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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구조조정]채권단 주도 워크아웃, '죄수 딜레마' 유발미국식 '챕터11' 도입 필요…'컨트롤타워' 명확·중앙은행 유동성 지원

구태우 기자공개 2020-04-23 08:24:29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2일 07:2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구조조정에는 '기회비용'이 따른다. 유동성 지원에 쏟을 자본은 한정돼 있고 회생을 희망하는 모든 기업을 다 지원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회생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에게 유동성을 지원하는 게 '대원칙'이다.

하지만 원칙은 어디까지나 원칙일 뿐이다. 국내 기업 구조조정의 현실은 복잡한 역학관계들이 작용한다. 지역의 정치 논리와 근로자 및 협력업체의 생존권 등은 어떤 기업을 살릴지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한다. '대마불사'가 번번이 들어맞는 것도 대기업 파산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내의 기업 구조조정에는 뚜렷한 원칙을 찾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일례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채권단 소유로 약 20여년을 있었던 반면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에 들어간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파산했다.

국내의 기업 구조조정 제도는 채권단 중심의 워크아웃과 법원이 주도하는 법정관리 두 가지로 나뉜다. 워크아웃은 협약에 가입한 채권만을 대상으로 채무조정이 진행된다. 법정관리는 관련 법에 따라 이해관계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진행되는 게 차이다. 두 제도 모두 사후적 장치이며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다. 워크아웃의 경우 기업 경쟁력이 상실되는 게 단점이고 법정관리는 기업이 회생되는 경우보다 청산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기업 구조조정의 발전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최근 두산중공업 발 '재무 리스크'로 채권단이 1조원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두산중공업이 유동성을 회복하려면 추가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즉 두산중공업을 회생시키려면 채권단과 두산그룹 모두 적잖은 '기회비용'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코로나19로 국내 기업들의 영업활동이 극심하게 악화되면서 연쇄 부실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현행 제도는 채권자와 채무자 간 '죄수의 딜레마'가 발현되기 용이한 구조다. 죄수의 딜레마는 게임이론의 한 사례로 자신의 이익 만을 고려한 선택을 해 본인과 상대방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는 상황을 의미한다. 채무자인 기업 경영진은 자율협약을 추진하면서 가능한 한 자산 유동화를 적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 자율협약 체결 전 오너일가가 보유 지분을 매각한 사례도 있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자율협약 체결 전 지분을 매각했다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 반면 채권자는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기업이 회생하는 것보다 채권 회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추가 지원을 꺼린다. 기업 구조조정의 효과가 낮은 이유도 채권자와 채무자 간 '죄수의 딜레마' 때문이다.

기업 구조조정의 발전적 원칙은 컨트롤타워의 권한과 투명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재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을 리딩하는 구조지만 권한과 책임성 측면에서는 기대에 못미친다.

산업계에서는 미국식 구조조정 제도를 대안으로 꼽는다. 2017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우리나라 구조조정 정책사례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기업 구조조정의 발전적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미국의 연방파산법이 정한 구조조정 제도는 크게 두 가지다. '챕터 11'은 기업회생 중심의 제도이며 '챕터 7'은 기업 청산을 골자로 하는 제도다.

채무를 조정하거나 상환 기간을 연장할 경우 기업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면 챕터 11 적용 대상이다. GM과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등이 챕터 11 구조조정 절차를 밟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 끝에 정상화됐다. 챕터 11 절차에 들어가면 자금확보가 불가능한 기업들에 긴급 자금과 대출이 제공된다. 법원이 허가할 경우 무담보 대출까지 가능하다.

챕터 11에는 공인회계사와 변호사 등 구조조정 전문가와 기관이 참여해 기업 구조조정 작업을 맡는다. 이 과정에서 채권자와 구조조정 전문가가 기업 회생과 관련한 의사소통을 추진하는 점도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채권자들이 회생 여부를 판정하고 있어 대비된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실사 또한 미국 연방법원이 지정한 회계법인에 맡겨진다. 챕터 11이 결정되면 기업의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원리금과 이자 지급 기간이 연장돼 부채 및 이자 상환 부담에서 벗어난다. 정부와 연방준비은행이 구조조정의 책임자 역할을 맡는 점도 특징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의 역할은 유동성 공급을 통해 위기를 해소하는 것이다. 2008년 리먼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방준비은행은 '특별 유동성 및 대출 공급장치' 제도를 마련했다. 이 프로그램은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최종대부자 역할을 하는 은행이 아낌없이 대부해야 한다는 '배저트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이 제도로 GM과 크라이슬러 등에 지원된 대출금의 이자율은 시중 이자율보다 저리로 제공됐다.

당시 미국의 제조업체는 정부와 연방준비은행의 금융정책을 통해 도산 위기를 넘겼고 구조조정을 마칠 수 있었다는 평이다.

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기업 회생 시 이득이 더 크다면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정책을 통해 유동성을 제공받아 회생이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기업 회생과 청산의 이익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채 채권단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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