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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무더기 스팩 승인…상장주관사도 '윈윈' 증시 침체기, IB 실적 보루…합병 경쟁 '부작용'

양정우 기자공개 2019-12-09 13:46:35

이 기사는 2019년 12월 06일 07:3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가 올해 증시 폐장을 앞두고 스팩(SPAC) 상장을 무더기로 승인하고 있다. 올 한해 기업공개(IPO) 건수를 빠르게 채우려는 수순로 읽힌다. 스팩은 증시 침체기에 저력을 발휘하는 만큼 주관사 입장에서도 실적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진다. 한국거래소의 속도감있는 스팩 승인은 증권사와 '윈윈' 행보로 평가된다.

6일 IB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상장을 승인한 기업 총 10곳 가운데 60%가 스팩인 것으로 집계됐다. 천랩과 플레이디, 메탈라이프, 엔에프씨 등 4곳을 제외하고 나머지 6곳이 모두 증권사가 설립을 주도한 스팩이었다.

이들 스팩은 대부분 상장 예비심사가 청구된 지 2주 내로 승인이 완료됐다. 지난달 상장이 승인됐지만 모두 이달 내로 증시 입성이 예정돼 있다. 한국거래소 입장에선 단숨에 6건의 IPO 실적을 채우는 기회였던 셈이다. 국내 IPO 시장에선 매년 연말마다 스팩 상장이 봇물을 이루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스팩 상장은 증권사 입장에서도 변동성 장세에서 최후의 보루로 꼽힌다. 지난 8월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폭락했을 때도 스팩(SPAC) 상장은 저력을 발휘했다. 폭락장 뒤 처음으로 실시된 스팩 청약에서 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대우기업인수목적3호, 경쟁률 508.4대1)는 다른 일반 기업과 비교해 월등히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스팩은 에쿼티(Equity) 투자에서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여서 증시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인기를 끌고 있다. 상장 후 3년 안에 합병하지 못해 청산할 경우 공모 투자자에 원금과 연 2%대의 이자를 돌려주기 때문이다. 그간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공모시장의 자금은 스팩으로 몰리는 경향이 뚜렷했다.

국내 유통시장은 좀처럼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말에 다가갈수록 오히려 약세장이 이어지고 있어 내년 시장도 쉽사리 낙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증권업계는 한동안 증시 변동성을 감내하는 방향으로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증권가의 스팩 양산과 한국거래소의 빠른 승인이 '윈윈' 행보로 여겨지는 이유다.

다만 스팩 상장이 지나치게 과열될 경우 자칫 투자자의 손실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볼륨보다 과도한 스팩이 양산되면 합병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팩은 상장 뒤 3년 내로 합병하지 못하면 청산 절차를 밟기에 합병 대상을 찾고자 사력을 다한다.

올 들어 스팩이 청산 절차를 밟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신한제3호스팩'과 '대신밸런스제4호스팩'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스팩이 존속 기한 안에 합병 타깃을 찾는 게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스팩 상장이 쏟아지면 자칫 지나친 경쟁으로 치닫을 수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 스팩으로 합병할 만한 기업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질의 기업을 고르기보다 합병 완주가 시급해지면 스팩 투자자는 물론 발기인인 증권사까지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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