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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동상이몽' KCGI-조현아, 이면 거래 시나리오 대두엑시트 플랜에 도움…미래 경영복귀 재시도 가능성

박상희 기자공개 2020-02-04 08:31:36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3일 11: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전횡과 독단 경영을 비판해 온 KCGI(강성부 펀드)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손을 잡았다. 조 전 부사장 역시 갑질과 일탈 행위로 물의를 빚은 오너 일원이기 때문에 KCGI와의 연대는 대외적인 명분과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KCGI는 조 전 부사장이 등기이사 등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고 배수진을 쳤다.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퇴진이 급선무인 조 전 부사장은 경영 복귀를 잠정 포기하는 대가로 KCGI와 손을 잡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조 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후일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반(反) 조원태' 기조를 제외하곤 접점이 없는 KCGI와 조 전 부사장의 연대 뒷면에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한 이면 거래 존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3일 "강성부 대표는 한진 오너일가의 전횡과 부도덕성을 이유로 경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줄기차게 이야기 해 온 사람"이라면서 "한진 오너일가인 조현아 전 부사장 역시 강 대표가 비판하던 존재라던 점에서 두 사람이 손을 잡은 것은 대외적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KCGI 역시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같은 딜레마를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앞세워 조 전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KCGI-조현아-반도건설' 3자 연대 공동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관계자는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진칼 등기이사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표이사는 물론 이사회 일원으로 한진칼 경영에 참여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CGI 입장에선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오너일가와 손을 잡더라도 대외적인 명분이 마련된다. 조 회장이 물러나는 자리에 또 다른 오너일가인 조 전 부사장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전문경영인이 한진칼 경영을 맡기 때문이다.

결국 '반 조원태' 기치 아래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 형국이다. KCGI 입장에선 현재 한진칼 경영권을 쥐고 있는 조 회장을 물러나게 할 수 있는 우군을 확보했고, 조 회장 경영행보에 반기를 들어 온 조 전 부사장 역시 KCGI와 손을 잡으면서 조 회장을 퇴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강성부 KCGI 대표(왼쪽부터)
관심이 가는 것은 반 조원태 연대가 조 회장의 퇴진을 이뤄낸 이후의 행보다. 당초 KCGI와 조 전 부사장이 손을 잡은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KCGI는 한진 오너일가 경영 퇴진을 통한 기업가치 상승을 내세웠지만 사모펀드 특성 상 엑시트(자금 회수)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조 전 부사장은 지금 당장은 조 회장 퇴진을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에 동의했지만 추후에는 경영 복귀가 진성 목적일 것이라고 한진그룹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KCGI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손을 잡을 수 있었던 배경은 조원태 회장에 반대한다는 '반(反) 조원태' 기조 뿐"이라면서 "두 사람이 조원태 회장에 반대하는 목적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연대 이전에 서로가 원하는 조건에 대해 이면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우선 경영 복귀를 포기한 조 전 부사장이 그 대가로 무언가를 요구했을 가능성이다. 조 전 부사장이 지난해 연말 공개적으로 조 회장에게 반기를 든 것은 앞서 11월 정기 그룹 인사에서 본인의 경영 복귀가 무산된 게 단초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전 부사장 라인으로 꼽히던 인물들도 모두 물갈이됐다. 경영 복귀 목마름이 컸던 조 전 부사장이 KCGI와의 연대를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에 동의한만큼 그에 상응하는 조건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면 거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KCGI가 보유한 지분 일부 매입이나 2~3년 전문경영인 체제를 거쳐 경영에 복귀하는 시나리오다. 이는 모두 KCGI의 엑시트 플랜과도 관련된다. 지분율이 17%가 넘는 한진칼 지분을 시장에서 한꺼번에 매각하기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의 한진칼 지분율은 6.49%로, 조 회장(6.52%)보다 약간 낮다. KCGI가 보유한 지분 일부를 매입할 경우 오너일가 중 조 회장을 제치고 1대주주가 될 수 있다. 조 전 부사장이 상속세 등 이슈를 해결하고 충분한 재원 마련이 이뤄졌을 때 KCGI 지분 일부를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

KCGI의 엑시트 플랜이 순조롭게 이행될 경우 조 전 부사장이 한진칼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KCGI가 조 전 부사장이 이사회 멤버로 등재될 수 있는 판을 깔아놓고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시나리오다.

물론 여기엔 8% 넘는 한진칼 지분을 보유한 반도그룹의 행보도 주목해야 한다. 현재로선 KCGI가 보유한 지분을 대거 매입할 수 있는 재원이 충분하고 의지 또한 있는 주체로 가장 주목받는 곳이 반도그룹이다.

재계 관계자는 "KCGI와 조현아가 일단 반 조원태 기조에 공감해 손을 잡았지만 궁극적으로 원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재는 일차적으로 주목해야 하는 건 손을 잡은 KCGI, 조현아, 반도 연대가 조원태 체제를 축출하는데 성공할지 여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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