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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유동성 위기]금감원 '조기상각 권고', 알펜루트 위기 '촉발'증권사들 '3자 협의체' 손실 위기감 고조, 동시다발적 'TRS 해지·상환' 요청

최필우 기자공개 2020-01-31 08:24:46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8일 15:0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알펜루트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의 직접적인 원인인 증권사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해지는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조기 상각 권고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펀드 회계실사 결과를 기준으로 라임자산운용 펀드가 손실 처리될 가능성이 부각되고 3자 협의체(라임자산운용, 라임 펀드 판매사, TRS 제공 증권사) 구성 논의가 나오자 증권사 사이에서 손실 위기감이 고조됐다.

증권사들은 유사 리스크 방지를 위해 TRS 해지에 미리 나섰고 또 다른 협의 주체인 판매사도 환매 대열에 동참했다. 3자 협의체에 엮이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 증권사들이 선수를 쳐, 발을 뺐다.

이를 재촉한 건 결국 감독당국으로, 라임 사태의 후폭풍을 더 키우고 있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TRS 제공회사이면서, 동시에 판매사인 증권사들도 발을 빼버린 것에 대한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각 논의 본격화되자 TRS 해지·환매 요청 '속도'

금융감독원은 최근 삼일회계법인의 펀드 회계실사 결과에 따라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편입된 자산을 상각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상각은 채권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는 것이다. 아직 3자 협의체 구성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협의 주체로 언급되고 있는 판매사와 TRS 제공 증권사는 제대로 된 실사 없이 책상에서 이뤄진 '탁상감정'을 손실 처리 기준으로 삼아선 안된다고 반발했다. 라임자산운용도 감사보고서를 참고용으로 삼고 내부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가 주축이 돼 적정 가치를 산출하겠다고 밝혔다.

적절성을 떠나 금융감독원의 상각 권고는 판매사와 TRS 제공 증권사가 다른 펀드의 자금 회수에 나서는 시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3자 협의체 구성에 앞서 손실 금액이 확정됐을 때의 이해득실을 따지기 시작했다. 고객과 맞닿아 있는 판매사는 회수 금액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 TRS를 제공한 증권사와 연대 책임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TRS로 대출을 제공한 증권사는 마땅히 회수해야 할 금액이 협의 대상이 되자 손실 금액이 커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이에 라임자산운용을 넘어 알펜루트자산운용으로 TRS 계약 해지와 환매 요청이 몰렸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이 투자한 자산에서 부실이 발생하거나 모자형 구조를 취한 게 아님에도 증권사들은 TRS 계약 연장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먼저 TRS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미래에셋대우 등이 해지 대열에 합류했다. TRS 제공 증권사들이 대출 회수에 나서자 환매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공포심에 휩싸인 판매사 PB들도 경쟁적으로 환매 요청에 나섰다. 환매 요청이 겉잡을 수 없이 늘자 알펜루트자산운용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환매 중단 결정을 내렸다.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금융감독원에 대한 책임론도 부각되고 있다. 시간을 두고 실질이 반영된 손실 규모와 상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었음에도 무리한 상각 요구로 3자 협의체에 포함될 주체들이 이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라임자산운용 관련 의혹이 불거진 이후 논란의 중심이었던 TRS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게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종 의혹과는 무관하게 TRS 자체는 적법한 계약이었음에도 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조성되는 것을 방치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태가 일파만파 커질 것을 감안해 계약 연장을 거부하고 TRS 규모를 줄여야 했던 증권사 사정도 이해는 간다"면서도 "라임자산운용 사태 전이었으면 TRS 계약 연장이 충분히 가능했던 펀드들도 유동성 위기를 감수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멀쩡한 운용사에 튄 '불똥'…증권사는 '적법한 상환' 주장

멀쩡한 펀드의 TRS 계약을 해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증권사들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에 알펜루트자산운용 펀드와의 TRS를 해지한 한국투자증권은 손실을 염려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게 아니라 예정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알펜루트자산운용에 TRS 계약 해지를 처음 요구했고 3개월간 상환이 이뤄지지 않자 계약 만기를 늘리지 않기로 했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은 펀드에 부실 자산이 없고 헤지펀드 시장이 위축돼 당장 유동성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들어 계약 연장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을 포함한 증권사들이 TRS 포지션 축소로 가닥을 잡으면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할 운용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알펜루트자산운용보다 규모가 작은 곳들도 TRS 계약 해지 요구가 트리거가 돼 순차적으로 환매 정지를 선언할 수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알펜루트자산운용이 그랬듯 사별 상황을 감안해 TRS 계약 연장 또는 대출 상환 속도 조절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사실상 TRS 비즈니스를 접는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알펜루트자산운용에 지난해 10월부터 TRS 계약 해지를 요구해 왔고 당초 1년이었던 만기를 연장하지 않은 것 뿐이지 일방적으로 계약을 끊지 않았다"며 "당사의 TRS 계약 해지는 협의체 결성 등과는 무관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내린 의사결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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