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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하지 않는 게임" 총괄 책임자 박승근 큐리어스 대표 [매니저 프로파일]성장보다 하방 안정성 중시, 이색적 하우스 구축

조세훈 기자공개 2020-04-29 12:35:02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8일 10:3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부와 이랜드. 두 그룹은 유동성 위기로 재무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승근 큐리어스파트너스(이하 큐리어스) 대표는 차별화된 '구조화 금융'을 통해 이들 그룹의 재무안정을 도왔다.

업사이드 포텐셜(성장 가능성) 대신 다운사이드 프로텍션(하방 안정성)을 중시하면서 큰 수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작지만 확실한 수익을 목표로 삼고 있다. 큐리어스의 투자 기업은 대부분 다시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아갔다. 기업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는 박 대표의 '투자 철학'이 잘 녹아든 투자 사례다.

기업이 어려울 때 '든든한 우산'이 되어주는 투자 전략은 큐리어스가 단기간 내에 우뚝 성장할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다. 최근에는 사후적 구조조정 기업의 투자와 블라인드펀드 조성 등으로 활발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성장 스토리: 기업 성장과 몰락을 지켜본 IB맨, '재무안정' 전문가로 거듭나

박 대표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9년 리젠트 증권에 입사하며 투자은행(IB)업계에 입문했다. 당시 리젠트증권은 영국의 투자회사인 브릿지인베스트먼트홀딩스(BIH)가 인수한 이후 공격적 인수합병(M&A) 전략으로 몸집을 키웠다. 1998년 3월 리젠트증권(옛 대유증권)을 5000만달러에 인수했으며 1999년 12월 경수종금, 2000년 3월 해동화재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2002년에는 리젠트증권과 일은증권을 합병했다.

박 대표는 젊은 나이에 빠르게 커나가는 회사를 옆에서 지켜봤다. M&A를 통한 성장 방정식은 그의 뇌리에 남았다. 그러나 빠른 확장전략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급격한 부실로 돌아왔다. 대주주가 송사에 휘말린데다 리젠트종금에서 예금인출 사태가 일어나면서 금융사 전체가 위기에 직면했다. 리젠트종금은 2000년 12월 유동성 위기에 빠져 문을 닫았다.

BIH는 2004년 투자펀드 만기가 다가오자 배당, 보유건물 매각, 유상감자 등을 시도한 후 2004년 6월 리젠트증권을 청산하려고 했다. 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그는 질서있는 구조조정을 위해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골든브릿지 금융그룹에 매각하는 과정의 실무 역할을 수행한 후 퇴사했다. 박 대표는 "다시는 금융업무를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당시 심경을 회고했다.

2005년에는 삼천리 M&A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종합에너지기업인 삼천리는 창립 50주년을 맞이해 비에너지 분야 진출을 검토하며 외부인력을 충원했다. 박 대표는 안정적인 근무 환경에서 다양한 M&A건들을 물색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삼천리는 빠른 의사결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M&A 투자를 많이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든 순간 동부증권에서 '러브콜'을 보내왔다. 증권사 M&A를 추진하던 동부증권은 실무 적임자로 박 대표를 낙점했다. IB업무를 보다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 2006년 동부증권 전략기획과에 합류했다. 박 대표는 그룹 업무를 겸임하면서 그룹의 재무전략에 관여했다. 동부증권 증자부터 동부그룹 지주회사 전환 검토 등을 진행했다.

2011년 그룹 일보다 IB 본업에 집중하기 위해 자율권이 보장된 부국증권으로 이동한다. 투자금융본부 상무를 맡으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때 재무사정이 악화된 동부그룹 딜을 맡아 처리했다. 동부그룹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확장전략을 펼쳤다. 다사로봇과 일본에이텍을 인수해 동부로봇으로 합병했다. 화우테크(LED), 알티반도체(LED)도 차례로 인수했다. 농산물 유통회사인 동화청과, 세실(생물방제), 동호제약(가정용 살충제), 가야농장(음료), 몬산토코리아의 일부 채소 종자 사업도 인수했다. 그러나 공격적 투자로 재무사정이 악화되고 핵심 계열사의 워크아웃 등이 발생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동부그룹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박 대표는 재무적투자자(FI)를 모집해 동부익스프레스(1500억), 동부인베스트먼트(3100억), 동부팜한농(3500억)에 자금을 투입했다. 구조화금융을 통해 여러 투자건을 성사하는 역량을 보이자 주위 사람들은 박 대표에게 독립 사모펀드(PEF) 운용사 설립을 권했다. 박 대표는 2016년 2월 기업재무안정PE 전문 하우스를 표방하는 큐리어스파트너스를 설립했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 불확실성 보다 소확행, 안정성에 방점

박 대표는 '투자'의 무서움을 몸소 경험해왔다. 리젠트증권, 동부그룹은 공격적 투자와 짧은 번영, 유동성 위기와 자회사 매각의 길을 걸어왔다. 밝은 면이 보인다고 덥석 투자했다가 예기치 못한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의식을 체내화했다. 박 대표는 "딜을 바라볼 때 안좋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며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강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가 지향하는 투자는 낮은 엔트리 밸류(entry value)를 통한 시리즈 딜이다. 그룹사에 시리즈 딜을 제공해 질서있게 구조조정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대신 낮은 가격에 에쿼티(지분) 투자로 하방 리스크를 막고 상대방에 콜옵션을 부여해 적정가격에 되찾아갈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딜의 핵심은 상호 신뢰다.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에쿼티 투자를 받더라도 적정 가격에 되찾아갈 수 있어 그룹사가 선호한다. 동부그룹, 이랜드 투자 건은 모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됐다.

큐리어스파트너스의 안정적 투자 철학은 공동 투자형태를 고집하는데서도 엿볼 수 있다. 큐리어스파트너스는 이랜드리테일 투자 당시 프랙시스캐피탈, 큐캐피탈, 엔베스터, 한국투자파트너스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투자했다. 블라인드펀드도 미래에셋벤처투자와 함께 조성했으며 최근 투자한 성동조선해양도 LK파트너스와 Co-GP를 구성했다. 박 대표는 "투자 과정에서 스스로 감지할 수 없는 위험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며 "공동운용사가 있으면 다른 시각으로 딜을 볼 수 있어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이런 투자 방식을 고수할 생각이다. 이는 투자 성과로도 나타난다. 최초 설정한 플랜이 투자부터 엑시트(투자금 회수)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계약조건을 확정적으로 걸어둔 덕분이다. 자연스럽게 모든 딜이 목표수익률 이상으로 나왔다.

◇트랙레코드 1: '윈윈'으로 끝난 이랜드리테일

박 대표의 이름을 PE 시장에 각인 시킨 것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이랜드그룹의 '소방수'로 등장했던 이랜드리테일 투자였다. 극심한 재무 위기에 직면한 이랜드그룹은 여성복 브랜드 ‘티니위니’와 인테리어 생활용품 브랜드 ‘모던하우스’를 매각했지만 여전히 자금이 부족했다. 박 대표는 이랜드그룹이 2년 후 되찾아 갈 수 있는 구조화금융 딜을 짜 이랜드리테일 투자를 제안했다. 당시 이랜드리테일은 2017년 6월 만기가 돌아오는 전환상환우선주(RCPS) 3000억원의 상환 부담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랜드그룹은 2019년 상반기로 예정된 이랜드리테일 상장(IPO) 전까지 지원금액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큐리어스의 투자유치를 받아들였다. 박 대표가 부국증권 시절인 2014년 이랜드리테일의 3000억원 규모 RCPS 투자를 진행하며 쌓은 신뢰 덕분이다. 신생PE인 큐리어스는 다수의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를 끌어들여 설립 이듬해에 6000억원 짜리 빅딜을 마무리했다.

박 대표는 2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펀드를 결성하는 한편 2000억원의 인수금융을 통해 총 4000억원을 마련하고 남은 2000억원은 이랜드리테일의 대주주인 이랜드월드가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하는 구조를 짰다.

박 대표는 공동 투자를 위해 여러 PEF 관계자를 불러 투자 전략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 참여한 PEF 관계자들은 확정적 투자 수익이 보장된 딜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놀랍게도 투자는 일사천리로 끝났다. 프로젝트펀드에는 △큐리어스파트너스(540억원)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570억원) △큐캐피탈파트너스(380억원) △엔베스터(180억원) △동부증권(200억원) △한국투자파트너스(130억원) 등 여섯 곳의 PEF 운용사 및 증권사가 참여했다.

이들 공동 GP들은 지난해 상반기 투자금을 모두 회수했다. 펀드 내부수익률(IRR)은 무려 23%. 인수금융을 절반 가량 활용하면서 레버리지 효과도 극대화 시켜 안정성 대비 높은 수익률을 이끌어 냈다. 이랜드그룹도 유동성 위기를 넘기고 안정적으로 이랜드리테일을 되찾아왔다. 서로 상생하는 투자 모델이 됐다는 평가다.


◇트렉레코드 2: 시장 외면 받았던 성동조선, 청산 위기서 변신 기대감

성동조선해양은 한때 수주잔량 기준 세계 8위에 오른 기업이지만 조선업 침체로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3차례의 매각 시도에도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청산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불확실한 조선업에 뛰어들기 어렵다는 시장의 평가 때문이다.

박 대표는 시각을 달리했다. 위험성이 높은 선박 건조 대신 조선기자재 업체로 바라보면 우량한 회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선박 제작은 업황에 따라 수주 가뭄, 계약 취소, 인도 거부 등 리스크 요인이 많아 위험 사업으로 분류된다. 이런 점 때문에 불황기 중소 조선사가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다. 반면 블록 생산은 위험부담 없이 꾸준히 물량을 공급할 수 있어 영업이익을 내기 용이하다.

큐리어스는 투자의 안정을 높이기 위해 HSG중공업을 전략적투자자(SI)로 맞이했다. LNG 펌프타워 세계 1위 기업인 HSG중공업은 블록 생산 부문에도 탁월한 전문성과 경쟁력을 지니고 있었다. HSG중공업을 500억원의 후순위 출자자로 끌어들이면서 투자의 안정성을 높였다. LK투자파트너스와 Co-GP를 구성해 운용 안정성도 보강했다.

큐리어스는 이런 진용을 꾸리고 지난해 말 성동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문제는 자금 모집이다. 업황 변동성이 큰 조선 수주산업에 불신감이 높았던 LP(투자자)들에게 블록제작업을 통해 수익을 내고 대형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안벽을 통해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모델을 제시했다. 여기에 사원아파트와 3야드 잔여부지 등 불필요한 자산을 인수대상에서 제외해 인수가액을 낮췄다. 또 성동조선은 대규모 시설투자가 돼 있어 낮은 엔트리 밸류로 인수해 자산가치 만으로도 하방을 방어하는 구조를 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LP 출자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프로젝트펀드 레이징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큐리어스는 지난 3월 31일 관계인집회에서 변경회생계획안을 최종 승인받아 인수에 성공했다.

◇업계 평가: 구조조정 투자 최고봉, '신뢰'가 밑바탕

업계 내에서 박 대표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통한다. 본인의 이익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더 소중히 여기는 성품 덕분이다. Co-GP 전략도 이와 맞닿아있다. 혼자 할 수 있는 딜 조차 함께하며 신뢰를 쌓고 이 신뢰가 빠른 컨소시엄 구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그의 성품은 이랜드리테일 투자건에서 잘 묻어난다.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 투자금 상환일이 돌아오자 박 대표에게 한 차례 투자 연장을 제시했지만 컨소시엄에 참여한 FI의 이익이 다소 떨어질 수 있어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LP들에게도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한 LP 관계자는 "박 대표는 겸손하면서도 확실한 투자 전략을 제시해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GP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랜드리테일 투자건에 컨소시엄으로 함께 참여했던 장학성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는 "박승근 대표는 그야말로 '철두철미'한 사람"이라며 "면밀한 투자 분석과 철저한 구조 설계를 통해 펀드 수익자의 안정적 초과수익을 창출했다"고 평가했다.

최진호 LK투자파트너스 대표 역시 "구조조정 딜에서는 IB업계 통틀어서 대한민국 일등"이라며 "수많은 투자건 중 투자 설명서에 나온 엑시트(투자금 회수) 방법대로 안된 경우가 단 한건도 없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 시장 변화에 탄력적 대응

큐리어스는 액체 화물 보관 전문업체 성운탱크터미널을 2018년말 530억원에 인수했다. 사후적 구조조정 영역으로 투자 보폭을 넓혔다. 여기에 현재 미래에셋벤처투자와 1066억원 규모의 구조혁신펀드를 조성해 운용중이다. 성동조선 인수에도 펀드 자금을 일부 활용하며 첫 투자를 했다. 올해에는 사전·사후적 구조조정 기업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복안이다.

투자 환경도 큐리어스에 유리하게 조성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자금 여력이 악화되고 일부 우량 기업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기업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곳이 늘어난 만큼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밸류 리커버리(Recovery) 운용사로 확고히 거듭다는 목표도 있다. 밸류업이 기업가치를 보다 높이는 것을 뜻한다면 밸류 리커버리는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본질가치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큐리어스는 투자 기업의 복잡한 권리관계를 해소하고 재무를 투명하게 한다. 또 기존 경영진의 과도한 계열사간 거래를 막고 특정 행동을 규정하는 약정(커버넌트)을 확실하게 구축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한다. 앞으로도 이런 방식의 투자 성격을 유지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은 아직 세우지 않았다. 대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환경에 탄력적으로 적응하는 것을 추구한다. 마지막으로 그가 꿈꾸는 바람은 확고하다. 기존 투자 기업과 다시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다. 사전적 구조조정 투자 기업은 유동성 위기에서 탈출해 우량회사로 재탄생 하고 사후적 구조조정 투자기업도 기업 정상화에 도달하기를 바란다. 그때까지 시리즈 딜을 제공하는 게 하우스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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