09 13:00:00

[편집자주]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의 배경에는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운 사모사채펀드가 있다. 사모사채는 공모채권과 달리 발행사에 대한 평가와 공시가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아 잠재돼 있는 위험을 평가하기 어렵다. 거래가 쉽지 않은 자산이어서 헤지펀드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하는 트리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더벨은 사모사채펀드 시장이 빠르게 팽창한 이유와 내재된 리스크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7일 11: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사채펀드 설정이 헤지펀드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메자닌 투자 조건 악화가 겹치면서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대안 상품으로 삼고 있다. 판매사는 사모사채펀드를 기업의 자금조달 니즈(needs)와 자산가의 중수익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교로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사모사채펀드가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 사태 단초를 제공하면서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헤지펀드가 편입하는 사모사채에 대한 공시와 평가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출을 받은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겹치면 사모사채펀드발 헤지펀드 유동성 위기가 재차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모사채 신규 발행, 올해만 14조…헤지펀드 10% 비중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무보증 사모 회사채 신규 발행량은 지난 26일까지 13조8772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한해 발행된 금액에 비해 3조2003억원(30%) 늘었다. 2015년 전문사모집합투자업이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뀐 후 사모펀드의 사모사채 투자 금액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설정된 헤지펀드가 사모사채에 투자하는 규모는 3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말 기준 헤지펀드 설정액이 34조40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헤지펀드 10개 중 1개는 사모사채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무보증사모회사채
*출처: 한국예탁결제원
사모사채는 기업이 개인이나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50인 미만의 소수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된다는 점에서 공모 절차를 밟는 채권과 차이가 있다. 사모사채는 넓은 범주에서 전환사채(CB)를 비롯한 메자닌을 포함하지만 최근에는 주로 주식 성격이 없는 사모 회사채 발행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국내 헤지펀드 시장에선 주로 메자닌을 취급해 온 운용사들이 사모사채펀드 설정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운용사들은 증권사 IB와 자금 조달을 원하는 중소기업 네트워크가 풍부한 곳들이다. 이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사모사채를 확보하거나 직접 발굴한 중소기업의 발행을 유도해 헤지펀드에 편입, 50~100bp 수준의 운용보수를 수취하고 있다. 보통 2~3년 만기 폐쇄형 구조를 취하고 목표수익률은 3~7% 수준이다.

메자닌 투자자들이 사모사채 투자로 눈길을 돌린 것은 지난해 코스닥벤처펀드가 3조원 규모로 설정된 이후 메자닌 투자 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영향이 크다. 투자금이 넘쳐나자 발행사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 금리 0%, 콜옵션 비율 50% 조건 CB가 대거 등장했다. 또 예년 같았으면 발행이 어려운 수준의 기업들이 메자닌 시장에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인기가 주춤해졌다.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메자닌 딜 소싱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사모사채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당초 메자닌 투자를 기대하고 유입된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사모사채를 대안으로 삼기 시작한 곳들이 다수다. 코스닥의 지지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익 실현을 위해 주식 전환이 필요한 메자닌보다 이자를 수취할 수 있는 사모사채 투자가 낫다는 분위기다. 자금 조달이 필요한 피투자사 역시 중장기적으로 지분 희석 우려가 있는 CB 보다 사모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선호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판매사 수요도 사모사채펀드 설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판매사에서는 고위험·고수익 헤지펀드 뿐만 아니라 3~7% 수준의 중수익을 추구 상품도 드문 실정이다. 올해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리스크 관리 허들은 더 높아졌다. 사모사채펀드도 리스크가 없지 않으나 운용사가 채택한 매출채권, 지분 등의 담보가 판매사 상품개발 담당자에게 인정을 받으면 신상품 론칭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무등급' 사모채 편입…공시·재무 정보 '깜깜'

헤지펀드 운용사는 주로 비상장기업의 사모사채 발행을 유도해 펀드에 편입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대부분 평가사로부터 등급을 받지 못한 '무등급' 기업이다. 사모사채를 발행할 때는 공모채와 달리 신용등급 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헤지펀드가 투자하는 사모사채 대부분 BBB등급 또는 그 이하 투기 등급에 해당하는 기업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이일드채권 이상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증권신고서가 없는 것도 사모사채의 리스크로 꼽힌다. 공모채권을 발행할 때는 증권신고서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잠재 리스크와 기업이 속한 섹터의 업황을 상세히 기술하게 돼있다. 사모사채는 이같은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발행 절차가 간소하고 발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낮지만 잠재 리스크 파악을 운용사에 의존해야 한다. 판매사를 통해 대출에 대한 담보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지만 투자자가 직접 전반적인 리스크를 가늠하긴 어려운 것이다.

업계에서는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이 사모사채펀드에서 시작된 만큼 다른 운용사발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모펀드를 설정해 사모사채에 투자하고 자펀드 추가 설정으로 투자금을 모집했던 라임자산운용과 달리 개별 폐쇄형 펀드가 대부분이라 연쇄적 환매 중단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발행 기업의 기초 체력이 약하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가 악화되면 원리금 상환에 애를 먹을 수 있는 기업이 적지 않다. 또 비상장 사모사채 유통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아 유동성이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라임자산운용이 잇따르는 사모사채펀드 환매 요청에 응하지 못하고 환매 중단을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때 메자닌펀드가 유행을 탔던 것처럼 사모사채펀드 설정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등급과 증권신고서 확인이 어려운 만큼 믿을 수 있는 트랙레코드를 보유한 운용사 상품을 선별해 투자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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