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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채안펀드 출자 영향도 분석 ‘정중동’ 투자자산별 RWA 달라, BIS비율 변동성 제한적… "출자 한도부터 정해져야"

진현우 기자공개 2020-03-26 08:25:29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3일 16:0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국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출자 참여를 요청하면서 내부 유관부서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 차례 운용된 적이 있어 생소한 제도는 아니지만, 적잖은 자금부담과 리스크가 수반되기 때문에 계열사별 출자여력 확인과 재무 역량평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는 채권시장안정펀드 참여 결정으로 어느 정도 가닥을 잡고 각 계열사별로 한도 배분을 위한 작업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당국이 펀드 출자 참여를 강제하는 건 아니지만 현 시국에서 이를 모른 체 할 수 없다는 여론이 조성됐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금융업 관계자는 "녹록지 않은 여건이지만 유관 부서들이 과거 데이터 자료들을 시나리오별로 평가하며 금융지주·은행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표면상으론 금융지주가 주체인 듯 보이지만 자본여력을 감안할 때 은행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의 참여 범위는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금융지주로부터 배정받을 출자한도 내에서 재무제표에 미칠 영향도 분석을 진행 중이고, 이미 마친 곳도 존재한다. 은행들의 경우 증시안정펀드보단 채권안정펀드에 출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주식보단 채권이 안전자산인 터라 위험가중자산(RWA)이 적게 계상돼 BIS비율 관리에 수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펀드 출자가 은행 위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은 타 계열사 대비 양호한 자본비율과도 연관돼 있다. 상대적으로 자본버퍼가 충분한 은행 위주로 채권안정펀드가 조성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물론 부실발생 가능성 등을 감안해 각 은행들이 감내할 수 있는 출자 한도와 범위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 각 지주사별로 펀드 출자금액도 정해져 있지 않은 터라 BIS비율, 유동성 등 영향도 분석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감독당국이 투자 포트폴리오 자산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따라 은행들이 쌓게 될 RWA 규모도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RWA를 산출할 땐 신용등급 외에도 매출액·기업규모(대기업/중소기업) 등 여러 평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반영된다. 보통 트리플 B에 해당하는 기업의 회사채는 RWA를 100%까지 쌓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어떤 기업의 회사채에 투자하는지 여부가 결정돼야 각종 재무제표 지표에 미칠 영향을 알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에 기획·여신·리스크 부서들은 출자규모, 투자자산 별로 시나리오를 나눠 채권시장안정펀드 참여에 따른 예상 가능한 변화를 상세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다만 과도한 출자 한도가 부여된다면 지주사와 지속적인 협의과정을 거친다는 설명이다. 은행들은 연초 예상치를 벗어난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로 평년 수준의 이자수익을 창출하는 일이 요원해질 정도로 수익성 하방압력이 심각한 상황이다.

B시중은행 관계자는 "채권안정펀드에 출자한다고 BIS비율에 급격한 변동성을 주진 않을 것으로 내부 영향도 분석을 마쳤다"며 "다만 펀드에 담을 투자대상과 비율에 따라 변화될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감독당국이 마련할 가이드라인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23일 주요 시중은행장들과 만나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과 관련된 세부 내용과 지침 마련을 위한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그동안 금융지주사별로 1조 가까운 분담 규모 이내에서 마이너스통장처럼 한도 약정을 유지해 왔다. 투자 방식은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요청하는 캐피탈콜 형식으로 진행됐다.

채권시장안정펀드를 금융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건 당장 돈줄이 마른 채권시장 내 유동성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다. 기업들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상환하거나 차환해야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기준금리 인하와 온갖 유동성 지원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채권보다 현금(달러)에 대한 수요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상황이다.

채권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면 발행기관 입장에선 높은 금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가 인하하면 채권가격이 상승하고, 채권금리가 떨어지는 통상적인 경제이론이 적용하지 않는 기현상이 펼쳐지고 있는 형국이다. 5년 전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한 기업 입장에선 기준금리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부담스런 상황에 처한 것이다.

금융업계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이 기준금리 인하기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시중에 돈이 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돈이 풀리기까지 약 3~4개월 정도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즉 이번 대책은 회사채·기업어음(CP)·전단채 등의 만기를 앞둔 기업들의 단기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포석이다.

금융업 관계자는 “채권시장안정펀드는 당장 3~4개월 동안 흑자도산을 막고 버티는 데 주안점을 둔 대책일 것”이라며 “해당 펀드에 자금을 출자하는 금융기관들 입장에선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한 회사채에 투자할 경우 장기적으로 보면 나쁠 것 없다는 관측도 일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우량기업에 투자를 단행하면 어느 정도 높은 회수율이 보장돼 참여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물론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시장 안정을 위해 어느 정도 기업까지 지원 마지노선으로 잡느냐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 투자대상을 신용등급 얼마 이상의 기업으로,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시중은행의 참여 정도와 범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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