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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M&A]제주항공, '돈 걱정'보다 '정치적 오해 해소' 주력'타이이스타젯' 미스터리…'관계 정리' SPA 조항에 담겨

박상희 기자공개 2020-03-11 08:27:48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0일 14:1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흔히 인수합병(M&A) 거래는 인수규모와 자금력이 핵심으로 여겨진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M&A에서도 이는 유효했다. 다만 제주항공이 못지 않게 신경을 쓴 부분은 정치나 정권 관련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가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인데다 한창 실사가 진행 중이던 1월에는 일부 여권 관련 인사가 취업한 것으로 알려진 태국의 '타이이스타젯'과 이스타항공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마저 불거졌다. 제주항공으로서는 이스타항공 M&A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에게 인수잔금을 지급하기 이전에 타이이스타젯과의 관계를 정리해달라고 요구한 것도 사전에 의혹 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10일 "이스타항공과의 SPA(주식매매계약) 조항에 타이이스타젯과의 모든 관계를 정리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맞다"면서 "이는 금전 거래 관계 등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이스타젯은 2017년 2월 설립됐다. 자본금은 2억바트(약 76억원)로 태국인 2명이 99.98%, 한국인 1명이 0.02%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관련업계는 태국인이 최대주주이지만 사실상 이스타항공과 합작 회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과의 깊은 연관성을 감안하지 않고는 사명에 굳이 '이스타'라는 단어가 들어갈 필요가 없지 않느냐"면서 "겉으로 보기에는 태국 회사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이스타항공이 설립한 해외법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이나 이스타홀딩스가 실제로 보유한 타이이스타젯 항공 지분은 없다. 2018년 기준 감사보고서 등에는 해당 회사에 대한 언급이 없다. 베일에 가려진 회사인 셈이다.

이스타항공은 감사보고서 상으로 직접적인 지분 연결고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타이이스타젯의 항공기 리스 과정에서 보증을 섰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타이이스타젯이 들여온 보잉737-800 항공기 한 대의 한 달 리스 요금 약 29만달러(3억3000만원)에 대한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잔금 납입이 이뤄지지 않아 M&A 거래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타이이스타젯에 관련된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면서 말을 아꼈다.

이스타항공은 직접 구입해 운항하는 항공기가 전무하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현재 보유한 23기 모두 전량 리스로 운용된다"면서 "항공기마다 계약 조건에 따라 리스료는 다르게 책정되지만 통상적으로 비행기 한대당 월 2억~3억원의 리스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이 보유한 항공기만으로도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리스료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데, 지분 관계가 전혀 없는 해외 특정 회사 리스료 보증을 서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때문에 일각에선 타이이스타젯이 이스타항공의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스타항공은 2018년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이 26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감사보고서가 나오지 않았지만, 항공업계는 이스타항공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최대주주는 창업주이자 이번 21대 총선에서 전북 전주을에 도전하는 이상직 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일가다. 이스타홀딩스는 이 전 이사장의 딸 수지씨와 아들 원준씨가 지분 100%를 보유(각각 33.3%+66.7%)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상직 전 의원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지낸 만큼 친여권 인사로 분류된다"면서 "제주항공과 애경그룹 입장에선 M&A 거래 상대방이 정치인이라는 점이 안그래도 부담스러운데 일부 의혹마저 제기되는 것을 상당히 경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SPA 체결 이후 이스타항공이 직원 임금 체불과 협력업체 지급 대금을 연체하는 것에 대해서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이는 결국 4월 말 잔금 납입 이후 제주항공이 부담해야 할 채무가 된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M&A 거래에서는 잔금 납입 이전에 정상적이지 않은 채무 관계나 거래 관계는 대주주가 정리해 주는 것이 상도의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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