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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가처분 악몽' 되풀이된 KCGI, 대응법도 '그대로'작년 법원 판결로 주주제안 상정 실패, 주총 이후 지분 매집 계속할 듯

유수진 기자공개 2020-03-26 08:26:56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5일 10:4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가 올해도 주주총회 직전 한진칼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며 목표를 이루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와 달리 주주제안을 의안으로 상정하는 덴 성공했으나 연합군의 지분 일부가 없는 셈이 되며 표대결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세가 꺾인 KCGI는 지난해와 동일한 방법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백기투항이 아닌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주총 이후를 준비하는 방식이다. 현재 반(反)조원태 연합군의 보유 지분율이 40%를 넘긴 만큼 장기전으로 가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경영권 분쟁 격화로 주가가 1년 전보다 2배 이상 올랐으나 전혀 개의치 않고 매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KCGI는 24일 투자목적회사(SPC) 헬레나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주식 3만5000주(0.06%)를 약 21억원에 추가 매입했다. 지난 13일 이후 열흘 만에 주식 매집을 재개한 것이다. 주당 취득단가는 5만9113원으로 KCGI의 평균 매입단가인 약 3만원의 두 배에 육박했다. 이날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기업 부도와 시장의 충격을 막기 위해 긴급자금 100조를 투입하기로 하면서 한진칼 주가가 크게 오른 탓이다.

연합군인 반도건설도 대호개발과 한영개발을 통해 19~24일 네 차례에 걸쳐 155만4000주를 추가 매수했다. 취득단가는 주당 4만601~5만9410원 수준으로 매입대금만 약 537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주주연합의 지분율은 40.12%에서 42.13%로 확대됐다. 조현아 전 부사장(6.49%)만 그대로고 KCGI는 18.75%, 반도건설은 16.89%로 늘어났다.


이날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한진칼 주주연합(KCGI, 조현아, 반도건설)은 오는 27일 주총에서의 의결권 행사 자격을 놓고 다툰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우리사주조합(3.8%)의 의결권을 인정한 반면, 반도건설이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로 내걸고 사들인 5% 초과 지분(3.2%)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가처분을 낸 주주연합 입장에선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만 생긴 셈이다. 이에 따라 주총 직전에 양 측의 지분 격차가 7%P 가량 더 벌어지게 됐다.

앞서 KCGI는 처음 한진그룹 흔들기에 나섰던 지난해 주총 직전에도 법원의 판결에 의해 고배를 마셨던 경험이 있다. 당시 KCGI는 지분 10.18%를 보유한 2대주주로서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에 나섰으나 주주제안 자격 논란이 일며 제동이 걸렸다. 한진칼은 KCGI의 첫 SPC인 그레이스홀딩스 설립일이 2018년 8월28일로 지분 보유 기간이 6개월이 채 되지 않아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KCGI는 즉시 가처분 신청을 냈고 1심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2심에서 결과가 뒤집히며 KCGI가 제안한 안건들이 주총 직전 의안에서 삭제됐다. KCGI는 한진칼 주총에 직접 참석해 안건마다 주주발언을 하는 등 분위기를 뒤집으려 애썼으나 결국 실패했다. 올해는 악몽이 되풀이되는 걸 막으려는 듯 일찌감치 가처분을 신청해 주주제안 의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의결권이 제한되며 동력을 잃게 됐다.

지난해 KCGI는 주총 전후로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매입했다. 세력을 키워 다시 한 번 기회를 엿보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그레이스홀딩스가 공시한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 등에 따르면 KCGI가 작년 3월엔 엠마홀딩스와 디니즈홀딩스를 통해, 4~5월엔 캐롤라인홀딩스와 베티홀딩스 등을 통해 쉬지 않고 주식을 매수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후 한동안 쉬다가 작년 12월 다시 매집을 재개했다.

올해도 동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KCGI는 이달 들어 잇따라 한진칼 지분 매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지난해와 다른 건 올해는 주가가 올라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작년엔 주당 취득단가가 2만원 중후반대에 불과했으나 최근엔 코로나19의 여파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KCGI는 주가에 개의치 않고 주식담보대출과 펀딩 등으로 자금을 마련해 지분율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KCGI 등 주주연합이 사실상 24일을 기점으로 주총 이후 장기전 대비에 들어갔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분율이 42%를 상회하는 만큼 반도건설의 5% 초과 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인정되는 즉시 임시 주총 개최를 추진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상법 제366조에 따르면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가진 주주는 이사회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할 수 있다. 이사회가 주총 소집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원에 가처분 신청도 낼 수 있다. 만약 이번 주총에서 주주연합 추천 이사 후보가 이사회에 합류하게 될 경우 임시 주총 소집 등도 한결 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연합 역시 사실상 이번 주총 승리는 어렵다고 보고 장기전 돌입을 공식화했다. 주주연합은 "이번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나 금주 주총에서의 결과가 한진그룹 정상화 여부의 끝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긴 안목과 호흡으로 한진그룹을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정상화의 궤도에 올려 놓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해 향후 본안소송 등을 통해 계속 부당한 부분을 다투고자 한다”며 “준비한 그대로 금번 주총은 물론 향후 주총 이후에도 끝까지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해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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