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열전]카카오 vs 네이버 '게임 전쟁'의 서막카카오게임즈 IPO 재도전, 추격 속도 높이는 라인게임즈
성상우 기자공개 2019-12-23 09:00:10
[편집자주]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때 관중들은 '라이벌 구도'에 가장 열광한다. 라이벌 선수간 기록 대결, 라이벌 팀간 순위 싸움은 언제나 극적인 경기 장면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산업계 역시 그렇다. 라이벌 기업간의 치열한 경쟁은 각사의 진화를 이끌 뿐 아니라 산업 전체의 성장도 이뤄낸다. 더벨은 ICT 업계에서 경쟁 중인 라이벌사들의 경쟁 구도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0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게임산업에서도 맞붙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와 라인게임즈를 각각 자회사와 손자회사로 두고 '대리전'을 펼치는 중이다.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이 대중화되면서 모바일 플랫폼을 보유한 카카오가 이 분야에서 먼저 두각을 드러냈다. 이에 비해 후발주자인 라인게임즈는 지난해 유치한 1250억원의 투자금을 모두 개발비에 투입하며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현 시점에선 선발주자인 카카오게임즈가 사업 규모나 노하우, 업력 등에서 많이 앞서고 있는 구도다. 그러나 라인게임즈 역시 라인과 네이버라는 거대 플랫폼을 보유한 든든한 모회사를 갖고 있다. 아울러 최근 대규모 투자유치를 통해 게임 개발 및 사업 전개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실탄도 확보했다. 이를 밑천으로 메이저 게임사로 도약에 '올인'한 상태다. 두 회사의 게임 대리전 전개 양상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IPO 재도전 앞둔 카카오게임즈…수익성 확보 '절실'
카카오게임즈는 최근 몇년 동안 이뤄진 국내 게임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게임사 중 한 곳이다. 남궁훈 대표가 이끄는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4년간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카카오게임즈 매출은 2016년 1000억원, 2017년 2000억원을 차례로 돌파했다. 지난해 매출은 4200억원이다. 2016년부터 매년 100%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룬 셈이다.
퍼블리싱 사업으로 눈을 돌린 점도 주효했다. 카카오게임즈가 북미와 유럽에서 퍼블리싱을 시작한 '검은 사막'은 출시 직후 동시접속자 10만명과 유료가입자 100만명이라는 기록을 달성하며 북미 인기게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16년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이 이 게임에서 나왔다.
지난 2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메가히트를 친 '배틀그라운드'의 한국 사업권을 따내며 또 한 번 퍼블리싱 역량을 드러냈다. 이 게임은 현재 카카오의 전체 게임 매출의 10% 안팎을 꾸준히 지키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최근엔 '달빛조각사'를 통해 모바일 부문에서의 반등도 시도 중이다. 출시 직후 구글 매출 차트 2위까지 올라간 바 있는 달빛 조각사는 현재 10위권에 안착해있다.
지난해 추진하기로 했던 기업공개(IPO) 계획이 계속 밀리고 있는 점은 부담 요소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하반기 자사에 대해 진행된 감리가 장기화되는 등 상장 일정이 불투명해지면서 상장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앞서 우량기업에 주어지는 패스트트랙을 적용 받아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던 카카오게임즈의 밸류는 당시 1조2408억~1조9227억원으로 측정됐다.
회사 측은 "급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가치를 극대화시키기 힘든 현 시점에서 상장을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불황기에 접어든 최근 게임 시장 상황이 자사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기에는 불리한 환경이란 판단이다. IPO를 통한 공모 자금이 당장 필요한 정도로 자본금 여력이 부족하지도 않다. 본연의 영역인 게임 개발 및 퍼블리싱에 집중하면서 펀더멘털을 키우고, 시장 상황이 바뀔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후발주자 라인게임즈, 1250억 유치자금 신작 개발에 '올인'
라인게임즈의 사업 확장은 이제 시작 단계다. 지난 2017년 지분 투자를 통해 인수한 넥스트플로어를 이듬해 합병해 탄생한 통합 라인게임즈는 올해부터 신작을 본격 쏟아내기 시작했다. 네이버가 지분 73.13%를 보유한 자회사 '라인'이 라인게임즈 지분 41.73%을 보유하고 있는 구조다.
라인게임즈는 지난해 유치한 1250억원의 투자금을 모두 게임 사업 및 개발에 쏟아붓기로 했다. 투자금은 외국계 사모투자펀드 '앵커에퀴티파트너스(Anchor Equity Partners)'로부터 유치했다. 이 투자로 앵커에퀴티파트너스는 라인게임즈 지분 27.55%를 확보했다.
투자 유치 직후 라인게임즈 측은 올해 중 신작 6종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중 실제 출시된 것은 △퍼스트서머너 △엑소스 히어로즈 등 2종이다. 목표치를 다 채우진 못했지만 게임사들의 한해 출시 예정 라인업을 다 채우지 못하는 것은 업계에서 흔한 일이다. 신작에 대한 유저 평이 좋다는 점은 고무적인 요소라는 평가다.
야심작이었던 엑소스 히어로즈는 출시 하루 만에 구글·애플 양대 앱마켓에서 인기 1위를 달성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매출 순위는 5위까지 올랐다. 3년전 히트작 '데스티니차일드' 이후 모처럼 흥행작을 내놓으면서 퍼블리싱 역량을 입증한 셈이다.
라인게임즈는 내년부터 PC와 콘솔 등을 포함해 전방위적인 플랫폼 확장을 이룬다는 방침이다. 내년 출시 예정작인 △로얄크라운 △대항해시대 오리진 등이 PC와 모바일 기반, △베리드스타즈는 콘솔 기반 게임이다. 라인게임즈의 성장세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IPO 재도전에 나서는 카카오게임즈, 외연 성장 및 플랫폼 확장에 본격 나선 라인게임즈의 대결은 내년 이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자사 강점인 퍼블리싱 노하우와 개발 역량 등을 이어가며 수익성 향상과 내실 다지기를 이루는 것이 당면 과제다. 라인게임즈는 후발 주자로서 안정적인 사업 역량을 선보이면서 시장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양대 플랫폼사인 카카오와 네이버의 게임 자회사 대리전이 업계의 관심을 끄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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