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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물 하우스 양극화]생사기로 놓인 후발 주자, 대응법 '제각각'⑥수익 요원, 멀어진 국내 진출…'시장 진입 철회 vs 역량 부각 집중' 대처

피혜림 기자공개 2020-03-19 10:09:27

[편집자주]

한국물 시장 내 외국계 하우스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주관사 맨데이트를 겨냥한 글로벌 IB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상위사의 시장 점유율은 나날이 솟구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개별 하우스만의 특색을 강조한 글로벌 IB들이 꾸준히 한국물 시장에 진입하고 있지만 도리어 기존 하우스들의 독식 체제는 견고해지는 모습이다. 높아진 진입장벽 속에서 글로벌 IB들의 활동성은 물론 한국물 시장의 다양성은 희미해지고 있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8일 07: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물 딜에 대한 높아진 진입장벽 속에 국내 진출을 겨냥했던 후발 글로벌 하우스들은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소수 하우스의 독점 현상으로 적정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국내 기반 마련 등에 나설 여력을 갖춰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연이은 노크에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 한국물 사업을 철수하는 하우스도 늘고 있다. 한국물 담당 인력이 하우스를 떠나는 곳들이 속출하자 업계 내 시장 위축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경쟁력 보완을 통해 대응에 나선 곳도 있다. 이들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유니버셜뱅킹(universal banking) 자금력 등을 기반으로 국내 이슈어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이종통화와 커버드본드(covered bond,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 등 특화 딜에 집중해 경쟁력을 보완하는 모습이다.

◇국내 시장 진입, 양극화 속 물거품

한국물 시장은 국내 신규 진입을 노리는 글로벌 하우스들의 관문으로 꼽힌다. 주기적으로 차환 발행을 이어가야 하는 채권 특성상 국내 기업과의 관계 유지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하우스들이 국내 진출 시 한국물 업무를 주춧돌로 삼는 이유다.

글로벌 하우스들은 박한 수수료율 등을 감수하고 한국물 업무에 뛰어든다. 실제로 초대형 하우스들은 한국물보다 파생상품 운용과 인수·합병(M&A), 주식 및 채권 세일즈와 트레이딩 업무 등에 집중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후발주자로 나선 하우스들 역시 대부분 한국물 업무를 시작으로 국내 진출을 겨냥하고 있다. 이들은 IB 업무 중 주로 채권 역외 인수 업무만을 담당한다. 다양한 금융업무로 수익원을 다변화한 초대형 하우스에 비해 한국물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기초체력이 약한 셈이다.

한국물 양극화 현상 속에서 이들의 한계는 더욱 명확해진다. 조달 자문(advisory)과 사모채 발행, 론(loan) 차입, 로드쇼 지원 등의 서비스로 국내 이슈어와 접점을 쌓으려고 해도 트랙 레코드라는 벽에 가로 막힌다. 한국물 이외에는 수익을 획득할 길이 없다는 점에서 트랙 레코드 위주의 시장 재편은 다수의 글로벌 하우스가 국내 진출 자체를 포기하게 만든다.

이는 국내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손실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하우스들의 꾸준한 국내 진출은 다양한 금융 네트워크 확보로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외화 유동성 시장은 중국계와 동남아 이슈어들의 약진으로 나날이 유동성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다양한 글로벌 하우스들을 통해 국내 이슈어들의 외화 유동성 확보 라인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물 사업 포기 속출…역량 만으론 장기전 어렵다

실제로 다수의 글로벌 하우스들이 지난해 한국물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코메르츠방크와 호주뉴질랜드은행(ANZ), TD증권 등은 한국물 담당 인력이 공석인 상태다.

코메르츠방크는 지난해말 원상훈 이사의 퇴사를 기점으로 사실상 한국물 사업에 뛰어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메르츠방크는 독일계 도이치증권의 빈자리를 대체하는 하우스로 부상한 곳 중 하나다. 브렉시트 이슈 등으로 영국의 영향력이 낮아지자 상대적으로 유럽 내에서 독일 네트워크의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수익성 등으로 결국 한국물 시장을 떠났다.

ANZ 역시 조영석 이사의 공석을 충원하지 않고 있다. ANZ는 한국물 캥거루본드 딜을 섭렵하던 하우스로, 지난해 조영석 이사가 JP모간으로 자리를 옮긴 후 한국물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한국물 담당 인력을 채용하기 위한 관련 절차를 거쳤으나 비즈니스 구조 등을 이유로 선임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하우스들이 속속 한국물 시장을 떠나고 있지만 꾸준히 문을 두드리는 하우스도 남아있다. MUFG와 DBS 등은 각각 글로벌 네트워크, 구조화 역량 등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한국물 영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한국물 양극화 심화 등으로 수익성 저하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물 진입 철회 등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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