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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투자 베테랑' 신승수 스틱벤처스 전무 [매니저 프로파일]소비재·지능정보 등 멀티플레이 베팅…산업 성장 사이클 흐름 읽어

양용비 기자공개 2020-02-27 08:07:58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6일 0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단정하고 말쑥하다. 세련되고 매너 있다. 말투는 부드럽고 상냥했지만 업무에 대한 이야기는 거침이 없었고 자신감이 넘쳤다. 신승수 스틱벤처스 투자본부 전무(사진)를 마주한 첫 인상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외유내강(外柔內剛)’이 가장 적절할 듯하다.

신 전무는 철저한 분석가다. 벤처투자와 PE 투자를 두루 거치며 기술금융 부문에서 특출난 재능을 갖고 있는 스틱벤처스의 핵심 심사역이다. 기존에 소부장 뿐 아니라 최근엔 딥테크 분야(소프트웨어·지능정보)에 투자 전념하는 등 투자 스펙트럼도 상당히 넓다. 벤처 투자 시장의 맛은 끊임없는 변화에서 온다고 말하는 신 전무는 철저한 분석가 기질과 함께 유연함도 갖고 있다.

◇성장스토리 : IPO 담당하던 금융맨, ‘원클럽’ VC 대들보로 우뚝

신 전무가 벤처캐피탈(VC) 업계에 첫 발을 내민 것은 2005년. 당시 스틱IT투자로 입사해 VC 업계에 입성한 신 전무는 줄곧 스틱에서만 일한 ‘원클럽맨’이다. 내달이면 벌써 만으로 입사 15년을 맞이한다.

사실 대학 시절 꿈은 벤처캐피탈리스트와는 거리가 있었다. 연세대학교 92학번에 전공은 경제학. 대학 선배들은 경제학 전공을 살려 대부분 금융 분야에 자리를 잡았다. 선배들을 따라 92학번 신승수도 자연스럽게 금융 분야에 꿈을 키웠다.

1997년 터진 외환위기(IMF) 구제금융. 대학 졸업 즈음에 터진 경제 위기라 취업문도 좁아졌다. 대학만 졸업하면 대기업을 골라가던 시기는 지났다. 신 전무는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시기가 90년대 후반이었다”며 “다행히 IMF 입성 후 1년 정도 지나 증시가 살아나서 대기업에 합격할 수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첫 직장은 한일시멘트였다. 좁아진 취업문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꿈꿔왔던 금융 분야와는 차이가 있었다. 이듬해 하나증권 IPO팀으로 이직한 것도 금융 분야에 대한 꿈 때문이었다. 이후 하나증권(2000년)과 KGI증권(2002년) 기업금융 등 증권가에서 5년 동안 근무하며 기업의 재무분석과 기업 실사 분야의 역량을 키웠다.

증권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주니어로서 바삐 움직였다. 그가 분석했던 기업들은 대부분 IPO를 앞둔 업체들이었다. 재무나 기술이 검증된 업체들이어서 안정적이었으나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기엔 부족했다. 그 즈음부터 VC 업계를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신 전무는 “벤처기업과 같이 수면 아래에 있지만 역동적인 곳을 찾아 투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005년 VC 업계로 눈을 돌린 계기다. 그러나 생각만큼 당시 VC 업계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제1차 벤처붐의 거품이 꺼지자 업계는 침체기에 들어섰다. 당연히 VC 심사역에 대한 채용 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다행스럽게도 2005년 스틱이 그의 능력을 알아봤다. 스틱은 증권사 IPO 부서에 5년 동안 근무하면서 코텍, 대진디엠피, 케이피엠테크 등의 재무를 분석하고 기업 실사한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신 전무의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인생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투자 철학 : 기술만큼 중요한 건 산업 성장 사이클

VC 업계 입성 초기는 녹록치 않았다. 이전 금융권에서 다뤘던 IPO 업체들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기술은 투박하지만 대표의 역량이 뛰어난 기업이 있는가 하면, 기술적으로 우월하지만 이익이 난다는 보장이 없는 기업도 있었다.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은 기존 검증이 된 IPO 업체들과 달라 심사역의 판단이나 분석이 더욱 중요해졌다.

소부장 투자에 강점을 보이는 신 전무는 투자에 있어서 기술 만큼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주니어 때 체득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VC 업계에 입성한 주니어 때는 디지털 기술이 아날로그 기술을 당연히 앞선다고 판단했다”며 “그러나 실제로는 아날로그 기술이 더욱 장수했다. 기술이 능사가 아니고 산업 성장 사이클을 고려한 투자 타이밍과 마케팅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신 전무는 VC 업계 입성 초기가 하드웨어 테크놀로지 시대였다면 현재는 지능정보 기술과 서비스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른 투자 콘셉트도 당연히 바뀌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향후 서플라이 체인의 가치사슬을 끊는 기업들이 새로운 강자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소부장 투자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던 신 전무가 이외의 산업으로 투자 영역을 확대하는 이유다. 최근 신 전무는 테크놀로지 기반의 신소재 기업 뿐 아니라 D.N.A(데이터·네트워크·AI) 업체를 주목하고 있다. 최근 신 전무가 주도해 투자한 D.N.A 업체는 위세아이텍(10억원), 솔트룩스(40억원), 앱테스트먀(15억원)가 대표적이다.

◇트랙레코드 1 : 3배 회수 '제일유압' 애착 커


신 전무는 제일유압을 가장 애정이 가는 투자 기업으로 꼽는다. 철저한 기술 분석과 적절한 투자 회수 타이밍이 조합돼 최상의 수확을 얻어낸 포트폴리오이기 때문이다.

제일유압은 굴삭기 유압모터와 유압펌프를 제조하는 업체로 중소기업으로서는 당시 시장점유율 1위였다. 2000년대 후반 중국에서 SOC 투자 붐이 일어나자 두산인프라코어나 현대중공업의 굴삭기 수출 증가와 함께 납품 수혜를 받았던 곳이다.

스틱은 제일유압이 업계 리더인 점을 감안해 100억원을 베팅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2년 미국의 전기·전력부품 제조업체인 이턴이 제일유압을 인수키로 하면서 310억원을 회수했다.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형 유압모터 제조가 없었던 이턴은 아시아 거래처를 보유한 제일유압을 높게 평가했다.

다만 이후 제일유압의 사정은 악화됐다. 중국이 SOC 투자에 자국기업을 육성하면서 한국의 굴삭기 수요를 줄였기 때문이다. 스틱으로선 신 전무가 강조한 ‘투자 타이밍’으로 적절한 시기에 엑시트를 한 셈이다.

◇트랙레코드 2 : '대박' 사파이어테크, 아쉬운 메카로

발광다이오드(LED) 산업의 원천기술인 사파이어 잉곳 생산업체 '사파이어테크놀로지'는 신 전무에게 잊을 수 없는 포트폴리오다. 스틱에 입사해 처음으로 투자한 곳이기 때문이다.

신 전무는 사파이어테크놀로지가 보유한 원천 기술의 시장성이 높다고 판단해 투자에 나섰다. 18억원을 투자해 2011년 IPO 이후 11배 가량의 수익을 기록했다. IPO 당시 사파이어테크놀로지는 황금주로 불릴 정도였던 만큼 그의 뇌리에 박혀있는 기업이다.

반면 반도체 재료 회사 메카로는 신 전무에겐 아쉬운 종목이다. 스틱이 회수를 완료한 뒤 본격적인 성장에 들어선 기업이기 때문이다. 스틱은 2006년 메카로에 10억원을 투자해 2009년 원금만을 회수했다.

당시 메카로는 반도체 LCD 부품과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하는 전구체 '프리커서'를 생산했다. 신 전무는 반도체 프리커서가 향후 시장에서 널리 사용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그 포텐셜에 베팅했다.

다만 프리커서의 잠재력은 성과로 신속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본격적인 성과가 나타난 것은 2010년대 중반. 메카로가 생산하는 프리커서를 SK하이닉스에 공급하면서부터다. 신 전무에 메카로는 '선견지명'과 함께 '타이밍'도 중요하다는 철학을 굳혀준 포트폴리오다.

◇업계 평가 : "발군의 기업 관리, 후배에게 귀감"

스틱벤처스 내에서 신 전무는 투자 기업 관리에 철저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기업 투자 이후 시간이 지나고 업데이트할 사안이 많아질 수록 관련 작업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신 전무는 해당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정근호 스틱벤처스 부대표는 "전체적인 시스템이 짜여져 있는 딜을 올리고, 이후 문서화하고 사후보고하는 것들이 타의 모범이 될 정도"라며 "회사의 기본 방침을 철저히 이행하면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 전무는 투자에 있어서 '유연함'을 갖춘 인물이라는 평가다. 신 전무는 PE 투자와 벤처투자를 모두 경험했다. 두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내는 심사역은 드물다. PE투자에 비해 VC투자는 모험적이지만 유망한 기업을 발굴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정 부대표는 "신 전무는 예전 제조업 중심으로 투자했지만, 최근에는 보안과 서비스 영역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VC업계에선 드물게 신 전무는 제조업의 원가계산부터 공장 수율까지 팔로업하는 인물이라 꼼꼼하기로도 유명하다.

◇향후 계획 : 올해 조성 펀드 대표펀드매니저

신 전무가 2017년말 정근호 부대표와 공동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아 운용 중인 '스틱 4차산업혁명 펀드'는 현재 순항 중이다. 포트폴리오 분산 투자가 적절하고, 회수도 빨라 준수한 트랙레코드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기술성 평가가 좋아 특례상장을 앞둔 포트폴리오만 3~4개에 이른다. 지난해 12월엔 티움바이오의 회수도 개시했고, 위세아이텍도 상장 후 매매를 시작했다.

그가 공동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은 조합이 성공적으로 운용되는 만큼 올해엔 스틱벤처스가 조성하는 펀드의 단독 대표펀드매니저를 맡는다. 모태펀드에서 출자하는 '점프업 혁신성장'에 지원할 예정이다. 펀드 규모는 800억~1000억원이다.

투자 포트폴리오는 ICT 지능정보 활용(빅데이터, 클라우드, AI)과 삶의질 향상 분야 (콘텐츠, 바이오, 헬스케어), ICT 부품 고도화 (2차 소재), ICT 융복합(스마트 팩토리)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다양하게 이뤄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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