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택한 우리은행, 재산신탁 중심 리밸런싱 [기로에 선 은행 신탁업]⑤리스크관리 강화, '고객케어센터팀' 신설…WM-신탁 통합
손현지 기자공개 2020-01-07 08:26:26
[편집자주]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계기로 은행권 신탁사업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 신탁을 총량규제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방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비이자수익 확보 차원에서 신탁사업으로 눈을 돌리던 은행들은 공격적인 비즈니스 행보를 멈추고 신탁리스크 관리조직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에 나서는 모습이다. 5대 은행 신탁사업의 기류 변화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2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은 최근 몇년 사이 금전채권신탁을 중심으로 신탁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왔다. 이광구 전임자부터 손태승 행장까지 비이자이익 강화 차원에서 신탁을 통한 고객자산관리와 고객수익 기여를 중시해온 덕분이다.올해는 '파생결합펀드(DLF) 후속조치'에 대한 여파로 시장변동성 영향이 적은 재산신탁을 중심으로 자산을 리밸런싱할 계획이다. 또 주가연계증권(ELT) 완전 판매를 위해 그룹 직할 '고객케어센터팀'을 신설하는 등 내부 리스크관리 장치들을 보강하는 모습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그간 신탁부 효자노릇을 했던 ELT 대신 신수익원 발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ELT는 안정성을 위해 저(低)베리어(barrier) 중심으로 운영하고, 자산별 투자상품인 EMP나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등 포트폴리오를 다각화를 목표로 논의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우선 이달 중 신탁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기존 영업부문 내 WM그룹과 별개의 조직인 신탁연금그룹을 '자산관리그룹'으로 통합해 의사결정을 용이하게 할 계획이다. 시장변동성이 어느때보다 높은 만큼 신탁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서다. 대신 부서는 WM부, 신탁부를 독립적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두 그룹은 마케팅 업무를 제외한 상품 개발이나 판매 후 관리에만 집중한다.
또 투자상품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그룹 직할 고객케어센터팀을 신설한다. 이미 신탁연금그룹 내 해당팀을 포함시켜둔 상태다. 우리은행은 신탁부는 완전 판매 프로세스 달성을 위해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신탁부 신탁운용지원팀 내에 준법감시담당자와 변호사를 각각 1명씩 충원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DLF사태 이후 우리은행은 선제적으로 신탁 상품 재정비에 나섰다. 시장리스크에 노출되지 않는 재산신탁 중심의 판매 전략으로 손익을 전년대비 2배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ETF와 ETN의 경우 하반기 집중 고객 자산 리밸런싱 추진을 통해 오히려 판매 잔액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16일부터는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대한 리스크를 감지하고 신규 판매를 전면 중지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도 레버리지나 인버스 신탁상품은 신규판매시 본점 승인 절차를 밟도록 했다"며 "이번 금융위의 DLF 후속조치에 따른 제재 상품들의 판매잔액 규모가 미미해 영향이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재산신탁에 역량을 집중해 안정적으로 자산을 확대할 것"이라며 "단순히 상품 판매량에 집중하기 보다 다양성을 확보하고, 포트폴리오 질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출 방침"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신탁조직에 대한 투자는 사실상 이광구 전 행장 시절 부터 이뤄졌다. 자산관리(WM)나 신탁조직은 2016년 말까지만 해도 '단' 체제의 소규모 조직에 불과했지만 이광구 전 행장이 '그룹'으로 격상시켰다.
이 전 행장의 경우 신탁부 출신으로 신탁시장의 급성장 기조를 재빨리 인지했다. 인력도 기존 20명 수준에서 40명으로 늘리기도 했다. 자산관리 전문가 육성, 비대면 자산관리 플랫폼 사업 등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비이자이익도 신탁부문 수수료, 방카슈랑스, 외환·파생을 중심로 다양하게 확대된 배경이다.
손 행장 역시 ELT 등 금융상품 판매를 통한 수수료 수익 확대를 꾀했다. 일단 기존 연금신탁그룹을 신탁연금그룹으로 바꿨다. 신탁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였다. 특히 증권사 애널리스트 인력을 기용해 상품 라인업 확대하고 체계적인 투자 전략을 구상했다. ELT나 ETF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내외 증시 분석을 위한 자산관리 전문가 인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현재 신탁연금그룹은 고영배 상무가 주축이 돼 운영되고 있다. 신탁 수탁고는 지난해 11월 말 60조원에 육박했다. 금전신탁(37조7000억)의 경우 하나은행의 뒤를 바짝 쫓았으며 재산신탁(21조8000원)은 업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매출채권 등을 담보로 맡기고 자산담보부 기업어음(CP)을 발행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금전채권신탁 자산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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