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두산그룹 구조조정]'선택과 집중' 요구받는 ㈜두산, 팔수 있는 자산은?두산중공업 정상화 위해 사업 구조조정 필요…'소비재→중공업' 이후 체질변화 관심

구태우 기자공개 2020-04-09 07:57:58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8일 16: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두산중공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으로 두산그룹에 고강도 자구안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그룹이 이번 리스크의 '진원지'인 두산건설 외에도 일부 계열사를 정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두산그룹이 과거 소비재에서 중후장대 산업으로 변모했던 것처럼 사업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꿀지 관심이 높다.

현재 두산그룹의 사업구조는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등으로 대표되는 중후장대 산업과 두산솔루스 등이 속한 ICT형 미래사업으로 분류된다. 두산그룹은 오리콤과 디엘아이 등 'B2C' 성격의 사업도 갖고 있지만 규모는 크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두산그룹의 계열회사는 총 25개로 사업형 지주사인 ㈜두산이 계열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시장의 관심은 온통 ㈜두산의 계열사 중 어떤 회사가 매물로 나올지에 쏠려 있다. 더벨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두산을 비롯한 계열회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살펴봤다.

그 결과 중후장대 계열사는 매출 기여도는 높았지만, 성숙기에 진입해 성장 속도가 더뎌졌다. 반면 협동로봇과 2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은 '캐시카우'로 분류되진 않지만 앞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가 전제돼야 한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의 정상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 기여 높은 '중후장대' 계열사 회생 위해 '경영권 담보'

㈜두산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8조5357억원, 영업이익은 1조2618억원을 기록했다. 두산중공업의 매출은 5조9507억원을 기록해 계열회사 중 최대 매출을 냈다. 전체 매출 중 두산중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8.9%에 달했다. 건설기계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은 각각 3조7265억원, 4조6268억원을 기록했다. 두산건설은 1조7298억원의 매출을 냈다.

이들 4개사는 두산그룹이 소비재 사업에서 중후장대로 갈아타던 2000년 이후 M&A를 통해 그룹에 편입됐다. 이로부터 약 20여년이 지난 지금 전체 매출 중 중후장대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중후장대 산업은 자본·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매출 규모는 크지만 수익성은 낮다. 덩치는 크지만, 실속은 낮은 산업으로 분류된다.


그나마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이 5%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내면서 그룹의 '캐시카우'임을 입증했다. 두산밥캣은 2007년 두산그룹에 편입되면서 '미운 오리 새끼'라는 오명을 얻었다. 13년이 지난 지금은 '백조'라는 칭호도 부족할 정도라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은 조 단위 매출을 냈음에도 경영 상황이 악화돼 수천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영업 현금흐름 역시 마이너스(-) 1000억원 안팎을 기록했다. 사실상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이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과 시장에서는 두산건설을 매각해도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 두산솔루스 등 재무와 실적 모두 양호한 계열사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이 두산중공업에 1조원을 지원하는 대신 ㈜두산과 박정원 그룹 회장 등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두산그룹은 계열회사의 경영권 매각을 전제로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두산, 계열사 정리작업 나설까

두산중공업이 올해 상환해야 할 부채 규모는 약 3조2000억원이다. 채권단의 지원으로 약 1조원을 확보한다고 해도 추가 자산 매각은 불가피하다. 2018년 기준 서울 두산타워의 감정평가액은 6750억원이다. 계열회사에 대한 정리작업도 예상된다.

두산그룹의 중후장대 부문에는 △두산퓨얼셀(연료전지) △두산메카텍(산업용 보일러) △모트롤 BG(유압장치) △산업차량 BG 등이 있다. 이들 계열사는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 계열사는 매출도 수천억원에 달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소재 부문과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의 사업도 순항 중이다. 현재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사업은 전자소재(㈜두산 전자BG)와 2차전지용 소재(두산솔루스) 사업이 유일하다. 전자소재 사업은 ㈜두산이 맡아 운영한 지 올해로 23년째를 맞았다. 연 매출이 1조원을 넘는 데다, 연간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두산솔루스는 지난해 ㈜두산에서 분할해 69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해외 배터리 업체와 첫번째 납품계약을 체결했고, 전기자동차의 판매가 늘면서 함께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이외에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드론용 연료전지팩)과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스마트물류 솔루션), 두산로보틱스(협동로봇)는 사업이 안정화될 때까지 적잖은 투자가 필요하다. 그나마 두산로보틱스가 2015년부터 협동로봇을 개발하면서 결실을 내고 있다. 지난해 173억원의 매출을 냈지만, 순손실은 194억원에 달했다. 드론용 연료전지팩과 스마트물류 솔루션은 언제부터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재계는 두산그룹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고 주문한다. 두산그룹은 박정원 회장 체제가 안정화되면서 ICT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사업 체질을 스마트하게 바꾸고 있지만, 본업인 중후장대 사업처럼 안착할 때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사업 중 스마트 물류와 드론용 연료전지팩 사업은 투자 대비 수익을 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두산그룹이 이번 기회를 통해 계열회사를 대대적으로 정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계열사의 재무 리스크 때문에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두산중공업 리스크를 계기로 사업구조 조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