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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두산인프라코어, '차입 장기화'로 변하는 재무 전략3500억 차입 리파이낸싱 추진, 신용등급 변동·재무적 현안 보호장치 마련될 듯

구태우 기자공개 2020-03-04 10:15:19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3일 14: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원칙은 차입금에도 있다. 채권자는 원금과 이자수익을 통해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한 확신이 낮아지고 불안감이 높아질수록 높은 이자율을 통해 차입금을 빌려준다.

이자는 채무자의 입장에서는 비용, 채권자의 입장에서 수익인 셈이다. 이 때문에 영업활동을 위해 외부에서 자본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은 부채조달비용을 최소화하려 한다. 신용등급은 부채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는 가장 우선되는 요건이다. 이외에도 △수익성 △성장성 △담보가치 등도 부채조달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기업들이 저금리가 고착화되면서 장기차입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기준 금리가 낮아지면서 저금리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부채조달비용이 낮아진 만큼 채권자의 투자 수익은 낮아질 전망이다. 금리가 낮다고 자금을 빌려주지 않을 경우 우량고객을 다른 채권자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 이때 채권자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게 제도적 장치가 '재무약정(covenants)'이다.

재무약정에는 △원금상환에 필요한 적정 현금보유액을 유지하도록 한 약정 △과도한 채권발행 억제 △위험이 과도하게 높은 투자대안은 선택하지 않는다는 약정 △이자비용이 영업현금흐름 이상을 넘지 않도록 하는 약정 등이 포함된다. 기업은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를 통해 부채조달비용을 낮추고, 채권자는 재무약정을 통해 불안감을 낮출 수 있게 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저금리 시대'를 맞아 차입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3일 3500억원 규모의 장기차입금에 대해 리파이낸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차입금은 두산인프라코어가 2018년 한국산업은행 등 8개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한 건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 주식 1634만1780주(지배기업의 보유지분 31.9%)를 담보로 차입했다.

이 차입금에 대한 금리는 3.99%~4.55%로 유동적이다. 금리를 4.19%로 가정할 경우 연간 146억원의 이자를 채권자에 지급해야 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8년과 비교해 금리가 낮아진 만큼 발행금리가 낮아졌을 것으로 판단해 자금 재조달을 추진하기로 했다. 2018년 기준 금리는 1.5%로 현재 기준 금리(1.25%)보다 0.25% 포인트 낮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회사채 금리가 2년 전보다 낮아진 데다 영업실적도 양호해 자금조달 환경은 이전보다 눈에 띄게 개선된 상황이다. 3500억원의 자금을 재조달할 경우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재무 레버리지'를 높일 수 있다. 기업들은 외부자본으로 투자 및 영업에 활용해 자기자본수익률을 높인다.

'저금리 시대' 지렛대 효과를 활용한 투자 전략은 합리적이라는 게 시장의 공통된 분위기다. 관건은 두산인프라코어와 채권자가 체결할 '재무약정'이다.


지난해 말까지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밥캣 주식을 담보로 빌린 차입금은 총 3건이다. 3건 모두 재무약정이 체결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한국산업은행 등에서 빌린 3500억원의 차입 거래에 대해서는 신용등급과 연관된 재무약정이 체결됐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차입금과 관련한 담보한도액을 미충족할 경우 주식 또는 예금의 추가 제공 △연결회사 중 1곳의 장기신용등급이 'BBB0' 이하인 경우 기한의 이익상실 사유를 구성한다는 내용의 재무약정을 채권자와 맺었다.

'기한 이익상실'은 채권자가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걸 의미한다. 즉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의 신용등급이 BBB0로 하락할 경우 채권자는 차입금을 회수할 수 있는 셈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국내 및 해외 종속회사는 총 33곳이다. 이중 국내 종속회사는 두산밥캣과 두산밥캣코리아 등 2곳이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은 'BBB'(NICE신용평가) 등급이다. 두산밥캣은 국내가 아닌 해외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신용등급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만 산업은행과 체결한 재무약정의 영향을 받는 셈이다.

다른 차입 계약의 재무약정을 살펴보면 △산업은행 민영화 추진 시 대출금의 조기 상환 △담보 주식이 기준 가격에 미달할 경우 차액에 상당하는 주식 또는 예금을 제공한다는 조항도 있었다.

이렇듯 기업은 부채조달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채권자와 협의해 재무약정을 맺는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자본조달 환경이 이전보다 개선됐지만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문제는 '리스크'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선진시장에서 건설 중장비의 판매 호조로 견고한 실적을 내고 있다. 건설 중장비 및 발전용 엔진 판매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글로벌 건설장비의 수요에 따라 실적이 변동적이다. 이와 함께 두산그룹의 '재무 리스크'도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현안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외부자본을 조달할 때 비용을 낮추는 한편 재무약정이 미칠 수 있는 영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차입금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자는 불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두산인프라코어의 계열사 지원 및 신용등급 변화 가능성에 대한 보호장치를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차입 전략을 짜는 CFO는 고석범 재무관리부문장(부사장)이다. 고 부사장은 입사 후 자금관리 및 재무 부서에서 근무한 '재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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