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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OEM펀드 규제가 갖는 의미 [thebell note]

서정은 기자공개 2019-12-27 14:17:07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4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금융시장에서 '주문자제조(OEM)펀드'라는 단어를 안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판매사가 펀드 운용 등에 개입하는 OEM펀드는 자본시장법상 불법임에도 암암리에 설정돼왔다. 하루에도 수십개씩 상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이를 잡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판매사와 운용사 간 불균형한 권력 구도도 OEM펀드가 횡행할 수 있던 배경이다.

문제는 OEM펀드를 방치한 사이 금융시장이 점차 멍들고 있었다는 점이다. 올 한해 투자자 손실을 야기한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나 사모사채펀드, 해외부동산펀드 등을 봐도 OEM펀드로 불릴 여지가 컸다. 판매사 입김이 들어간 OEM펀드가 투자자들의 이익을 최우선할리 없다. 편입자산에서 부실이 생기자 피해는 투자자가 고스란히 떠안았다.

사정이 이렇게되자 금융당국은 OEM펀드에 칼을 빼들었다. 이번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개선방안'을 보면 이런 의지가 뚜렷하다. 금융당국은 운용사와 판매사 간 단순협의 범위를 제한해놓고, 이밖에 판매사 요구는 모두 포괄적 펀드 운용지시로 간주하기로 했다. 판매사가 운용에 끼어들 여지를 차단해놓은 셈이다. OEM펀드 규제에 적용되지 않았던 판매사 책임도 넣기로 했다.

업계의 반발은 만만치않다. 사모펀드의 경우 공모펀드에 비해 투자자 니즈를 폭넓게 반영해야하기 때문에 판매사와 운용사 간 협의가 필요하다. 금융사들은 빡빡한 규제가 신상품 출시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OEM펀드 제재 대상에 판매사를 넣어야한다고 주장하던 이들마저 '판매사가 다치면 운용사도 다친다'고 지적하는 상황이다.

이들의 비판이 틀린 건 아니다. 판매사의 개입 여지가 좁아지면서 운용사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상품 출시를 주저할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업계의 의견 등을 수렴해 OEM펀드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하지만 구체화된 내용은 없다.

그럼에도 이번 개선안이 의미있는건 금융사들의 반응 때문이다. 과거에는 OEM펀드에 대해 '안걸리면 된다'고 말했던 이들이 지금은 '절대 안돼'라고 말한다. 엄격한 규제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의식을 바꾸고있는 셈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법은 없다. 이번 변화가 금융시장에서 OEM펀드를 뿌리뽑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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