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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사업구조 재편]'방향·목적' 불투명, 칼끝은 어디를 향하나수익부진 계열사 정리, 관계사간 높은 사업 연관성 걸림돌

임경섭 기자공개 2019-12-04 08:58:20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9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력 사업인 항공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한진그룹은 위기를 맞았다. 상속문제를 둘러싸고 어수선했던 한진그룹은 항공산업의 침체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3남매로의 승계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내부 정리를 끝내면서 한진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에 나설 호기를 만났다. 조 회장도 최근 공식 석상에서 그룹에 메스를 대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드러냈다.

다만 한진그룹의 사업구조 개편 방향과 목적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항공운송사업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구조조정을 검토한다는 큰 틀만 드러났다. 한진그룹 관계자도 "사업 구조조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항공·관광·호텔·운송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사업을 하고 있다. 한진칼, 대한항공, 한진, 진에어, 한국공항 등 상장 계열사를 포함해 32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자산총액 31조7000억원으로 두산그룹을 제치고 재계순위 13위로 올라섰다.

◇"대한항공이 주축"…항공운송사업 중심

한진그룹 지배구조
한진그룹 사업의 중심은 역시 여객 및 화물운송사업이다. 그룹을 일으킨 고(故) 조중훈 회장은 수송보국의 기치를 내걸고 물류사업을 육성했다. 창업의 뿌리를 물류에 두고 육상·해상·공중을 망라하는 그룹으로 키워냈다.

조 회장은 11월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항공운송사업과 그와 관련된 사업 외에는 관심이 없다"며 "대한항공이 주축이며 이를 바탕으로 서포트하는 사업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제가 아는 분야가 아니면 (사업을) 벌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조 회장의 발언으로 미루어볼때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의 영업을 강화하는 방향에 우선 순위를 둘 것으로 짐작된다. 한진해운이 2017년 파산하면서 해상운송의 한 축이 무너진 이후 남은 간판 기업은 단연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은 24조3733억원으로 한진그룹 자산총액 31조7000억원의 76.81%를 차지한다. ㈜한진과 한진칼은 각각 6.77%와 6.36%에 불과했다.

대한항공 노선별 매출
대한항공의 영업강화 전략의 핵심으로는 추가적인 조인트벤처(JV) 성사가 꼽힌다. 조 회장은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선할 생각"이라며 "가능하다면 델타 말고도 JV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또 "완전히 엮이는 JV가 아니더라도 협력은 가능할 것 같아서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3월 델타항공과의 JV를 시작했다. JV 시행 이후 1년 동안 대한항공의 미주노선 운항이 2.9% 증가했고 동남아 노선은 6.8% 늘었다. 대한항공의 미주노선 매출은 2017년 3분기 9320억원에서 올해 3분기 1조149억원으로 늘었다. 또 동남아·대양주 노선에서도 델타항공과의 협업을 통해 효율성을 높였다. 델타항공 역시 1년 사이 미주노선 운항편이 11% 증가했다.

올해 3분기까지 모든 국적 항공사가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대한항공만 138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저비용항공사들의 탑승률이 급격히 하락하는 상황에 대한항공은 탑승률을 유지했다. 델타항공과의 JV를 통해 미주노선 등 장거리 노선에서의 여객이 증가한 영향이다. 대한항공은 태평양노선에서의 JV 효과를 아직 협력관계가 없는 유럽지역으로 확대시키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익 안 나면 버릴 것"…계열사간 사업 연관성 해소 과제

조 회장은 뉴욕 기자회견에서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버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그룹 내에서 향후 비수익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항공산업의 구조적 악화로 인해 그룹내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마저 어려운 상황에 수익성이 낮은 비핵심 계열사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한진그룹 계열사 실적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대부분 수익성 고민을 안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한국공항을 제외하면 모두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들중 가장 이익률이 높았던 것은 ㈜한진으로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률 4.33%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률 10.87%를 기록했던 진에어는 항공 과당경쟁 속에 1.55%로 수익성이 급락했다. 조 회장도 "원래는 진에어였는데 적자를 냈고 지금 이익률은 한진이 제일 높다"고 말했다.

사업구조를 살펴보면 한진과 진에어을 제외한 계열사들은 자립이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계열사를 떼어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배경이다. 한진칼과 한국공항의 영업이익률이 4%를 넘었고 정석기업은 31.40%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진칼은 사업형 지주회사가 아닌 탓에 대한항공 등 자회사 지분에 대한 배당수익과 브랜드 수수료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공항 역시 매출의 71.5%가 대한항공과 계열사들에서 발생했다. 정석기업도 한진그룹의 부동산을 관리하는 일이 주요 사업이다.

많은 투자를 지속해온 호텔사업은 대표적인 적자 사업이다. 칼호텔네트워크는 지난해 1071억원의 매출과 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한항공도 한진인터내셔널(Hanjin International Corp.)을 통해 2017년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윌셔그랜드호텔을 개관해 운영하고 있다. 역시 아직 사업 초기인 만큼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대한항공은 호텔사업에서 9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하지만 이들 적자 계열사도 대부분 항공운송과 강한 사업적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섣불리 메스를 들이대기 어려운 구조다. 칼호텔네트워크는 인천공항과 제주공항 인근에 그랜드 하얏트 인천과 제주KAL호텔 등 사업장을 가지고 있다. 특성상 운항 스케쥴 변동이 잦은 항공사 특성상 호텔시설 보유 여부는 여객 만족도와 비용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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