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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기자재업 리포트]'홀로서기' 에스엔시스, 독자생존 가능성 증명했다삼성중공업 분사 후 의존도 확 낮춰…환경규제에 일감 늘어

구태우 기자공개 2020-01-29 09:20:39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8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선기자재 업체 에스엔시스(S&SYS)의 '홀로서기'가 해양 환경 규제에 힘입어 순항 중이다.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의 수주가 늘면서 일감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삼성중공업에서 분사해 설립한 에스엔시스의 홀로서기에 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에스엔시스는 올해 설립 4년차를 맞은 신생 기업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빅3' 조선소가 주도하고 있어 조선기자재 업체의 시장 인지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엔스엔시스는 역사도 짧고, 규모도 작지만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에스엔시스는 조선업 불황이 한창이던 2017년 9월 삼성중공업에서 분사했다. 제조업에서 이례적으로 종업원 지주제를 운영하고 있다. 종업원 지주제는 근로자가 회사의 주식을 소유해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다.

에스엔시스가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한 건 회사 설립 취지와 무관치 않다. 에스엔시스의 전신은 삼성중공업 기전팀이다. 기전팀은 삼성중공업을 비롯해 국내외 조선사와 선사에 선박 관련 솔루션을 제공했다. △운항제어 △환경 △배전 등 3가지 분야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취급했다. 1250여개에 달하는 국제 인준 면허를 보유하고 있고, 2000척에 달하는 선박에 제어시스템을 설치하는 등 입지적인 '트랙 레코드'를 갖고 있다. 관련 분야의 기술력과 경쟁력이 우수하다는 평이다.

에스엔시스는 2017년 삼성중공업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떠났다. 당시 삼성중공업은 조선업 수주 불황으로 일감이 급격하게 줄면서 '보릿고개'를 견디고 있었다. 2015년 말 23조원이 넘던 조선해양 부문의 수주는 2017년 3분기 11조원으로 급감했다. 매출도 곤두박질쳤다.

수주 산업인 조선업의 경우 수주가 줄어든다는 건 1~2년 후 매출이 급감한다는 걸 의미한다. 삼성중공업은 자구대책의 일환으로 고정비 절감과 핵심역량 위주 인력 개편을 추진했다. 그러면서 기전팀 분사를 추진했다.

당시 기전팀장을 맡았던 배재혁 상무(현 에스엔시스 사장)와 직원들은 십시일반 힘을 모아 기전팀의 지분을 인수했다.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대신 삼성중공업 출신들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넘겼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 사장은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의 장래성을 내다보고 인수를 추진했다.

현재 최대주주는 19%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중공업이다. 배 사장이 14%의 지분을, 창립 공신인 임원들이 나머지 지분을 고루 보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분을 갖고 있지만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배 사장의 예상대로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는 에스엔시스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2018년 6월 미국 해안경비대(USCG)로부터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의 인준을 받았고, 이후부터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에스엔시스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이 장치는 평형수(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배에 채워넣는 해수)에 있는 미생물 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2017년 국제협약에 따라 이 장치의 설치가 의무화됐다. 해양 생태계 규제로 인해 에스엔시스를 비롯한 조선기자재 업체의 시장이 생겨난 것이다. 에스엔시스는 20여년 넘게 관련 분야의 솔루션을 제공한 만큼 경쟁력이 높다.

선박 제어시스템에서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로 주력 제품을 바꾸면서 수주도 늘고 있다. 2018년 기준 매출은 598억원, 영업이익은 30억원(영업이익률 5.0%)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588.3%로 상당히 높은데, 대부분은 삼성중공업에서 받은 선수금(85.2%)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스엔시스는 지난해 약 150척을 수주했다. 한대 당 설치비용이 평균 8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1200억원 규모를 신규 수주한 셈이다.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전망된다. 에스엔시스는 40조원에 달하는 선박 평형수 처리 장치 시장에서 테크로스와 함께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는 에스엔시스가 삼성중공업에서 홀로서기한 지 4년 째다. 독자 영업과 독자 상품을 내세우면서 삼성중공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대로 줄었다. 관건은 앞으로다.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시장은 5년 후 하락세로 접어드는 시장이다.

선박 제어시스템과 파워시스템은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대형 경쟁사들이 준비한 분야다. 지금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쉽지 않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스엔시스는 삼성중공업에서 분사 후 친환경 설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운항제어시스템과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두 축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기자재 업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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